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가족> 윤초옥 실종사건 서평

"아씨, 혼례를 앞두고 실종되다."

이 책은 시작부분이 흥미롭다. 혼례를 앞둔 열 세살의 예비 신부 초옥과 어머니 고씨 부인, 그리고 초옥을 친자식처럼 여긴 유모 운산댁이 절에 기도를 올리러 가는 도중에 산적 떼를 만난 것이다.
산적 떼가 어린 딸 초옥을 인질로 잡고 고씨 부인에게 재물을 요구하자, 고씨부인은 지니고 있던 모든 재물을 산적들에게 내어준다. 하지만 산적 떼는 모든 것을 다 받아 낸 뒤에 초옥까지 데리고 사라져 버린다.

초옥의 아버지인 윤 대감은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쓰러지고 마을 사또가 포졸들을 풀어 산속을 뒤졌지만 초옥은 찾을 수 없었고 피 묻은 옷가지만 발견되었다.

과연, 초옥을 찾을 수 있을까?

이제 이야기는 초옥이 사라지기 전으로 시선을 돌린다.

끊임없이 새로운 놀이판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사당패에서 줄타기를 하는 아버지를 둔 한이해.
어느 날 이해는 마을에서 희한한 광경을 마주한다. 그넷줄이 없어진 고목과 귀한 집 아씨, 그리고 그 아씨에게 인사하는 아낙들.
알고보니 아낙들이 타는 마을 그네의 그넷줄을 누군가 끊어 가는데 그넷줄이 없어질때마다 초옥이라는 아씨가 그네를 고치라고 돈을 주신다. 왜일까???

궁금증을 더하며 이야기를 읽다보면 서로 다른 신분인 세 아이가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하며 성장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함께 읽기 참 좋았다.

초옥은 양반집의 무남독녀로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지만 자신의 생활을 답답하게 생각하고 남몰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함으로써 자유로움을 느끼게 된다.
이해 역시 그당시 시선으로는 이해받기 힘든 일에 끌리는 자신을 인정하기 어려워하지만 결국 자신이 무엇을 할 때 진심으로 행복한지를 알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해의 어린시절 친구 홍단 역시 기녀가 된 자신에게 남들이 뭐라하든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위해 나아갈 것을 결심한다.

아마 남들이 너를 봤으면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을 거야.
귀신이 들렸거나.
하지만 나는...... 나는......
네가 잘못된 게 아닌 걸 안다.
담장을 하든 안 하든,
네가 남자아이든 아니든,
너는 그저 내가 기른 아이야. 그뿐이다.
p.50

아이들이 어릴 때는
'건강하게만 자라주길'을 바라다가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 자꾸만 욕심이 생긴다.
'이렇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데...'
'저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텐데...'
'내 아이는 내가 잘 알지!!'
라며 결국...
불안감과 잘못된 믿음으로 판단력이 흐려진다.

이렇게 흔들리는 우리를 다시금 일깨워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책을 읽는 것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으며 우리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볼 수 있게 된다.
아이들 역시 책을 통해 타인의 고민과 갈등, 성장을 간접적으로 경험함으로써 낯선 상황, 감정을 마주할때 보다 지혜로운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랫만에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책이었다.
함께하는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해 준 책
이 책을 많은 아이들이 만나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