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_10월 뉴스레터-2

영화하는 여자들, 책 너는 날

① 《짜장면 더 주세요!》 / 여는 글
- 이혜란 글, 그림

 짜장면 만드는 일
 
 가끔 인터넷 뉴스를 읽습니다. 평소에는 기사를 읽고 페이지를 닫습니다만, 댓글을 볼 때도 있습니다. 아주 잠깐 훑어보아도, 감당이 안 되는 무서운 말들이 눈에 스밉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세상이 이렇게나 험한 곳이구나!' 하는 일종의 현타(현실자각타임)를 맞이합니다. 수용은 없고 오로지 발화로 가득한, 그리고 혐오로 범벅된 댓글을 연이어 읽으면 현타를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양은 무수히 많지만 종류는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는 천하고 누구는 귀하고. 인간 경시가 댓글의 전부입니다. 
 
 이런 댓글을 읽으면 쓰레기통에 머리를 10분 정도 담그고 나온 것 같습니다. (그리하면 그 동네 사람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알 수 있는 것처럼 요즘 사람들 머리에 어떤 게 들었나 알 수 있지만) 남는 건 악취 뿐입니다. 저는 이럴 때 샤워를 합니다. 물론 썩은 건 제 머릿속이므로 샴푸질을 아무리 해도 지워지지 않으니 다른 방법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이건 출판사 뉴스레터이니 다들 예상하시겠지만) 제 머릿속 샤워는 독서입니다. 판형이 수도꼭지고 글자가 물입니다. (쓰고 웃습니다)

 제가 즐겨 읽는 책은 《일과 사람》이라는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 책들은 아이들에게 우리 주변의 수많은 직업에 관해 알려줍니다. 키자니아(직업을 놀이처럼 체험할 수 있는 어린이들의 놀이터)를 떠올리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시리즈가 다루는 다양한 직업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역시 중국집 요리사입니다. 《짜장면 더 주세요!》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 직업은 그야말로 전문직입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 재료를 다듬고, 짜장면 외에도 많은 메뉴를 만들고, 모든 손님들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가게를 운영합니다. 육체적 강인함, 숙련된 기술, 건강한 직업윤리. 직업인이 가질 수 있는 미덕은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댓글들이 주장하는 사회의 계층 같은 말을 믿을 수 없게 됩니다. 혐오하거나 경시할 수 없고, 오히려 존경하게 됩니다. 누구는 천하고, 누구는 귀하고. 이런 말에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그런 게 있다면) 정제되지 않은 댓글에 파괴된 전두엽이 살아나는 느낌마저 듭니다. (전두엽은 공감 능력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세상의 모든 가십거리가 마음을 힘들게 하는 요즘.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도 책을 읽혀야 하는 이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모두 《짜장면 더 주세요!》를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머릿속 악취는 씻지 않으면, 말과 글에서 악취가 납니다. 아주 지독해요. 무색무취의 독가스...... 저는 비위가 약해 매일이 힘듭니다. 모두 샤워를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건 물론 농담이지요. 다들 아시죠?
 
Ps. 그렇다고 거짓말도 아닙니다.
 
② 《명탐견 오드리, 추리는 코끝에서부터》 편집자 후기
- 정은숙 창작동화

하루에도 수백 권씩 새 책이 출간되는 한편, 오래 읽히는 책은 줄어든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만큼이나 독자들의 삶도, 관심사도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도 늘 고민이다. 어떻게 하면 오래 사랑받는 책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런 와중에 《명탐견 오드리, 추리는 코끝에서부터》를 편집하는 것은, 무척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이 책은 8년 전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뒤, 독자님들의 관심에 힘입어 ‘복간’이 결정되었다. 복간 소식이 알려지자 동네서점에서, 학교 현장에서, 더러는 책 만드는 동료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질문을 받았다. “오드리는 대체 언제 나오나요?”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이 책을 기억하는 독자들에게도, 2020년의 독자들에게도 사랑받으려면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꾸어야 할까? 
 
