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생명의 신비 속으로 떠나 보자

누구라도 가끔씩은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그리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어딘가에서 와서 어디론가 간다는 것은 내가 변화하는 과정 안에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의 자리는 여러 가지이다. 개인의 인생이라는 작은 역사 속의 자리도 있고, 나를 둘러싼 사회나 인류 역사라는 큰 흐름 속의 자리도 있다. 그리고 모든 생물의 진화나 우주의 역사라는 더욱 큰 흐름 속의 자리도 있다. 나 하나와 광활한 우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몸 안에는 우주의 역사가 들어 있다. 생각해 보자. 우리 몸 속에 돌고 있는 혈액에는 철 원자들이 들어 있다. 그것은 어디서 온 것일까? 물론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에서 왔다. 그러면 그 전에는? 땅속에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지구가 생기기 전인 50억 년 전에는? 우주 공간을 떠도는 성간 물질 속에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의 꼬리를 물고 가면 철 원자의 출발점은 어디일까 하는 생각에 이른다. 내 몸 안의 철 원자는 먼 옛날 어느 빛나는 별 속에서 핵융합 반응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다른 원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수십 억 년 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에서 만들어진 원자들이 우주 역사의 먼 길을 돌아 우리 몸을 이룬 것이다.
오랜 옛날부터 인류가 수많은 자연 현상 중에서도 동물의 행동과 천체의 운동을 가장 흥미롭게 관찰환 것은 인류 자신의 몸 안에 생물 진화의 역사와 우주의 역사가 어우러져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의미 있는 동물의 행동들, 그 속에 감추어진 진화의 역사
동물행동학은 말 그대로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의 한 갈래이다. 『동물의 행동 ? 동물에게도 살아가는 법칙과 전략이 있다』에는 나뭇가지를 이용해 나무 줄기에 있는 곤충의 애벌레를 빼먹고 사는 갈라파고스 섬의 딱따구리핀치, 포식자를 만나면 목도리처럼 목 둘레의 접힌 피부를 펼쳐서 자신을 방어하는 목도리도마뱀의 본능적 행동이 생생한 그림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동물 행동의 진화를 다루는 장에서는 고구마를 씻어 먹는 법, 모래와 곡식을 분리하는 기술을 생각해낸 이모라는 일본 마카쿠원숭이가 눈길을 끈다. 털 고르기를 통해 사회적인 유대를 강화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침팬지 집단과 어미 코끼리가 죽으면 새끼 코끼리를 입양하는 코끼리의 행동은 동물을 전혀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한다.
내가 동물행동학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침팬지를 연구한 제인 구달을 통해서이다. 그의 연구를 통해 나는 인간만이 기쁨과 슬픔을 경험하고 합리적 사고를 하는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동물의 행동』은 침팬지 같은 영장류뿐 아니라 여러 동물들의 사례를 통해 동물행동학의 풍부한 내용을 제공해 주며 과학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넓고 넓은 우주로 한 발 다가가다
어릴 때부터 우주는 내게 상상의 날개를 맘껏 펼치던 신비의 세계였다. 『우주 ? 우주에 대해 지구인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의 책장을 여는 순간 어렸을 때의 흥분이 가볍게 전달되었다. 고대 천문학자들이 천동설과 지동설을 주장하게 된 근거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갈릴레이 자신이 만든 망원경으로 바라본 토성 그림이 눈길을 끈다. 그림을 보면 토성 고리가 뚜렷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정작 갈릴레이 자신은 이를 토성의 일부로 판단했다. 또 우주는 영원 불변이라는 생각은 미국 천문학자 허블이 우주에 있는 은하들이 서로 멀어져 간다는 사실을 발견하자 힘을 잃고 말았다. 우주의 팽창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우주 상수항을 방정식에 집어넣어 우주가 정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천재 아인슈타인도 실수할 때가 있었던 것이다.
태양계로 이야기가 넘어가면 더 흥미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제각기 남다른 개성을 가진 달, 수성, 금성, 화성 등 태양계 가족들의 이야기는 당장 우주 탐사선에 몸을 싣고 우주 여행을 하고픈 충동을 일으킨다.
우주선을 타고 우주 여행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우주 투석기와 레이저를 이용한 돛 이야기, 물질과 반물질의 반응을 이용해 엄청난 에너지를 얻는 방법, 외계 지능 생명체의 존재와 시간 여행에 이르면 눈이 반짝일 것이다.

두 권의 책을 펴 들고 우주와 생명과 시간 속으로 떠나 보자. 모든 생명체의 아름다움과 존엄성을 생각하고 개인의 삶과 생물 진화의 역사, 우주의 역사를 아우르는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것은 참으로 가슴 뿌듯한 경험일 것이다.

 

 

 


글 · 임태훈 (관악고등학교 과학 교사)

 

 

1318북리뷰 2004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