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후기] 『가느다란 마법사와 아주 착한 타파하』 함께하는 교실 라이브 수업 후기



『가느다란 마법사와 아주 착한 타파하』 함께하는 교실라이브 후기
가느다란 마법에 빠진 아이들


“가느다란 마법사는 가느다랗지 않다.”라고 시작되는 간결한 문장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세상에 가느다란 마법이라니? 듣도 보도 못한 마법이다. 붉게 피어나는 불이나 파란 물이 소용돌이치는 마법을 떠올렸던 나에게 가느다란 마법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도대체 가느다란 마법이란 무엇일까? 뒤에 이어지는 문장들이 궁금해서 책을 덮을 수 없었다. 그렇게 가느다란 마법에 걸린 후, 사계절출판사에서 들려온 ‘교실 라이브’ 소식과 함께 수업이 시작되었다.
_글 김병섭(봉곡초등학교 교사)

창문을 열고 가느다란 마법사를 만나다
“와! 예쁘다.”
반짝이는 보라색 표지를 살펴보던 아이들이 탄성을 질렀다. 곧장 제목을 읽은 아이들은 뚫어져라 주인공을 바라봤다.
“이 책의 제목이 뭔가요?”
“가느다란 마법사와…….”
“어! 근데 선생님, 책 제목이 이상해요. 가나다라마바사 같은데요?”
한 아이가 “가나다라마바사!”를 외치자 “맞네! 가나다라마바사!”라며 맞장구를 쳤다. 말썽꾸러기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웃었고, 고개를 갸웃하며 제목을 되뇌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런데 한 아이가 이런 질문을 꺼냈다. 
“근데, 아주 착한 타파하는 뭐예요?”
순간, 아이들이 조용해지더니 ‘아주 착한 타파하’라는 글자에 시선을 멈추었다.
알쏭달쏭한 퀴즈를 푸는 것처럼 애를 써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고 표지를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아이들과 함께 표지를 살펴보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웠다. 모차 작가님의 섬세한 표현이 표지 보는 재미를 더했다. 가느다란 실이 마법사의 손에서 피어오르는 모습을 시작으로 마치 어두운 길을 비추려는 듯, 표지 하단에는 은방울꽃이 피어있었다. 파릇파릇 생기 있는 나무들과 체크무늬 양탄자처럼 생긴 길은 아이들의 흥미를 끌었다. 표지를 유심히 살펴보던 한 아이가 “혹시 이게 타파하인가?”라며 마법사 옆에서 게슴츠레 웃고 있는 작은 종이를 발견했다. “그런가?” 몇몇 아이들이 반응하긴 했지만 뭔가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며 시큰둥했다. 그렇게 아이들이 ‘타파하’를 휙 날려 보내서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지만,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 하는 교사로선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이 책의 표지를 유심히 살펴보세요. 지금 여러분은 창문으로 가느다란 마법사를 보고 있어요. 이제 창문을 열고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창문을 열듯, 표지를 넘김과 동시에 아이들은 판타지의 세계로 들어갔다. 가느다란 마법의 힘일까? 목차도 마법에 걸려 가느다랗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책 역시 가느다란 마법이 걸려있는 것이 분명했다. 

제법 쓸모 있는 가느다란 마법
어리바리한 아이가 마법 학교에 들어서는 장면에서 기대에 부푼 아이들의 표정이 느껴졌다. 해리 포터에 나오는 덤블도어 교수님처럼 멋진 마법사를 만나 신기한 일이 벌어질 것으로 기대했던 탓일까? 아이들은 가느다란 마법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개인적으로 아이가 문을 통과하는 시험에서 어떤 마법사가 될지 스스로 결정하게 되는 장면이 좋았는데, 우리 반 아이들은 뭔가 더 큰 걸 기대하는 눈치였다. 
딱 한 챕터가 넘어갔을 뿐인데, 가느다란 마법사가 마법 학교를 졸업한다고 하니 아이들이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선생님, 마법사가 벌써 졸업하면 어떡해요. 가느다란 마법을 제대로 배우긴 한 걸까요? 마법사가 길을 잘 잃어서 걱정돼요!”
아슬아슬 마법 학교를 나오는 가느다란 마법사의 모습이 불안한 탓이었을까? 하지만 이런 연출이 아이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 뭔가 미숙한 마법사가 아이들과 닮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이들은 끝까지 마법사를 응원하며 책을 읽었다.

