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가족 <윤초옥 실종 사건> 그토록 원하던 모습… 나 자신으로서 살아가기

이해 나이는 열셋, 우리 아이 또래다. (아이는 자신과 나이가 같다는 사실만으로도 책에 집중한다.)
이해가 여섯 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사당패의 타고난 줄타기꾼으로 아들 역시 줄타기로 밥값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해는 사내아이임에도 담장이 하고 싶다.

이해의 어릴 적 친구 홍단은 가세가 기울자 가족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스스로 기녀가 되겠다고 나섰다.
거문고를 연주하는 예인이 되고자하는 꿈이 있다.

윤대감의 무남독녀 초옥은 진심으로 줄타기를 배우고 싶어서 이해에게 스승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고, 홍단과 위험한 약속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어린 주인공들은 부모조차도 납득하지 못하는, 편한 길은 아닌 꿈이 있다.

이해가 옥연 주모의 방에서 담장하는 장면에서 아이는 아무렇지 않았건만 나는 솔직히 놀랐다. 드라마 <슈룹>에서 계성대군이 몰래 여장하던 장면이 떠오르며 괜히 걱정스럽기도 했다.
아버지에 이어 옥연 주모에게까지 들키게 되고,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될 불편한 것을 바라보는 견디기 힘든 시선에, 자신이 애초에 어딘가 잘못된 아이로 태어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도 갖는다.
이해는 붓질 한 번, 연지 몇 번에 사람들의 얼굴이 바뀌는 것이 신기하고 좋다했다. 이해가 아버지에게 남몰래 그려 온 미래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옳거니 바로 그거지 싶었다.

초옥이 줄을 타는 것은 이해가 담장을 하는 것보다 더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초옥은 이해와는 달리 시종일관 확신에 차고 용감하다.
“제정신이 아닌 이들끼리 세상 무너질 일 좀 같이 저질러 보자”
“줄을 탈 때는 양반의 자식도, 윤대감의 무남독녀도 아닌 오로지 저 윤초옥으로 있을 수 있었습니다. 오로지 그때만이 제가 살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과연 가당한 일일까 싶지만 그래서 더 흥미진진하고 박수치며 응원하게 된다.

“아비는 아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생각이 없고, 아들은 아비 마음을 알아줄 생각이 없다.”
꼭 요즘 부쩍 티격태격하는 우리집의 나와 우리 아이 모습만 같아서 마음이 아려왔다.

“다른 누구도 아닌 어머니가 자신을 믿어 준다면 분명 무척 기쁠 거예요.”
이해가 초옥의 어머니 고씨 부인에게 한 말은 이해 자신이 아버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거니와 이 책을 읽는 모든 아이들의 마음일게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예나 지금이나 남들과 다른 걸 품고 사는 사람이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다. 하지만 모든 부모는 자녀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한다. 어떤 모습이든 내 자식이니까.

<윤초옥 실종 사건>은 사계절 온라인 독서클럽에서 신간으로 처음 봤을 때부터 기대가 컸던 만큼 조금 아쉽기도 하다.
초반 초옥의 행방불명, 자그마한 손거울과 붓을 꺼내들자 아버지의 불호령, 마을에서 자꾸만 그넷줄이 없어지는 등 미스테리한 사건들의 전진 배치로 본격 사건 조사에 흥미가 최고조에 달했는데, 이후 전개가 극적이기보다는 잔잔한 느낌이었다.
초옥보다는 이해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이해의 심경이 자세히 묘사됨으로써 이 책의 주인공은 제목으로 봐서는 윤초옥일 것이란 예상에서 벗어나 한이해로 흘러가 의아한 감도 없지 않다.


책을 함께 읽은 아이아빠의 감상이 내 마음에 쏙 든다.
당시에는 절대 불가능했었던 일을 작가는 현대적인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또한 자식을 위해서라면 모든 희생을 감수하는 부모들의 모습은 시공간을 막론하고 똑같다.
온갖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 본 서평은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