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사람」곰곰 편집자를 만났습니다!

「일과 사람」시리즈를 기획, 편집한 곰곰을 만났습니다!
 

 
간단하게 핵심을 찌르는 전미경 편집자, 수다가 맛깔스러운 심상진 편집자, 의미에 대해 성찰하기 좋아하는 안지혜 편집자.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세 편집자들의 끊임없는 책 이야기에 인터뷰 시간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습니다.
 
    
 
곰곰은 어떻게 만나고 ‘곰곰’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요?
저희 셋은 예전 회사에서 같이 일한 사이예요. ‘곰곰’은 곰곰이 생각한다는 말처럼, ‘곰곰’ 생각하는 모양을 일컫는 말이에요. 그런 뜻으로 이름을 지었는데, 주변 사람들은 곰 세 마리, ‘곰곰곰’으로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곤 하죠.(웃음)
 
「일과 사람」 시리즈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요새는 일터와 생활이 분리되어 있어서, 엄마 아빠가 밖에 나가서 돈을 번다고만 알고 있지,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잖아요. 처음에는 부모가 하는 일을 보여 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어요. 부모님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되면, 부모님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러다가 부모가 하는 일을 넘어서 이웃으로 확장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웃이 하는 일을 알면,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더욱 깊게 이해하게 될 것 같았지요. 저희는 이 시리즈가 직업과 관련된 책으로 보이는 것을 피하고 싶었어요. 일이 생계를 지탱하는 데 중요하지만, 일로써 사람들은 관계를 맺고 서로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가잖아요. 그런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더 담고 싶었지요.
 
20개의 직업은 어떻게 뽑았나요?
우선 1차 산업, 2차 산업, 3차 산업으로 나누어서 후보를 추렸어요. 먹고, 입고, 가르치고, 치료하고, 즐기고 등, 이런 식으로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직업을 추렸어요.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일을 뽑았고 재화를 만들든지, 서비스를 만들든지 꼭 필요한 것을 만드는 사람을 다루고 싶었어요. 그리고 여러 후보 가운데 어린이가 가깝게 여길 수 있는 직업을 가려 뽑았어요.
 
취재원을 만나서 현장감을 살린 게 이 시리즈의 특징인데요, 취재원들은 어떻게 섭외했나요?
우선 취재할 인물은 가상으로 설정해 봤어요. 의사를 취재한다고 했을 때, 우리가 대학 병원 의사를 취재 할 것은 아니었죠. 가깝게 접할 수 있는 동네 의원을 취재하고 싶었죠. 생협의원이 더욱 적합할 것 같았고요. 그렇게 정해 놓고 인터넷을 통해서 안성 우리생협의원을 찾았어요.
디자이너 같은 경우는 딸부잣집 막내딸로 어릴 때부터 옷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인물로 설정해 보았어요. 유명 의류 회사 디자이너보다 동대문 시장에서 일하는 분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렇게 설정하고 찾았는데 막상 만난 분이 저희가 생각한 것이랑 너무 똑같아서 깜짝 놀랐어요.
관공서의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경찰 같은 경우에는 동네 지구대에서 일하는 경찰을 정했어요. 지구대가 주택가와 상가와 아파트가 어우러져 있는 곳에 있고, 취재에 응할 분이 초등학생 아이를 둔 아빠였으면 좋겠다고 의사를 표시했더니, 경찰청에서 찾아 주었어요. (우아!) 어부는 동해수산연구소 연구관의 도움을 정말 정말 많이 받았어요. 어부 아저씨 소개도 해주셨고요. 나중에는 감수도 봐 주셨지요. 어부 아저씨들은 본인들이 잡는 어종에 대해서만 해박한데, 연구관은 바다 전체를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취재원이 여럿인 경우도 있었나요?
주요 취재원이 있는 책도 있고, 여럿을 취재하면서 인물을 만든 책도 있어요. 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취재원을 만나는 게 중요해서, 취재원을 더 섭외한 경우도 있고요. 『출동 119! 우리가 간다』를 꾸리기 위해서 서대문 소방서를 취재했는데, 그곳에서 작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분을 만났어요. 손에 화상을 입은 분이었는데 그 흉터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소방관이셨죠. 작가가 이분한테 감정이입을 하면서, 주인공을 잡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마음 맞는 취재원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취재원에게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도 중요해요.
어부 아저씨 취재는 아주 갑작스럽게 이루어졌어요. 도루묵은 초겨울에만 잡히는데, 마지막 조업할 때 연락을 받았지요. 그날 편집자랑 작가랑 배 타고 물고기 잡고 빨간 고무통에 앉아 밥 먹고 그랬어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서로 마음을 열고 진짜 사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죠.
    