 초판을 읽은 독자들의 서평을 샅샅이 찾아 읽어 보았다. 그들은 오드리의 사랑스러움, 정은숙 작가의 맛깔스러운 문장, 쉴 새 없는 사건들을 책의 매력으로 꼽았다. 나의 마음도 독자들과 같았다. 변화한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들을 덜어내고, 장점을 부각시키는 긴긴 원고 수정이 시작되었다. 성역할을 특정할 만한 표현 등 을 바로잡고, 어린이로 특정된 사건의 범인을 바꾸기도 했다. 오드리의 ‘코끝 추리’를 보강하고, 추리 퀴즈를 새로 넣었다. 이미 출간되었던 책의 내용을 크게 수정하는 작업임에도, 정은숙 작가는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  
 
‘구성력이 뛰어난 화가’를 찾고 찾은 끝에 이주희 화가에게 그림을 맡긴 것은, 올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로 기록할 셈이다. 이 책을 읽으시는 독자님들은-소원성취하십시오!-하고 싶은 게 많은 편집자+디자이너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화가가 만나 킥킥 웃으며 만든 책의 즐거움을 앞면지부터 뒷면지까지, 한껏 느끼실 수 있다. 어느 동네에나 있었을 법한 ‘바둑이’ 캐릭터 잡기에는, 모란시장에서 구조되어 지금은 ‘환동해권 최고미견’으로 군림 중인 편집자의 반려견이 동원되기도 했다.  
 
암행어사 박문수 수행견의 후손인 네 살 암컷 토종개. 자기 이름을 스스로 지어 가지고, 무책임한 어른들을 꾸짖고, 어린이와 길고양이들을 지키는 정의로운 명탐정! 초판의 당당함을 간직한 채 새로 태어난 명탐견 오드리가 오늘의 독자들에게도 오래오래 사랑받으면 좋겠다. 거기에 더해, 품종견을 선호하고 토종개 유기가 빈번한 지금, 오드리의 활약이 유쾌한 ‘한 방’이 되기를 바란다. #번식장철폐 #사지 마세요_입양하세요
 
- 편집자 J
 
③ 《막내의 뜰》, 두 번째 집 이야기 6회, 세 번째 집 이야기 1회
두 번째 집 이야기 6회 - 혼자여도 안 심심해
 
햇볕 냄새가 나는 이불 속은 
따스하고 적당히 어두웠다.
막내는 엄마가 다리미질할 때
이불 홑청을 잡아주던 때가 생각나 뿌듯했다.
세 번째 집 이야기 1회 - 시골 친구들
 
시골 학교 옆 산밑에 있는 다른 집들은 
다 초가집인데 교장 사택만 기와집이었다.
담이 없어 집들의 마당은 서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초가집 아이들은 이어진 긴 마당을 
서로 오가며 재미있게 놀았다.
 
 
 
④ “도서정가제가 후퇴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사계절출판사 강맑실 대표, 제34회 책의 날 기념식에서 도서정가제 폐지 반대 퍼포먼스

10월 13일, 사계절출판사 강맑실 대표님이 '제34회 책의 날 기념식 및 출판문화 발전 유공자 시상식'에서 출판문화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 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대표님이 특별한 문구가 프린팅된 원피스를 입고 시상대에 올라 화제가 됐습니다. 그 문구는 '도서정가제', '책과 독자를 살리는 길'이었습니다. 
 
이 퍼포먼스에 관해 대표님은 “도서정가제가 후퇴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대통령에게까지 전달하려는 절박한 마음을 갖고 생각한 거죠. 11월이면 도서정가제의 근간을 흔드는 조항이 나올 수도 있다는데 상을 받는 마음이 편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퍼포먼스였죠”라 밝히며 도서정가제 폐지에 반대의 입장을 전했습니다.

사계절출판사의 이벤트, 그리고 외부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입니다. (아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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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한 상품이 기다리고 있는 독후활동대회.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대상 도서 중 읽으신 책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참여해보세요!
 
틀리지도 다르지도 않은 두 소녀의 사랑 이야기가 담긴 《오, 사랑》을 독서모임에서 만나보세요. 
 
10월 16일(금)부터 25일(일)까지 2020 서울국제도서전이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이번 행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까지와 달라 아쉽지만, SIBF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봅니다.
 
4. whitney, <take me home, country roads>
가을에는 군고구마 군밤 군옥수수 군감자 냄새 나는 음악이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지구인이라면 다 알고 있는 존 덴버의 명곡을 휘트니라는 캐나다의 밴드가 편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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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호는 11월 5일(목)에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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