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 <지막 히치하이커> 문이소 작가를 만나다

 

출발은 했으나 아직 여행 중인 모든 히치하이커를 위해
제4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 <마지막 히치하이커> 문이소 작가를 만나다

인터뷰 및 정리 | 장슬기(편집부)
 
‘1년 동안 히치하이킹으로 세상을 여행하고 집(연구소)으로 돌아오라’는 미션을 받은 로봇이 있습니다. 자지도, 먹지도, 지치지도 않는 로봇에게는 쉬운 미션 같아 보였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먼저 떠난 세 대의 로봇이 실종되거나 부서진 뒤, 같은 이름을 가진 네 번째 ‘몰리오’가 길을 떠납니다. 몰리오는 무사히 히치하이킹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몰리오를 탄생시킨 문이소 작가는 좀 이상한 SF소설가입니다. 23년간 일곱 개의 각기 다른 직업을 거쳤고, 지금은 낮에 일하고 밤에 SF를 씁니다. 「마지막 히치하이커」로 제4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받고, 수상 작품집 『마지막 히치하이커』에 「목요일엔 떡볶이를」이라는 작품도 발표했습니다.
몰리오와 문이소 작가는 왜, 어떻게 SF에서 만나게 된 걸까요?


상당히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계세요. 어떻게 작가가 되셨나요?

전 제 삶의 궤적이 매우 단순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력을 정리해 보니 23년간 일곱 개의 각기 다른 직업을 가졌더라고요. 알바 빼고 직업만 7개니까 적은 수는 아니죠?
첫 직장은 증권회사였어요. 중3 때 집이 시원하게 망해서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해 일찍 취업했죠. 돈 벌어서 빚 갚고 간신히 미대에 진학했는데 졸업과 동시에 두 번째 헬게이트가 열렸어요. 그림 그려서 학자금 갚고 월세 내고 재료 사고 먹고살기 쉽지 않더라고요. 그 뒤로 세 번째, 네 번째 헬게이트가 계속 열렸고 지금이 일곱 번째죠. 먹고살기도 벅찬데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다 보니 그런줄 알았는데… 실은 제가 해 보고 싶은 일이 다양했기 때문이었구나 싶어요. 대기업도 다녀 보고 싶었고, 그림으로 밥 먹고 살고 싶었고, 아이들과 어울려 보고 싶었고, 글도 쓰고 싶었고, 어르신과도 함께하고 싶었고 등등…. 결국은 ‘재밌게 살다 가고 싶어서’ 그런 거죠. 지금은 직장인이면서, 그림 작가로도 살고 글 작가로도 사는 ‘예술노동자’입니다.


아동청소년문학 분야에 수많은 공모전이 있지만, 수상작가의 이름을 보면 갈수록 ‘완전 신인’인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요. 그런데 그 귀하다는 ‘완전 신인’이세요. 「마지막 히치하이커」는 어떻게 쓰시게 되었나요?

오호, 제가 ‘그 귀하다는 완전 신인’이었나요? 머리 좀 쓰다듬어 주겠습니다! 어릴 때, 재밌게 보던 만화가 제 뜻대로 결말이 안 나면 그렇게나 속상했어요. 누워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몇 시간씩 곱씹으며 해피엔딩을 상상했죠. 만화든 소설이든 영화든 맘에 안 들면 누워서 상상했어요. 머릿속에서 마음에 드는 이야기로 끝날 때까지요. 우연히 히치봇에 대한 기사를 읽었을 때도 그랬어요. ‘뭐야 이거, 진짜 이렇게 끝이야? 다시 안 해?’ 맘에 안 들더라고요. 또 이불을 뒤집어썼는데, 제목이 찾아왔어요. ‘마지막 히치하이커’. 그래서 맘에 드는 결말이 나올 때까지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첫 책이 나오기 전에는 대개 어떤 상상을 하게 되잖아요. 그림을 그리는 분이어서 더 구체적인 상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제4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시상식에서 직접 그린 「마지막 히치하이커」 삽화를 공개하시기도 했지요. 「마지막 히치하이커」의 주인공인 몰리오는 어떤가요? 선생님이 상상하신 모습과 일러스트레이터 황로우 님의 몰리오가 많이 닮았나요?