내가 만약 가느다란 마법사라면
“여러분이 가느다란 마법사라면 어떤 마법을 쓰고 싶어요?”
“저는 가느다란 실을 천장에 붙여서 그네처럼 실을 잡고 놀고 싶어요. 방에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아요.”
“하하, 그것도 재미있겠구나!”
아이들은 엉뚱하면서도 제법 쓸모 있는 마법을 상상했다. 실을 가지고 이를 안 아프게 빼 주면 좋겠다는 아이, 가느다란 나뭇가지로 새들에게 둥지를 만들어 주는 마법을 떠올린 아이 등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갔다. 제법 그럴싸한 마법 이야기들이 펼쳐지자 가느다란 마법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웃음꽃이 피어났다.

선생님 ‘서리’ 찾았어요!
가느다란 마법사가 서리와 다툼을 벌이는 장면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이 ‘서리’를 몰랐다. 인터넷에서 서리를 검색해서 보여 주자 그제야 “아!” 하고 몇몇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의 삶에서 자연이라는 공간이 멀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집과 학교, 학원을 넘나들며 하루를 보낸 아이들에게 흙을 밟고, 나무를 만지고, 꽃을 바라보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자 왠지 모를 답답함이 가슴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달랐다. 신기한 일은 다음 날 벌어졌다.
다음 날 아침, 반 아이들이 운동장 구석에 우르르 몰려 있었다. 
“얘들아! 너희들 거기서 뭐 하니?”
“선생님! 서리 찾아요. 이거 보세요.” 
귀여운 아이가 붉게 물든 단풍잎을 내밀었다. 단풍잎 가장자리에 금방이라도 부스러질 것 같은 작은 얼음 알갱이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서리였다. 
“맞아! 이게 바로 서리야. 정말 대단한걸!”
아이들에게 엄지손을 치켜세웠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서리를 본 것 같다. 어린 시절에는 땅을 보고 걸었던 기억이 많은데, 땅을 바라본 지도 오래된 것 같다. 서리를 찾아 준 아이들이 참 고마웠다. 책을 읽고 자연을 돌려받은 기분이랄까? 짧은 순간이었지만 가느다란 마법사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명장면 색칠하기와 타파하 만들기
 

책을 읽고 독후 활동을 하기보다 다양한 질문과 대화를 나누며 수업을 진행했다. 책 내용을 따라가는 것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천천히 소리 내어 읽어 줬다. 가느다란 색연필로 멋지게 색을 채워 줬으면 하는 마음에 ‘명장면 색칠하기’ 활동을 했다. 처음에는 복잡해서 색칠하기 어렵다던 아이들이 활동을 마치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책을 읽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재미있는 놀 거리를 찾는다. 타파하의 정체가 밝혀지는 날, 아이들이 하나둘씩 종합장을 오려 타파하를 만들고 놀았다. 나만의 타파하가 있었으면 하는 아이들의 바람이 느껴졌다. 

  

사계절 교실 라이브 ‘김혜진 작가와의 만남’
 
사계절 교실 라이브에 김혜진 작가님이 나타나자 아이들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조곤조곤 책을 만드는 과정과 아이들이 보내 준 질문을 정리해 주셔서 그동안 궁금했던 내용이 말끔히 해소되었다. 코로나19 이후, Zoom을 비롯해 다양한 온라인 도구를 활용해 보았기에 온라인 수업은 그리 낯설어하지 않았다. 



작고 사소한 것의 소중함
‘쓸모’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먼지 뭉치, 변덕스러워 보이지만 정이 넘치는 타파하, 짹짹짹짹 수다스러운 참새들까지. 이 책은 작은 인물을 중심으로 작고 사소한 이야기를 펼친다. 일상의 이야기는 어쩌면 작고 사소한 것이 모여 시작되지 않을까? 누군가에게는 가느다란 마법사의 이야기가 시시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작고 사소한 것의 소중함을 느끼는 순간, 모든 것이 마법처럼 다르게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