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홍명희 문학제 후기

제24회 홍명희 문학제, 단재와 벽초의 붉고 푸른 정신을 기억하며
 
날씨는 조금 쌀쌀했지만 하늘은 그 어느 날보다 푸르고 맑았던 2019년 10월의 어느 날, 제 24회 홍명희 문학제가 개최되었습니다! 어느덧 24회 째 진행되고 있는 홍명희 문학제는 『임꺽정』의 저자 홍명희 선생의 작품 세계와 소설 『임꺽정』의 문학적, 역사적 가치를 알리고자 하는 작가, 연구자들이 한데 모여 답사하고 토론하는 뜻깊은 자리입니다.
 
​특히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벽초 홍명희 선생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 선생의 푸르렀던 역사인식, 그리고 그 두 분의 뜨거운 우정을 함께 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에 걸맞게 이번 홍명희 문학제에는 1박 2일을 꽉 채운 알찬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고,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 참여해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자리가 되었습니다.



청주 예술의 전당에 한데 모여 개회를 축하한 뒤, 역사N연구소장 심용환 선생님의 학술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학술 강연'이라 해서 자칫 무겁고 지루한 주제이진 않을까, 걱정하신 분들도 아마 심용환 선생님의 강연을 듣고 나면 저절로 역사에 관심이 생기게 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신채호와 홍명희, 이제 그들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해 가야만 할까'라는 제목의 강연은 더 이상 대하소설을 읽지 않는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역사적인 인물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글들을 읽어 내야 하는가,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기존에 해석하던 관점과 시선에서 벗어나, 2019년 버전 새로운 홍명희와 신채호 기억 방식은 어떤 것이 있으며, 왜 그 논의가 필요한지, 오늘날 꼭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의미 있는 주제였지요.


뒤이어 진행된 상명대 명예교수인 강영주 선생님의 강연에서는 '벽혈단심(碧血丹心), 단재와 벽초의 우정'이라는 주제로 홍명희, 신채호 두 선생의 가슴 절절한 우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소설 『임꺽정』의 저자 홍명희, 독립운동가 신채호, 이 두 분을 알고 있긴 하지만 두 분이 서로 깊은 우정을 나누는 막역한 사이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는 분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일제강점기라는 암혹한 시간 속에 각자의 방식으로 독립을 위해 희생하시며, 그 와중에 서로의 안녕과 평온을 걱정했던 두 분의 우정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감동과 교훈을 선사합니다. 단재가 죽고 난 뒤, 그 사실을 한참 후에 알게 된 벽초가 그의 죽음을 애통해하며 발표한 추도문 「곡 단재」를 낭독할 때는 모두 엄숙한 분위기가 되어 절친한 친구를 잃은 비통함을 함께 느껴 보기도 했답니다.

 
"단재가 죽다니, 죽고 사는 것이 어떠한 큰일인데 기별도 미리 안 하고 슬그머니 죽는 법이 있는가. 죽지 못한다. 죽지 못한다. 나만 사람이라도 단재가 지기(知己)로 허(許)하고 사랑하는 터이니 죽지 못한다 말리면 죽을 리 만무하다. (…) ​살아서 귀신이 되는 사람이 허다한데 단재는 살아서도 사람이고 죽어서도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이 한 줌 재가 되다니, 신체는 재가 되더라도 심장이야 철석(鐵石과 같거니 재가 될 리 있을까. 그 기개, 그 학식을 무슨 불에 태워서 재가 될까. 모두가 거짓말 같고 정말 같지 아니하다. 단재더라 말 한마디 물어보았으면 내 속이 시원하겠다. 간 곳이 멀지 않거든 나의 부르는 소리를 들으라, 단재! 단재! "
 



좋은 자리에 흥겨운 축하 무대가 빠질 수 없겠죠! 풍물굿패 씨알누리의 흥겨운 풍물소리와 김강곤 선생님의 반주 위에 흐르는 조애란 선생님의 소리는 홍명희 문학제를 한층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로 만들어 주었답니다.



이튿 날, 쾌청한 하늘 아래 모두 함께 신채호 묘역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에는 단재 신채호의 묘소, 사당 그리고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단재기념관이 함께 모여 있는 곳인데요, 김하돈 시인의 안내에 따라 단재의 숨결을 느끼며 그의 삶을 알아보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신채호 묘역을 둘러 본 후, 다음 답사지로 찾은 곳은 홍명희 생가와 문학비였습니다. 이곳에서는 김순영 시인의 설명을 들으며 답사를 시작했는데요.




1730년 경에 건축된 것으로 보이는 벽초 홍명희의 생가는 괴산읍에 위치해 있습니다. 조선 후기 사대부 양반가 집의 전형적인 형태를 띄고 있으며 이곳의 사랑채에서 충북지역 만세운동의 준비가 이루어졌다고도 알려져 있지요. 복사기가 없던 시절, 직접 손으로 밀고 만들며 3.1운동의 전단지를 준비했던 역사적인 공간에 와 있으니 정말 왠지 모를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이 현장에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이 자리에 앉아 있었을까요.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고즈넉한 분위기의 마루에 앉아 있다 보니, 새삼 그런 감상에 잠기게 되었답니다.


문학비 앞에서 다 함께 찍은 기념사진을 마지막으로 이렇게 제24회 홍명희 문학제는 마무리되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알차고 풍부했던 1박 2일 동안 벽초 홍명희와 단재 신채호가 함께 숨쉬었던 그 시간, 그 공간에 대해 배우고 느끼고 체험해 볼 수 있었는데요.
10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유효한 벽초와 단재의 민족정신은 비단 이 1박 2일만 되새겨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남과 북이 갈리기 전 우리 민족의 정서와 유머, 낭만이 고스란히 반영된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을 읽으며, 다가올 미래 100년의 밑그림도 그려 보는 계기로 삼아 보는 것이 어떨까요.
단재와 벽초의 붉고 푸른 정신을 기억하며... 내년 제25회 홍명희 문학제를 기다려 봅니다!




 
-사계절출판사 편집부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