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 독서감상문대회 심사평

벽초(碧初)홍명희 선생의 역사대하소설 『임꺽정』의 독서감상문 수상자에 대한 시상식은 이번으로 두 번째 가 된다. 작년에 비해서 금년의 응모작품은 우선 그 수가 갑절로 증가 하였고 , 질적으로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중고등부 가 261편, 대학일반부가 62편으로, 총 응모작품 수는 323편이었다. 이와 같이 해가 거듭될수록 이 행사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비단 주최측의 입장을 떠나서도 좋은 현상이라고 하겠다. 그 동안 반공 이데올로기에 묶여 금서로 취급되어 온 이 소설이 그 진가를 인정받게 된 것도 다행한 일이거니와 , 우리가 이 훌륭한 문학유산에 흥미를 가 지고 연구하며 이해하고 감상함으로써 이른바 세계화 시대에 자칫 망각하기 쉬운 우리것, 우리문학의 가치를 되찾아나갈 수 있게 된 것 또한 기쁜일이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소설 『임꺽정』에 대한 감상문의 심사 경위 및 심사결과에 관에서 잠깐 말하겠다. 심사위원은 성균관대학교 엄형택 교수, 상명대학교 강영주 교수, 연세대학교 이선영 명예교수 세 분이며, 예심위원장으로는 시인 도종환 선생이 수 고해 주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감상문이 대학일반붑과 중고등부 각각 4편으로 도합 8편이었는데, 이 여덟 편 의 글은 지난 19일 부터 세 분 심사위원이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심사에 앞서 미리 어떤 기준을 정해놓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심사위원들은 대체로 응모자가 작품을 얼마나 충실하게 읽고 자기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가데 초점을 두고 평가한 셈이다. 소설의 주요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남의 견해가 아닌 필자 자신의 해석이 무엇인지, 문학적 감수성과 지적 분별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주안 점을 두고 살펴보았다고 하겠다. 그런 점들에 유의하여 위의 심사위원 세 세람은 지난 3월 21일 오후 5시 모임을 갖고 엄정하고 신중한 심사를 거쳐 이미 발표한 바와 같은 수상자들을 선발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대학 일반부의 대상 1 명과, 우수상 2명, 중고등부의 대상 1명과 우수상 3명에 대해서는 공교롭게도 처음부터 심사위원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고 , 그 밖의 수상자에 대해서도 논의를 거쳐 합의에 도달 하였다. 예정에 없던 특별상 수상자로 2명을 정한 것은 연령을 초월한 그 두분의 열성적인 독서자세를 평가할 만하다고 사료되었기 때문이다. 그 밖에 장려상 해당자로는 대학 일반부 에 44명, 중고등부에 64명을 선정하였다. 한편 안타까안타까웠던 일은 일반부의 우수상 후보였던 한 편의 글이 타인의 논문을 상당 부분 표절한 것이 밝혀져 그것을 수상 대열에서 탈락시킬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혹 참고가 될까 하여 간략하게나마 수상자들에 대한 개별적인 심사평을 소개하겠다. 대학 일반부의 김난희 씨 글은 소 설세계를 현실세계와 관련시켜 말함으로써 자신의 진솔한 생각을 차분히 들려주고 있다. 좀더 대상작품의 핵심사항에 주의를 집중시켰더라면 더욱 좋은 글이 되었을 것이다. 임꺽정을 의적이냐 화적이냐에 초점을 두고 논한 신영화씨를 글 은 이 소설의 사회학적으로 분석하여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끈끈한 문체와 도전적 자세가 돋보이지만 가끔 작품 해석상의 미숙성이 눈에 띈다. 대상 수상자인 조혜정 씨의 『광인의 나라, 그 진실한 세상』 은 필자의 견해가 약간 지 나친 경우가 없지 않으나, 작품의 중심과 본질을 잘 포착하여 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장 주목되는 글이다. 소설의 주 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인용문과 필자의 문학적 지식을 탄력적으로 활용한 점 등도 이 글의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다음 중고등부의 문경국 군의 글은 작품의 주요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풀어나가려는 뜻은 좋으나 해석이나 평가의 정확성 에 대해서는 좀더 신경을 써햐 하겠다. 이소연의 『이 시대의 임꺽정』은 이 소설을 자신의 삶과 일치시켜 읽음으로 에 서 필자의 개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 결과 다소 주변적인 이야기로 흐른 것이 이글의 아쉬운 점이다. 김신이 양의 글은 해석이나 평가에 큰 무리가 없고 문장의 흐름도 자연스럽다. 그런데 작품의 중심문제를 다룰 때 그 중요도에 따라 강약의 안배를 고려하였더라면 이 글의 평면성도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중고등부 대상 수상자인 임동호 군은 작품의 핵심사항을 곧잘 파악하여 그 주요 문제들을 쉽게 풀이해내는 능력이 있다. 소설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고 그것을 어렵 지 않게 해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자질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미숙한 점이 없지 않으나 앞으로의 가능성은 큰다는 말이다. 한편 특별상 수상자로 신영희씨와 조영숙씨가 있다. 신씨는 60대의 할머니로, 조씨는 40대의 주부로서 두 분 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이번 행사에 적극 참여하여 독서인의 한 본보기가 되어 주었다. 그밖에 장려상 수상자의 노력도 값진 것 으로 평가하고 싶다. 아울러 이 명작 대하소설 『임꺽정』 10권을 재미있게 유익하게 독파한 모든 분들에게 우리서로 문 학의 동지로서 우정을 나누고 싶다. 우리는 임꺽정의 독서체험자로서 풍요한 화제를 공유하게 되었으며, 그러한 화제를 서로 교환하며 각자의 소설 읽기와 세상읽기의 능력 또한 높여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1997년 3월 30일
심사위원장 이 선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