 
 작가와 소통하는 일이 결국 편집자의 일인데요, 구성부터 원고, 그림 진행까지 가장 힘든 게 무엇이었나요?
보통 취재하고 그러면 이야기가 넘쳐요. 이야기를 꾸릴 때 뭘 넣고 빼야 할지 계속 고민하고 판단해야 했죠. 담당 편집자 선에서 다 하는 게 아니라 늘 셋이서 같이 고민했어요. 담당 편집자도 취재원에 푹 빠져서 객관적인 시선을 놓치게 될 때가 많거든요.
내용에는 나름 요소가 있어요. 일하는 장소가 드러나고, 도구가 세세히 보여지고, 같이 일하는 사람과 어우러지는 장면이 있어야 하죠. 이런 기준도 충족시켜야 했지만 무엇보다도 책 하나하나를 압축할 수 있는 메시지가 필요했어요. 국회의원이 뭐하는 사람이지? 환경 운동가를 왜 할까? 이런 질문에 대한 작가의 대답이 필요했어요.
『나무야 새야 함께 살자』를 쓰고 그린 강문정, 이광익 작가는 환경 운동가에 대해 본질적인 고민을 좀 오래한 편이에요.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가 부부이고, 원래 예전부터 환경 운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럼에도 환경 운동을 왜 할까? 하는 질문에는 쉽게 대답을 못했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일은 늘 많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왜 하지? 이런 질문이 따라다니는데, 그 일에 대한 책을 쓸 수는 없었죠. 그러다가 어느 환경 운동가를 만났는데, 봄꽃이 피는 기쁨을 누구보다 절절히 느끼고, 새의 부리 모양을 설명하면서 정말 온 마음으로 감탄하고 그렇더래요. 그때 작가는 ‘아, 생태 감수성이 남다른 사람이 생명을 지키는 환경 운동가가 되는구나’ 하는 나름의 대답을 찾을 수 있었죠. 이런 느낌을 받을 때까지 취재도 하고 공부도 하고, 편집자와 작가가 끊임없이, 절박하게 소통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장기 프로젝트였는데요, 가장 고마운 사람은?
취재원, 작가도 잘 만났지만 디자이너도 정말 많은 일을 해 줬어요. 그림책이라고 하기도 어렵고 딱히 정보책이라 하기도 어렵죠. 더욱이 20권이 통일성도 있어야 하고 개성도 있어야 하니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었어요. 그런데 디자이너가 장면 아이디어를 정말 많이 줬어요. 저희 디자이너는 진짜 그림에 깊게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이에요.
 
 
 
"「일과 사람」시리즈를 만들면서 생긴 변화는? "
전미경_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책이 독자들에게 사랑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가물가물하게나마 알 것 같아요.
안지혜_  주도적으로 해 나가는 힘이 좀 더 생긴 것 같아요. 작가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좀 더 알게 된 것 같고 그런 일들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심상진_  작가와 함께 힘껏 문제를 해결해 온 것 같아요. 그렇게 이 책을 통해서 조금 성장한 기분이 들어요.
 
 
두세 시간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거치며 책을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까지도 책이 많이 판매되어서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많았으면 좋겠다며 작가들을 살피는 곰곰, 진짜 애썼습니다!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