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를 읽고 나서 : 설하나로

제5회 독서감상문 대회 어린이부 대상
설하나로
 

 
“맴~맴~매암~매에에~”
“매미채 빨리 챙겨라.”
“채집통은 큰 것으로 가져갈까요?”

여름마다 아버지와 내가 매미를 채집하러 갈 때 나누는 대화다. 이런 우리를 어머니께서는 ‘매미 사냥꾼’이라고 부르신다. 지난 여름에도 아버지와 어김없이 매미 채집을 하러 다녔다. 집 근처에 있는 여러 공원들, 그리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여의도 공원, 영종도에서 배를 타고 더 들어가는 장봉도까지도 갔다. 그리고 잡은 매미는 관찰이 끝나면 바로 박제를 했다. 그래서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는 겨울까지 우리 집안에는 항상 매미들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벌써 6년간 우리 부자는 매미 사냥(?)을 다닌 것 같다. 이제는 울음소리를 듣고, ‘맴-맴맴매-맴’ 하고 울면 참매미, 아침 일찍부터 ‘쐐에―’ 하며 길고 힘차게 큰 소리로 울어대면 맘매미인 것을, 그리고 ‘찌―’ 하고 가늘고 길게 우는 것이 털매미인 것을 쉽게 구별할 정도이다. 그런데 매미를 잡으러 다니다 보니 매미가 좋아졌고 매미에 관한 모든 것이 점점 더 궁금해지고 매미가 사랑스럽기까지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말매미를 5년간 관찰하신 다큐멘터리 작가 선생님께서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라는 제목으로 매미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일기체 형식의 책을 냈다는 방송을 보신 아버지께서 바로 책을 사 주셨다. 사실 나는 여름 내내뿐만이 아니라 1년 내내 아니 애벌레에서 성충까지 되는 4년, 5년간 매미의 습성이나 생태가 너무나 궁금했다. 그런데 매미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알려 줄 새 책이 생겨서 너무 기뻤다. 그 동안 매미에 관한 적지 않은 책을 읽어 봤지만 나의 궁금증은 완전히 풀리지 않았었다.

11살인 이병규는 책의 주인공이다. 병규는 나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나도 어느 여름에 시끄럽게 떠들다 떨어져 죽은 매미를 보고 매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병규도 나와 똑같이 죽은 매미를 발견한 것을 계기로 매미에 대한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물론 작가 선생님께서 병규를 통해 우리가 궁금해 하는 매미의 모든 것을 알려 준다고 하지만.

또 한 가지는 매미 애벌레를 관찰하던 병규가 꿈 속에서도 그 애벌레가 거대한 괴물로 나타나는 꿈을 꾸는데 나도 역시 꿈에서 말매미가 공룡처럼 커져서 나를 계속 쫓아오는 꿈을 꾸기도 하였다. 하지만 매미를 주로 채집하는 나와 달리 주인공 병규는 채집은 하진 않고 관찰만 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이 책을 통해 매미의 허물이 진통을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어 한약의 재료로 사용되고, 매미가 애벌레에서 껍질을 벗고 나오는 시간이 장장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 고통의 시간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땅 속에서 애벌레로 4, 5년이란 긴 기간을 머물다 성충이 되어서는 불과 며칠 밖에 못 산다는 매미를 내가 찾아다니며 채집하여 박제까지 하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는 매미에게 너무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대개 시끄럽다는 이유로 매미를 싫어한다. 나도 매미가 시끄럽게 우는 것은 싫다. 그런데 시끄럽게 우는 것은 일종의 구애 행동이라고 한다. 매미가 왜 구애 행동을 이렇게 시끄럽게 할까 궁금했다. 아버지께서는 아마 수컷들이 자신의 소리를 멀리까지 퍼뜨려 암컷을 부르려고 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 이 책에서는 밤낮으로 울어대는 이러한 매미를 “도시의 점령군”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엄청나게 크게 울어대는 것이 주로 ‘말매미’이고 이 매미는 원래 동남아시아의 따뜻한 기후에서 사는 종류로 우리 나라의 경우 제주도에나 서식할 법한 종류인데 이상 기온 현상으로 도심지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이 ‘말매미’가 나타나 강한 번식력으로 많은 수를 늘려 동네 사람들이 잠을 못 잘 정도로 시끄럽게 울어댄다고 하였다.

작년 여름에는 매미 애벌레를 채집하여 관찰하려고 시도했지만 애벌레들이 깊은 밤에 몰래 탈피를 하는 바람에 채집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올 여름엔 꼭 매미 애벌레를 채집하여 탈피 과정과 생태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 책을 통해 매미의 알 낳기, 애벌레 생활, 허물벗기 등의 생태를 자세히 배우고 이해했으니까. 그러나 애벌레를 채집하면 허물벗기 과정까지만 관찰하고 동네 숲 속으로 날려 주려고 한다. 왜냐하면 매미도 이젠 내 친구이니까.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 책은 매미에 대한 궁금증으로 꽉 차서 답답해 있는 내 가슴을 시원하게 풀어 주는 소화제 같은 역할을 해 주었다. 그리고 ‘병규’는 매미가 우리 인간과 같이 더불어 살아가야 할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