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족] 가느다란 마법사와 아주 착한 타파하

“가느다란 마법사와 아주 착한 타파하”
한번 들으면 절대 잊지 못할 책의 제목 글자수는 무려 15자나 되며, 한글 자음 14자가 모두 들어 있는 셈이다.
제목의 탄생 비화가 궁금할 수 밖에 없는데,
“가나다라마바사를 배울 때 요즘은 이렇게 한대.”
“가느다란 마법사? 그게 뭐야?”(p.168)
작가는 말을 잘못 알아듣는 바람에 “가느다란 마법사”를 탄생시켰다고 한다. 실수의 틈새를 이용하여 기회로 만드는 모습은 주인공 마법사의 모습과도 같지만, 이는 평소 작고 평범한 것들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의 관심사도 엿볼 수 있다.

“’궁금해하는 마음’ 또한 그런 마법 같은 힘이었습니다. (…) 어쩌면 마법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여러분 또한 가느다란 마법을 부릴 수 있어요. 정성껏 글씨를 쓸 때, 먼저 인사를 건넬 때, 친구의 실수를 살짝 덮어줄 때. 처음엔 별 것 아닌 듯해 보여도 끝내는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을 거예요.”(작가의 말p.169)

다양한 마법이 펼쳐지는 마법학교에는 실처럼 가느다란 재료의 힘을 찾아 마법을 배우는 “가느다란 마법사”가 있다. 비록 다른 마법사에 비해 시시해 보일지라도 마법의 틈새를 놓치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어 꽤 쓸모가 있다. 학교를 졸업한 마법사들은 저마다 할 일을 찾아 나서고, 가느다란 마법사에게도 해야 할 일이 생기는데… 뜻밖에 소망을 가지게 된 날씨를 만나게 되며, 마법사는 ‘종이’와 ‘참새들’과 여정을 함께 한다.

소망을 가지게 된 날씨는 다름 아닌 ‘서리’.
서리란 ‘대기 중의 수증기가 지상의 물체 표면에 얼어붙은 것’(출처:표준국어대사전)으로, 농작물에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반갑지 않은 날씨 중에 하나다.
기상현상으로 마을 사람들은 나무를 베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참새들은 터전을 잃을 수도 있게 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마법사는 큰 목소리가 아닌 작은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서리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자연의 섭리로 봄이 오면 서리는 당연히 사라지는 존재다. 서리에 대해 생각해 보지 못했던 만큼 일상생활에서도 의식하지 못한 채로 사라지는 것들은 존재할 것이다.
자연스러움으로 가려진 채, 큰 목소리들에 묻힌 채로.
의식의 여러 방향을 전환시켜 주는 요소라고 생각되어, 생각이 자라나는 시기의 많은 아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서리가 남을 해치려고만 안 하면 억지로 녹이지 않을 텐데……. 오래 남아 있고 싶은 마음이 잘못된 건 아니잖아. 방법이 문제여서 그렇지.”(p.106)
“서리의 말과 행동 안에 숨어 있는 작은 틈새를 찾아낸다면 이 상황을 해결할 적절한 마법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마법사는 생각했다.” (p.107)


[엄마] : ‘ㅇㅇㅅㅋㄹ’
기억에 남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상호이다.
모음 없이 자음만으로 간판을 걸다니, 참신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모음 없이도 ‘아이스크림’ 이라고 유추할 수 있으니 얼마나 신기한가?
그런 눈높이로 아이와 함께 “가느다란 마법사와 아주 착한 타파하”를 읽으니 글자 놀이를 겸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아이] ; 시골에 가면 냉동실에 생기는 성에 제거는 내 담당이다. 그래서 힘들고 싫은데, 이 책을 읽고 성에가 오래 머물고 싶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끝부분에 낱말을 이용해서 첫말 잇기, 낱말 퍼즐이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퍼즐을 푸니 재미있었고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