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이파라파냐무냐무> 이지은 작가

 
 
<이파라파냐무냐무> 이지은 작가 인터뷰

“캐릭터는 이야기의 톤, 세부사항을 정하고
심지어 결말까지 바꾸는 힘이 있어요.”

 
그림책에 여름 기운이 있어요. 여름 좋아하세요?
저는 봄을 좋아해요. 봄의 온도를 떠올리며 그림책을 만드는 편인데 여름의 기운이 있나요? 『빨간 열매』도 봄에 일찍 일어난 곰 이야기이고 『팥빙수의 전설』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그런 날이었어.’라는 책 속의 말처럼 계절로는 봄에 가까워요. 여름 기운이 있다니, 제가 여름에 태어나서 그럴까요?

이 이야기, 어떻게 떠올리게 되었나요?
차로 오래된 시골길을 지나가는데 손으로 흘려 쓴 페인트 간판이 눈에 스쳤어요. 일부는 지워지고 ‘냐무’라는 두 글자만 남아 있었어요. ‘냐무’라는 말이 아주 재밌게 느껴졌고 냐무냐무냐무라고 되뇌다 보니 이파라파냐무냐무라는 말까지 이어졌어요. 당시에 큰 개 쿵이에 대해 보호자로서 고민이 있던 차였는데 그런 심사가 메시지에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작업할 때 가장 즐거웠던 건?
보통은 이야기를 기획하고 만들 때 제일 신나는데 이번엔 컬러링할 때 정말 즐거웠어요. 손이 열 개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의 완성을 빨리 보고 싶다는 과흥분 상태가 컬러링 완료 시점까지 이어졌어요.

이파라파냐무냐무, 제목에 비밀이 있어요.
비밀이 있는 책이라 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도 있어요. 『이파라파냐무냐무』라는 제목도 책을 읽으면 전혀 어렵지 않은데 처음 보시는 독자들이 쉽게 다가오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있고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도 못 보여 드리고… 그래서 마음 한편에는 제가 비밀을 밝혀 버리고 여기저기 이파라파냐무냐무를 소리쳐 보고 싶기도 해요. 그래도 후기를 써 주시는 모든 분들이 비밀을 지켜 주시는 걸 보고 놀랐어요. 연대감도 느끼고 있어요. 이 책에 대한 따뜻한 배려 같아요. 감사해요.

책 속 마시멜롱은 표정이 다 달라요. 그린이의 즐거움이 느껴져요.
저도 표정이 없는 편이고 동물들처럼 표정이 많지 않은 무심한 것들을 좋아해서 처음의 마시멜롱들은 다 비슷비슷 무뚝뚝한 표정이었어요. 그러다 『며느라기』의 수신지 작가님이 추천해 주신 『만화의 창작』이라는 책을 봤는데, 그 안에 얼굴 근육의 움직임과 감정에 대한 부분이 있었어요. 무척 인상적이고 재밌었어요. 그래서 마시멜롱에 바로 적용해 보았지요.

이지은에게 캐릭터는?
이야기의 대략의 뼈대가 만들어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캐릭터를 만드는 일이에요. 제 경우 캐릭터는 이야기의 톤, 세부사항을 정하고 심지어 결말까지 바꾸는 힘이 있어요. 한순간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한참 애를 태우다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것들은 항상 늦지 않게 저에게 나타났어요. 앞으로도 그래 주길 바라고 있어요.

작업이 안 풀릴 때의 본인만의 노하우
어느 부분에서 작업이 안 풀리느냐에 따라 대처 방식이 달라요. 스토리나 기획에서 작업이 안 풀리면 일단 내려놓고 한참 떨어져 지내요. 그사이 다른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고 인풋을 시켜 주기도 하고요. 컬러링에서 작업이 안 풀리는 경우는 돌파형이에요. 잠시 놔두고 다른 장면을 그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컬러링이 안 풀릴 땐 잠시 정지를 못해요.

일 말고 다른 취미가 있다면요?
취미랄 것이 딱히 없는데 꾸준히 지치지 않고 하는 것이 취미라면, 우리 집 개들을 바라보는 것과 쓰다듬는 것이에요. 초록이 많은 곳에서 멍 때리는 것도 좋아해요. 그리고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지치지 않고 좋아해요.

요즘 뭐 하세요?
이파라파냐무냐무의 리뷰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찾아보고 있어요. 모든 후기에 답글을 달고 싶지만 부끄러워서 자제하고 있어요. 어느 골목 담벼락 밑 재활용 박스에 써 놔도 찾아볼 기세예요. 리뷰 많이 써 주세요. 그리고 차기작을 고민 중이에요. 겨울에 읽기 좋을 따뜻한 것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따끈따끈 호빵 같은. 호호 불어 읽기 좋은 그림책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