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족] 기소영의 친구들

종이 한장, 동전 앞뒤면 차이 같이
뒤집어 지면 그만일 것 같은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만든는 책이었어요.

태어나는 것에는 순서가 있지만,
죽음 앞에서는 순서가 없지요.
나이든 사람의 죽음, 어른들의 죽음도 마음 아프지만
특히 어린 아이의 죽음 앞에서는 마음이 매우 아프고 먹먹해지는 것 같아요.
우리에겐 세월호 사건, 얼마 전 이태원 압사 사고 등과 같은
많은 충격적인 사고로 인해 빼앗긴 많은 어리고 젊은 이들의 죽음이 있었어요.
눈물 없이는 이 책을 읽기 어려웠지만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로 아프고 먹먹해졌던 마음을
굉장히 많이 위로해주고 치유해주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슬픔에도 연습이 필요해"

특히 주위 사람의 죽음은 굉장히 깊은 상실감과 충격을 주더라고요.
더구나 불의의 사고로 친구 또는 가족을 떠나보냈을 때는 더욱더...
이 책은 그런 상실감과 충격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과 방향을 알려주는
안내서 혹은 지침서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보통 그런 일이 닥치면
그 시기에 닥칠 일과 감정들에 대해선 질문조차 금기시 해야할 것 같아요.
애도하는 법에 대해서는 알고자 하지도 배움 받은 적도 없지요.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애도는
추억하고 이야기하고 기억하는 형태로 오래도록 이어지는 것이며,
슬픔이 전염병처럼 퍼진 세상에서
잘 보내줄 기회가 있으면 미안함보다 좋은 기억이 커질 수도 있다고 배우게 되었어요.
명랑하고 씩씩하게 옆 사람의 손을 잡을 것,
슬픔과 그리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눌 것,
누군가 떠나갔어도 내 옆에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인가 하는 것 등을 말이에요.

소영이의 친구들을 통해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도
죽음에 대한 상실과 애도를 본격적으로 다룬 이야기를 통해
가까운 사람의 죽음 이후에 시간들을 그 골든 타임을
어떻게 대면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죽음이란 강렬한 슬픔과 비통한 눈물을 꼭 동반해야만 하는 것이 아님을
서서히 슬픔에 잠기기도 하고 제대로 슬픔을 느끼는 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음을
여기 없는 떠난 이를 기억하는 일이 꼭 필요한 일임을
그것이 바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상실감과 슬픔을 극복하면서 제대로 애도할 수 있는 것임을
떠나간 그 사람은 이제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빈 자리는 새로운 관계 맺기를 통해 새롭게 채워지는 것임을
그렇기에 남은 사람들이 함께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죽음의 옆에서 우리는 계속 살아야 할 내일이 있고
또 다른 내일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다는 것을 말이에요.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숨 쉬듯 경험해야 하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살다 보면 비가 내리는 날도 볕이 드는 날도 있기 마련이니
죽음의 옆에 서 있는 우리도
여전히 투닥거리며 핀잔을 주고받거나 슬그머니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두 손을 맞잡기도 하며
이야기를 나누며 솔직히 마음을 터놓고, 그러다 보니 킥킥 웃음이 터지는 순간도 온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 일임을
그렇게 애도의 끝에서 따뜻한 봄볕으로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며
봄볕처럼 우리에게 스며들어 우리를 위로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매우 따뜻했던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한 마디 :
아이들에겐 증조 할머니가 되는 아빠의 할머니가, 엄마의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의 슬픔
그리고 여전히 우리에겐 그리운 할머니임을 나누며
그 때는 미처 어른인 아빠엄마도 제대로 애도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을 생각하며
소영이의 친구들의 마음에 공감하며
그렇게 애틋하게 느껴지는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