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후기] 『내 친구 ㅇㅅㅎ』 수업 후기




『내 친구 ㅇㅅㅎ』 수업 후기
아주 '이상하'고 '요상한'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도록 '열심히' 만들어 보자!

_글 박경미(노음초등학교 교사)

 『내 마음 ㅅㅅㅎ』을 처음 읽었을 때가 떠오른다. 이 세 개의 초성으로 마음을 나타낼 수 있는 낱말들이 이렇게 많았나? 하고 정말 깜짝 놀랐다. 게다가 그 낱말들을 엮어 이야기까지 만들었으니 놀라울 수밖에. 그때 아이들과 한참동안 똑같은 초성을 가진 낱말 찾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는 『내 친구 ㅇㅅㅎ』이다. 가장 먼저 ‘이상해’가 떠올랐다. 솔직히 대부분의 친구들은 좀 이상하다. 완벽히 내 마음에 드는 친구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이들의 입에서도 “000 이상해요.”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편이니, 나만 그런 건 아닐 테다. 그래서 아이들도 분명 가장 먼저 ‘이상해’를 떠올릴 거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짐작은 틀렸다. ‘내 친구’ 뒤에 ‘ㅇㅅㅎ’를 붙여서 제목을 말해주고, ‘ㅇㅅㅎ’으로 이루어진 낱말은 뭐가 있을지 찾아보자 했더니 “우리 반에는 ㅇㅅㅎ 없는데요.”라고 말한다. 이 초성으로 된 친구 이름을 찾았던 것이다.
“거꾸로 하면 내 친구 ‘혜성이’ 인데. 거꾸로 하면 안 돼요?”
혜성이가 싱글벙글했다. 예상을 뒤집는 아이들의 대답은 보고만 있어도 언제나 신이 난다.

ㅇㅅㅎ으로 이루어진 낱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제야 ‘우수해’ ‘이상해’ ‘우승해’ ‘울상해’ ‘이상형’ ‘임신해’ ‘인상형’ ‘엉성해’ ‘인사해’ ‘어색해’ ‘요상해’와 같은 낱말들을 나왔다. 가장 먼저 ‘우수해’를 말했을 때는 ‘내 친구가 우수해?’하고 갸웃거리다가 누군가 ‘임신해’를 말하니 모두 깔깔깔 넘어간다. 아직 열 살도 채 되지 않았으니 상상도 못할 일이라 그저 웃긴가 보다. (나는 웃지 않았다.) 또 내 친구 ‘우스워’를 말하고 싶어 하는 아이가 있었지만 ‘ㅎ’에 걸려서 몇 번 더듬거리다 말았다. 

이제 책을 좀 더 자세히 읽어볼까? 표지를 함께 보았다. “아이 얼굴이 어때 보여?”라는 질문에 표정이 ‘이상해’ ‘울상해’ ‘어색해’ 등 칠판에 자신들이 적어 놓은 낱말들을 보며 어울리는 낱말을 찾았다. “그러게, 무슨 일일까?” 책장을 넘길 때마다 ‘ㅇㅅㅎ’ 글자가 적힌 부분은 가렸다. 왼쪽의 그림을 보면서 낱말을 짐작해 보는 즐거움이 있다. 칠판에 없는 낱말들은 새로 보태서 적기도 했다. 
이사를 해서 전학을 온 주인공은 새 친구들이 이상하고 어색하기만 하다. 외계인 같이 생긴 아이들이라니! 얼마나 놀랐을까? 작년에 전학을 온 제율이에게 물었다.
“제율이는 처음에 전학 왔을 때 어땠어?”
“애들 얼굴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 여기 그림이랑 닮은 애들도 있었어?”
제율이가 신이 나서 얘가 누구랑 닮았고, 쟤는 누구랑 닮았다고 가리키며 말했다. 다른 아이들도 처음 입학했을 때를 떠올리며 누가 이랬다, 저랬다 말하며 그림 속 ‘외계인’에게 집중했다. 누가 봐도 웃기게 생긴 캐릭터와 닮은 친구 찾기를 하며 아주 즐거워했다.

