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후기_나도 우리 동네 싸이퍼


싸이퍼! 나도 우리 동네 싸이퍼!
소설 속의 주인공은 이제부터 바로 너



고등학생들이 나와 힙합을 겨루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입니다. 그만큼 청소년들에게 힙합이라는 장르가 문화로 자리 잡았네요. 비트가 나오면 몸을 들썩이고, 좋아하는 래퍼의 노래 한두 곡쯤은 어렵지 않게 달달 외워 내뱉습니다.

요즘 청소년은 왜 힙합을 좋아할까. 아저씨가 된 지 오래인 제가 정확한 이유를 유추하긴 어렵습니다. 쿵쿵 힘 있게 떨어지는 비트 속에서 거만한 눈빛으로 관객을 응시하는 랩스타가 멋져 보이기도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특성이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해서 그런 걸까요? 어쩌면 말장난 치듯 라임을 맞추는 언어유희를 즐길 수도 있고, 예나 지금이나 자신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에 저항하는 수단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이 닿는 순간, 어디든 싸이퍼!”

제14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싸이퍼』의 헤드 카피입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래퍼를 꿈꾸는 도건이와 정혁이가 꿈을 공유하는 패기 넘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의 핵심을 카피로 잘 정리한 것 같습니다. 생선 장수 아버지의 옷에 배어 있는 비린내처럼 온전하지 못한 자신의 랩 실력을 곱씹는 정혁이와 부족할 것이 없지만 아들을 제대로 챙겨 주지 않는 엄마에게 투정 부리듯 가출하는 도건이는 사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런 둘이 힙합이라는 꿈으로 묶여 동고동락하며 서로에게 배우는 모습은 공자가 가장 중요시한 호학(好學) 즉 ‘배움을 즐겨라’의 발현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시험 성적에만 갇혀 있지 않고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일을 찾아 매진하는 이들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나도 우리 동네 싸이퍼 대회>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힙합으로 풀어내는 기회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마련했습니다. 힙합을 소재로 한 『싸이퍼』를 알리려면 힙합을 소재로 청소년들에게 직접 접근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 앞서기도 했고요. TV 프로그램처럼 전문적인 오디션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끄집어내기만 해도 충분한 의의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출판사라는 다소 정적인 공간에서 재기발랄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담당 마케터인 제가 마흔 살에 MIC를 드는 무리수를 둬야 했지만 말입니다.

초보 실력자도 랩을 할 수 있도록 전문 프로듀서에게 샘플 비트를 부탁하고 오프라인과 SNS를 통해 대회를 홍보했습니다. 페이스북으로 동영상을 접한 학생들이 친구의 이름을 링크하면서 빠르게 퍼져 나갔습니다. 동영상, 음원, 가사 부문을 합쳐 총 256편의 작품이 응모되었습니다.

때론 엉뚱한 매력으로 자신을 어필하기도 하고, 소설의 정혁이처럼 막막한 현실을 꿋꿋이 이겨 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습니다. 개성과 꿈이 가득한 작품을 보내 준 친구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음악인이 아닌 편집자와 마케터가 심사를 했기에 신중을 기했더라도 심사 결과에 더러 아쉬움이 남는 친구들이 있었을 겁니다. 그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보태고 싶습니다.

수상작은 함께 공유하기 위해 사계절출판사 공식 페이스북과 홈페이지에 올려 두었습니다. 홈페이지 웹진 소식은 청소년 카테고리를 통해 쉽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끝으로 싸이퍼상을 수상한 조준상, 심하련, 오상명 학생의 가사처럼 모든 청소년들이 ‘아저씨가 되어 늘 정장을 입어도 가슴속에서만큼은 교복’을 벗지 않기를 바랍니다.

양현범 | 사계절출판사 마케터


제14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싸이퍼 | 탁경은 장편소설

We are nineteen
그래 바로 젊음의 나이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없단 걸 깨달은 나이
하지만 아직도 철이
조금 덜 든 어린 나이
그래서 아직도 믿어
I belive I can fly
Hey, 거기 피터팬
Please take me away
저 멀리 네버랜드
어른이 되지 않게
아저씨가 되어
늘 정장을 입어도
가슴속에서 만큼은 교복을 입혀 줘
나는 늙고 싶지 않아
맨날 10대이고 싶어
같이 있으면 가치 있다는
말을 믿고 싶어
추억을 추억하기보다는
더 많이 쌓고 싶어
(중략)
엄마 아빠
더 이상 그대의 품에는
내가 꼭 맞지 않네요
엄마 아빠
없이도
나 홀로도 따뜻할 수 있을까요
내가 풀 죽어 있을 때
내가 헤매고 있을 때
많은 걸 바라지 않아
그저 곁에 있어줘
내가 풀 죽어 있을 때
내가 헤메고 있을 때
많은 걸 바라지 않아
그냥 손을 잡아 줘
모든 게 잘 될 거란 말
해 주진 못 하겠지만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가슴이 가리키는 걸
이 노랠 듣고 있는 너
절대로 포기하지 마
지금을 지나
지금을 보면
후회는 없을 거야

싸이퍼상 | 충남외국어고등학교 3학년 조준상, 심하련, 오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