우하하하! 전혀 안 닮았어요, 보나(「마지막 히치하이커」 등장인물)는 더더욱 안 닮았고요. 몰리오의 외양은 2004년형 ‘휴보’와 ‘아시모’를 생각했어요. 보나는 제가 미술 수업을 하면서 만났던 4학년 친구가 모델이었고요. 저는 캐릭터의 이름을 꽤나 치열하게 찾아요. 찾으면서 그 캐릭터가 구체화되는 것 같아요. 몰리오는 라틴어 ‘몰리투도’에서 따 왔어요. 몰리투도가 적응성, 유연성, 정다움이라는 뜻이 있는데, 어감이 안 예뻐서 동사형 ‘몰리오’를 썼죠. 보나도 라틴어에서 따왔어요. ‘보누스’라는 단어에 좋은, 선량한, 인정 많은이라는 뜻이 있대요. 보누스의 여성형이 ‘보나’라고 해서 그대로 썼어요. 캐릭터를 설정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그림을 그려 보기도 하는데, 딱 맞는 이름을 찾으면 그리는 것도 멈추죠.
황로우 작가님의 몰리오와 보나를 보고 무척 기뻤어요. 몰리오와 보나의 이름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라서요. 다른 작가를 통해 새로 탄생한 제 캐릭터를 만나는 기쁨도 알았죠. 황로우 작가님, 감사합니다.


글을 쓰기 전에 먼저 그림을 그려 보신다고요.

몰리오와 보나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만들기 전에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어서 그렸어요. 몰리오는 저 정도면 되겠구나 싶었고, 보나는 좀 더 체격이 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 싶으면 참고 자료를 마구잡이로 모아요.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서 빈둥대다가 허리가 아플 때쯤 일어나 낙서를 하죠. 그러면서 아이디어가 정리되고 구체화되는 것 같아요. 아, 이렇게 하다간 망하겠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고요.


로봇 3원칙으로 대표되는 시기의 SF문학에서 로봇은 ‘지능을 가지면 인간을 해칠 수 있으니 두려워해야 하는 상대’였죠. 그런데 선생님 작품에 등장하는 두 로봇은 조금 다른 존재로 보여요. 「마지막 히치하이커」의 몰리오는 인간보다 더 우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이고, 신작 「목요일엔 떡볶이를」의 주인공 ‘루빈’은 독거노인들의 ‘정서지원자’인 휴머노이드예요. 우정이나 공감이나 위로를 인간의 특권인 것처럼 여겨 온 사람들에게는 당황스럽거나, 섬뜩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흥미롭네요, 특히 ‘인간보다 더’란 표현이 흥미로워요. ‘인간보다 덜’이어야 마땅하다는 속뜻이 읽혀서요. 음… 제 생각엔, ‘인간의 장점을 변수 없이 발휘하는 존재인 로봇’에게서 좋은 점을 배우면 되니까 섬뜩해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일본에선 어르신들을 위한 케어 로봇이 많이 쓰인다고 해요. 우리에게도 익숙한 로봇 ‘페퍼’는 어르신들의 인지 훈련을 지도하고(이건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일인데 말이죠, 머잖아 전 직장을 잃을지도 몰라요) 강아지 로봇 ‘아이보’와 ‘파로’는 어르신들에게 재롱을 떨며 기쁨과 즐거움을 준다고 하죠. 내가 마음을 주면 그 대상이 다육이든 강아지든 내겐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의미를 부여받은 대상보다는 의미를 부여한 주체가 더 중요하달까요. 로봇이 위로할 줄 아느냐보다는 사람이 그 로봇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했느냐가 더 중요할 거라 생각해요.


『마지막 히치하이커』 작가의 말에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어요. SF문학을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정의하셨죠. ‘이미 왔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은 세상을 더듬어 보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기 때문’에 SF문학을 좋아하신다고요.

그걸 ‘SF의 정의’라고 할 순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부 SF 작품과 앞으로 제가 쓰고자 하는 SF에 대한 생각일 뿐이죠. 제가 SF에 반한 이유 중 하나가 미래의 세상을 다룬다는 점입니다. ‘이미 왔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건 ‘시작되었으나 완성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어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희망하고 낭만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표현이에요.


선생님의 다음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자연과 사람 ‘사이’입니다. 경계이기도 하고요, 관계이기도 해요. 제가 강아지하고는 한 이불 덮고 잘 사는데, 바퀴벌레하고는 못 살아요. 바퀴벌레도 자연이고 생명이니 죽이지 말고 같이 살까요? 이 생각을 밀고 나가면 점점 더 어려워져요. 오리털 패딩, 마블링 많은 소고기, 계란, 우유, 치킨 더 나아가 실험실의 동물들… 요즘 그런 ‘사이’를 여행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