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책 편지; 엄마 아빠 결혼 이야기

 
윤지회 작가의 <엄마 아빠 결혼 이야기>가 출간되었습니다. 책을 내기로 하고 처음 계약한 때가 2014년 봄이었으니, 햇수로 3. 그림책 호흡으로 보자면 아주 오래 걸린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만만한 시간은 아니었지요. 윤지회 작가와는 전작 <방긋 아기씨>를 같이 만든 인연이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땐 둘 다 결혼이 먼 나라 이야기였는데, 이 책을 작업하는 동안 작가도 저도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윤지회 작가는 스케치를 끝내자마자 결혼, 편집자인 저는 인쇄한 다다음 날 결혼. 회사에서는 두 명이나 결혼시킨 신통한 책으로 불립니다.)


맨 처음, 이 책의 더미는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결혼에 대해 아이들이 궁금해 할 만한 것들을 꽉꽉 채워 담은 정보 그림책이었어요. 그대로도 장점이 많았지만, 좀 더 장면이 매끄럽고 재미있게 풀렸으면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구성안 수정은 일 년 넘게 2, 3, 4차까지 이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책의 중심은 '정보'에서 '이야기'로 점점 기울었어요. 결혼의 형식보다는 의미를, 엄마 아빠 두 사람뿐 아니라 아이까지 아우르는 가족의 사랑을 보여 주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어려운 건 그걸 '어떻게' 보여 주느냐였지요

수정을 거듭한 구성안. 면지와 속표지에도 이야기를 넣으면 어떨까 고민하던 무렵
 
인쇄를 앞두고 접지 확인을 위해 만든 미니 가제본 (볼 때마다 두근두근 드레스 피팅 장면)
 

이 그림책을 편집하는 동안 부모님 결혼사진을 여러 번 꺼내 보았습니다. 일찌감치 결혼한 친구나 회사 선배 집에 놀러가서 결혼 앨범을 보여 달라 청하기도 했어요. 오래된 흑백 사진 속 엄마 아빠의 얼굴에서도, 친구의 앳된 얼굴에서도… 살짝 긴장한 표정 너머 앞날에 대한 흥분과 설레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때 그 풋풋했던 신랑 신부가 어느덧 노년의, 또 곧 중년에 접어드는 부부가 되었다는 사실이 찡하기도 했어요. 사진은 이렇게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게 하지요. 그 감동을 아주아주 조금이라도 책에 녹여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독자들이 이 그림책을 읽게 될까요? 태어나 처음으로 결혼식장에 다녀와 호기심이 마구마구 샘솟는 어린이, 예쁜 웨딩드레스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어린이, 책의 주인공 준이처럼 좋아하는 친구 생각에 얼굴이 빨개진 어린이. 그리고 그 어린이들의 부모님과 어쩌면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의 손에 들려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어린이 독자라면 이 책을 본 뒤에 엄마 아빠의 진짜 결혼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일요일 오후, <엄마 아빠 결혼 이야기>를 읽고 온가족이 모여 결혼 앨범을 펼쳐보는 흐뭇한 장면을 상상하며 이만 마칩니다.





 
 
방긋 아기씨
저자 윤지회
출판 사계절
발매 2014.11.05.
 
 
엄마 아빠 결혼 이야기
저자 윤지회
출판 사계절
발매 201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