그런데 진짜 친구들과 선생님이 외계인처럼 보였을 아이가 있다. 바로 카자흐스탄에서 이사 온 케네스다. 이제 한국에 온지 2년이 넘은 케네스는 우리말을 전혀 알아 듣지 못하는 외국인으로 부모님을 따라 한국에 왔다. 온통 어색하기만 했을 우리 학교에서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워 어떤 상황인지 알아차리려는 눈망울이 생생했던 친구다. 나중에 물어보려고 했는데, 케네스가 먼저 자기가 느꼈던 감정을 말했다.
“나 처음에 진짜 선생님 이상했어요. 다 이상했어요.”
얼마나 낯설고 이상했을까? 나는 짐작도 안 된다. 어느새 우리말을 다 익히고 쓸 줄도 알게 된 케네스가 용하고 기특하다. 

책장을 넘기며 그림을 더 보면서, 이상하고 요상하고 얍삽한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었다. “얍삽해는 무슨 뜻일까?”
“숙제 해 놓고 안 했다고 하는 거요!” “거짓말 하는 거요!” “혼자 하려고 빼앗아 가는 거요.”
아이들은 새치기 하려는 아이를 가리키며 “얘가 얍삽한 것 같아요”하고 말했다. 

책을 읽으면서 ‘얍삽해 ’유심히‘ ’의심해‘ ’야속해‘처럼 익숙하지 않은 낱말들을 발견하면, 아이들에게 뜻을 아는지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새 낱말이 등장하면 나보다 더 빨리 칠판에 적으려고 했다. 새로 배우는 낱말들이 늘어갈 때마다 좋아했다. 속담이나 격언도 마찬가지다. 아! 이렇게 표현하면 되겠구나 하고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듯한 기쁨을 느끼곤 한다.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얍삽해, 유심히, 의심해, 야속해와 같은 익숙하지 않은 낱말들을 새로 발견하고 뜻을 아는지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어느새 새 낱말을 찾으면 나보다 더 빨리 칠판에 가서 적으려고 했다. 이렇게 낱말 배우기를 하면 아이들은 자기들이 아는 낱말이 늘어가는 것을 참 좋아하는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속담이나 격언도 마찬가지다. 아! 이런 낱말로 표현하면 되겠구나 하고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듯한 기쁨이 느껴질 때도 있다. 

드디어 주인공이 마음에 드는 친구를 찾았다.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이상형’이라는 낱말을 맞혔다. 왜 로봇 친구가 이상형이었을까? 물어보니 단박에 ‘브로콜리랑 당근을 똑같이 안 먹어요!’ 대답이 나왔다.
“너희들은 어떤 친구가 이상형이야?”
“같이 노는 친구.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친구!”
“그런 친구를 찾으면 이제 뭐 할까?”
“같이 놀아요!”

맞다. 놀아야 한다. 그런데 이상형이라고 생각했던 친구도 놀다 보면 이상할 때가 있지 않냐고 물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이상해요!’ 외쳐댔다.
우리 반 00이가 갑자기 호날두 세레모니를 따라하는 게 이상하더라, 00는 걸핏하면 옷을 위로 올려서 배를 자꾸만 까는 게 이상하다, 00은 기분이 좋으면 엉덩이를 흔들어서 요상하다. 00이가 하는 걸 따라했더니 선생님께 일러서 얍삽했다 등등 성토대회가 열렸다. 그렇다면 야속한 적은 없었을까? 아이들은 ‘야속하다’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고 있었다. 친구에게 서운하거나 섭섭한 적이 없었는지 되물으니 그건 많았다고 했다. 대체로 ‘같이 놀지 않을 때’를 이야기했다. 누구나 똑같은 마음인 것 같다. 

