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야만바 할머니』를 읽고

나이는 296살인데, 올림픽 선수보다도 힘이 세고 프로 레슬링 선수보다도 장사인 할머니가 있어요. 이 할머니는 그물 침대까지 있는 2층짜리 녹나무 집에서 혼자 재미나게 살고 있지요. 그 할머니가 누구냐고요? 도토리산 꼭대기에 사는 ‘야만바’ 할머니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 책에는 다섯 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요, 엉뚱하면서도 힘이 센 야만바 할머니의 활약상이 잘 그려져 있어요.

두 편은 야만바 할머니와 도토리산에 사는 동물들 사이에 일어난 일을 그리고 있어요. 야만바 할머니는 사촌 결혼식에 가는 까마귀 부부의 세 아기를 돌봐 주기로 하는데, ‘모모타로’ 이야기를 해 주다가 아기들이 잘 듣지 않자 얼른 이야기를 끝내고 맙니다. 그런데 야만바 할머니가 점심거리를 구하러 집을 비운 사이에 그만 구렁이가 세 아기를 삼켰지 뭐예요! 그러자 야만바 할머니는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자세로 구렁이를 빙빙 돌려 까마귀 아기들을 구해 주지요. 또 폭풍우 치는 날, 야만바 할머니는 그물 침대에서 혼자 여러 역할을 하면서 신나게 난파선 놀이를 합니다. 그러다가 물에 떠내려가는 너구리를 보고는 구조대 놀이로 바꾸어 너구리를 구해 주지요.

세 편은 야만바 할머니와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을 담고 있어요. 가을이 되자 야만바 할머니는 겨울 준비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도토리산에 알밤 도둑이 있지 뭐예요. 할머니는 알밤 도둑이 남긴 단서-빨간 실, 운동화 자국, 알루미늄 깡통-를 보고, 알밤 도둑이 ‘빨간 털이 달린 거대한 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어린 오누이였는데요. 야만바 할머니는 바람에 날려 온 상가 광고 전단지를 보고는 자기에게 초대장을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을로 내려가다가 자동차를 만나는데요, 자동차가 빨리 달리자 달리기 시합을 하지요. 야만바 할머니는 풍선을 찐빵인 줄 알고, 솜사탕을 먹어보고는 달달한 구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엉뚱한 오해가 큰 웃음을 자아내지요. 야만바 할머니는 사슴 할아버지를 구해 주고 ‘우라시마타로’ 이야기를 듣습니다. 야만바 할머니는 이 이야기를 듣고는 은혜 갚기를 하고 싶은 나머지 눈 내린 날 일부러 마을에 내려가 웅덩이에 빠져 있지요. 그러다가 어떤 할머니가 야만바 할머니를 구해 주는데요. 실은 시든 배추인 줄 알고 뽑으려고 했던 것이지요. 야만바 할머니는 그 할머니를 집으로 데려와서 크게 대접을 하지요.
 
 
 

야만바 할머니는 296살이나 되었지만 힘도 세고 아주 빨리 달릴 수도 있어요. 엉뚱한 데가 많은 야만바 할머니는 마치 할머니가 된 삐삐 같아요. 이 책에는 모모타로라든가 우라시마타로 같은 옛이야기의 세계, 까마귀나 너구리 같은 도토리산에 사는 동물의 세계, 왁자지껄하면서도 활기찬 마을 사람들의 세계가 아주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꾸벅꾸벅 졸다가도 남에게는 늘 “내가 잤다고? 잠깐 생각한 거야!” 하고 말하는 야만바 할머니. 야만바 할머니는 폭풍우가 치는 날이면 “난파선놀이 하기 딱 좋은 날이다!” 하면서 아주 신이 나지요. 『천하무적 야만바 할머니』가 어찌나 재미있던지 『야만바 할머니의 좌충우돌 바다 탐험』과 『야만바 할머니의 시끌벅적 운동회』도 단숨에 내리 읽었는데요, 야만바 할머니랑 심장이 두근두근하는 모험을 함께한 기분이었답니다. 별로 재미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어린이, 뭔가 신 나는 일이 없을까 두리번두리번 찾고 있는 어린이는 꼭 읽어 보세요. 절대 실망하지 않을 거예요!
 
 
글 - 엄혜숙(어린이책 번역가, 옛이야기·그림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