[인터뷰] <이구아나 할아버지> 박효미 작가



 



1. 어렸을 때부터 작가를 꿈꾸셨나요? 동화 작가가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어려서 전남 무안이라는 시골에서 자랐는데, 그때는 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할 형편도 상황도 아니었어요. 그때는 그곳, 고향을 벗어나겠다만 막연히 꿈을 꾸었지요. 꿈꾸는 방식의 하나로 책을 읽었고, 그게 오랜 습관이 되었어요. 본격적으로 동화를 쓰겠다는 생각은 아이를 낳은 다음이었어요. 그림책을 함께 읽기 시작했고, 그림책에 폭 빠져 들었어요. 그림책을 만들고 싶었지요. 그러다가 그림책 원고를 써보고, 동화를 찾아 읽어보았어요. 그때 찾아 읽은 동화가 ‘한밤 중 톰의 정원에서’였죠. 제목이 너무 근사했거든요. 그 책의 매력이 절 사로잡았어요. 동화가 이렇게 멋진 영역이라면, 한번 해보자, 그럴 만한 매력이 있다, 하고 생각했고 습작을 시작했어요.
 
2. 글 쓰는 것 말고 좋아하시는 게 있나요?
글쓰고 책을 읽는 시간외에는 몸을 움직여요. 요즘은 탁구를 치죠. 그 작은 공을 작은 테이블에서 똑딱거리다 보면 시간이 훅 흘러요. 글쓰는 일을 다 잊어버리죠. 그게 참 좋아요. 탁구를 치지 않으면 산책을 해요. 개울가, 뒷산, 북한산, 닥치는 대로 걸어요.
 
3. 지금까지 스무 권이 훌쩍 넘는 작품 활동을 해 오셨어요. 이렇게 성실하게 작품 활동을 하신 데에는 작가님만의 비결이 있을 것 같은데, 살짝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저는 지금 쓰고 있는 원고에 집중해요. 이미 나온 책, 새로 나온 책은 되도록 신경 쓰지 않아요. 새책이 나오는 시기에 이미 다른 원고에 집중하고 있으니, 책의 반응에도 신경을 덜 쓰는 것 같아요. 늘 이야기를 찾아 헤매고, 집중하다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시간이 흘렀다는 건 최근에야 실감을 했죠.
 
4. 작가님의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나요?
요즘은 동묘에 있는 아름꿈 도서관에서 하루를 시작해요. 도서관상주작가로 4개월째 있는 중이에요. 11시에 출근해서 8시까지 하루 9시간을 도서관에 있어요. 거기서 책을 읽고 글을 써요. 중간에 동묘 주변을 산책해요. 창신동, 숭인동 청계천, 아주 독특한 동네예요. 끝나고 나서는 잠시 운동을 가거나 돌아오죠. 아주 단조로운 생활을 하고 있어요. 상주작가 프로그램이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오겠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저녁에는 탁구를 치고요.
 
5. <이구아나 할아버지>라는 저학년 동화를 이번에 새로 내셨어요. 처음에 제목만 듣고 이구아나를 닮은 할아버지인가? 이구아나가 오래 살아서 할아버지가 되었나? 했는데 둘 다 아니더라고요. 이 작품은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
집에서 꽤 많은 동물들을 키웠어요. 곤충부터 파충류까지. 직접 이구아나를 키운 적도 있었지요. 5년 동안. 파충류를 키우게 될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것 때문에 아들과 갈등도 있었어요. 그런데 키우다보니 그것도 정이 들더라고요.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정말로 이구아나를 잃어버렸다 찾은 적도 있었고요. 이런 경험들이 이야기의 바탕이 되었어요. 등장하는 할아버지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썼어요. 박희경이라는 이름도 아버지가 조카한테 붙여주고 싶었던 이름이었고요. 그런 것들이 조합이 되고, 시간이 지나니 이야기가 되었어요.
 
6. 특별히 반려동물 이야기에 할아버지를 넣으신 이유가 있나요?
우리 세대와 아이들에게 반려동물은 아주 친숙하죠. 방안에서 개가 돌아다니고, 한쪽에 곤충을 키우고. 그런데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가축으로 동물을 키우는 어르신들에게는 반려동물이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더라고요. 5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죠. 한번은 집에서 키우던 슈나우저를 데리고 갔는데, 온갖 구박은 다 받았어요. 바깥 마당에서 기르던 개가 실제 있었고요. 우리 개는 방에 있어야 하고, 그 개는 마당에 있고. 개를 데리고 자야 하는 상황이 어이없었죠. 타협하고 이해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어요. 그건 완전히 다른 가치관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있는 영역, 공유할 수 있는 영역을 가져야 할 때가 있어요. 그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7. 작가 소개 글을 보니 이구아나뿐만 아니라 타란툴라, 민물고기, 사슴벌레, 비어디 드래곤, 슈나우저 등 정말 다양한 동물과 산 경험이 있으시네요. 동물과 함께 살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어느 날 아들 방 장롱문을 열었더니, 수많은 통들이 있었어요. 모두 곤충 통이었죠. 당연히 책상 아래 옆에도 잔뜩 있었고요. 더는 곤충을 들이면 안된다고 하니 몰래 장롱 안에 넣어뒀던 거죠.
집안을 돌아다니던 이구아나와 당황하던 슈나우저도 떠올라요. 파충류가 아주 뻔뻔하게 거실을 가로지르는데, 슈나우저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거예요. 짖지도 못할 정도로 놀라더라고요. 가까이 다가가서 아무 행동도 못하는 사이에 파충류는 고개 빳빳이 들고 자기 갈길을 가는 거예요. 아, 냉혈한 이라는 말을 이런 때 쓰는구나. 하하
 
8.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나면 주인공처럼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 할 것 같은데, 그런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어떤 동물을 들인다는 건, 책임이 함께 따라오는 일이에요. ‘예쁘고 귀엽고 재밌다’, 그 이면에는 온갖 뒤치다꺼리가 함께 따라오죠. 날마다 먹을 걸 챙겨줘야 하고 똥을 치워야 하고, 때로는 산책을 해야 하고. 그게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귀찮아질 때, 내 몸이 아플 때, 여행을 가서 집을 비워야 할 때, 이런 모든 때에도 챙겨줘야 하죠. 한 달 두 달 일이 아니라 10년 15년이 되는 거죠. 그건 인내와 책임이 함께 하는 일이에요. 때로 아픈 동물을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하고, 병구완을 해야 해요. 죽어가는 것도 봐야 하죠.
내가 이 모든 일을 함께 할 수 있나, 그 점검이 필요하죠. 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현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