 그래도 ‘야속한’적은 없는지 물어보니까 뜻을 아는 아이들이 없었다. 왕따 시키는건가 하면서 쳐다보길래 친구한테 서운하거나 섭섭한 적 없었냐고 되물으니 그건 많았다고 대답했다. 대체로 어찌어찌해서 ‘같이 안 놀았을 때’를 이야기 했다. 누구나 그런 거 같다. 
책 속에서 같이 놀지 않아 야속하기만 했던 친구는 다행히 주인공의 마음을 알아주고 미안해하며 화해한다. 서로를 인정하고 모두 함께 노는 방법을 찾는다. 그러자 놀랍게도 외계인인줄 알았던 친구들의 얼굴이 원래의 ‘사람’ 얼굴로 바뀐다. 그 모습이 참 신기했나 보다. 몇 번이나 앞장을 넘기면서 두 개의 교실 그림을 서로 비교했다. 별명이 적혀 있는 것을 보며 아! 했다. 또 주인공의 책상에는 오히려 ‘외계인’이라고 적힌 걸 보면서 아이들은 ‘멀리서 와서 그렇게 부르나 봐요.’라고 했다. 다시 우리 반 친구들과 닮은 인물을 찾아보자고 했더니 케네스가 주인공과 자기가 닮았다고 했다. 자신도 멀리서 왔으니 ‘외계인’이라면서. 

“그런데 얘들아, 입학했을 때나 전학을 왔을 때 진짜로 친구들이 이렇게나 이상하게 보여?”
“네! 진짜 진짜 이상하게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전에 학교에 있던 친구 중에 진짜 이렇게 생긴 애 있어요.”
“이제는 어떻게 보여?”
“그냥 그대로 보여요.”
“친구들의 특징이나 개성 같은 게 달라지거나 사라진 것도 아닌데 왜 다르게 보일까?”
“인정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방금 전 ‘인정해’라는 낱말을 같이 보았는데 바로 그것을 짚었다. 아,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낱말은 ‘인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책은 ‘내 마음도 이제는 이사해’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무슨 뜻일까 묻자마자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이제 마음도 새 학교와 새 친구들에게 와서 친해졌다는 뜻이라고 대답했다. 아이들은 낱말 맞추기 이상으로 ‘친구’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또 잘 이해했다. 
우리도 서로를 처음 봤을 때를 떠올리거나, 지금도 여전히 이상하게 보이는 서로의 모습을 살려 그림을 그려 보자고 했더니 신이 났다. 서로 누구를 그릴지 정하더니 그림을 그리는 내내 웃느라 정신이 없다. 자신을 이상하게 그린다고 타박을 하는 아이들도 없다. 내 그림도 웃기고, 친구의 그림도 웃기다. 다 그린 그림들을 한데 모아서 한바탕 웃고는 그림마다 오늘 읽은 책과 어울리는 제목을 지어보자고 했다. 


<이상한 우리 반 친구들, 인정해>
 이상형-내 마음에 꼭 들거나 좋아하는 사람.
 요상해-슬플 때도 개그, 기쁠 때도 개그, 어색해도 개그를 하는 혜성이.
 인정해-혜성이한테 은효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고개를 끄덕인다!
 의심해-걱정되고 못 믿을 때 쓰는 말.
 어색해-친구랑 싸우고 나면 다시 말 걸기가 어렵다.
 이상해-은효랑 은설이가 싸울 때 옆에서 자꾸 장난을 치는 케네스.
 열심히-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얍삽해-은효가 자기만 쏙 빼고 친구들을 선생님한테 이르는 것.
 야속해-같이 안 놀아서 섭섭하고 삐치는 마음.

 

모두의 그림을 보고 실컷 웃다가 오늘 그림책에서 나온 낱말을 하나씩 골라 사전처럼 뜻을 적어 보았다. 다음 시간에는 이 낱말을 다 엮어서 우리만의 이야기를 하나 만들어 보자고 ‘약속했’다. 아주 ‘이상하’고 ‘요상한’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도록 ‘열심히’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