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족] 『비밀 소원』 나로부터 시작된 우리들의 소원이야기

미래와 이랑이는 '절대 다시는 만날 수 없을 만큼 친한 친구'인 '절친'이다. 경찰이었던 엄마 아빠를 잃고 할머니, 이모와 함께 사는 미래에게 이랑이는 가족과의 거리만큼 가깝고 소중한 친구이다. 그런데 요즘 이랑에게서 낯선 기운이 느껴진다. 이랑이에게서 우울함이 느껴지고, 지갑은 두툼해지고, 미래에게 비밀이 생긴 듯 말을 아끼고, 제일 큰 변화는 태권도에서 만난 언니와 친하게 지낸다는 것.

이랑이의 변화는 무엇 때문일까?
미래는 이랑이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을까?
'절친'인 이랑이와 미래의 관계는?

어른들은 가끔 아니 가끔보다는 자주 착각이라는 녀석과 손을 잡는다. 어른들의 결정이나 생각을 설명이나 기다림없이도 아이들이 이해하고 잘 따라와 줄거라는 착각,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상처는 애초부터 받지 않았을 거라는 착각, 아이를 위해 한 결정이라는 착각.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착각이라는 포장지 속에 꽁꽁 싸여져 진심을 전하지 못하는 때가 있다.

이랑이는 엄마 아빠의 이혼이 걱정되고 불안하다. 아빠와 단둘이 지내면서 생활의 리듬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보고 싶은 엄마가 더 힘들어질까 봐 연락도 보고 싶다는 말도 전하지 못한다. 어른들이 결정한 별거와 이혼이 이랑이에게 가져다준 현실은 외롭고 쓸쓸하다. 이랑이가 부모님을 생각하는 그 마음을 이랑이 부모님은 잘 이겨내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엄마를 생각하는 이랑이의 마음 한 켠에는 엄마에게 더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을 것이고, 엄마가 자신을 떠나간 그 마음이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마음이 남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의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슬픔의 깊이를 알 수 없다. 또한, 아이들도 그 깊이를 우리에게 표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다만 우리는 서로가 느끼는 깊이의 정도 만큼 걱정하고 위로하고 이해할 뿐이다. 미래이겨는 이랑이의 마음을 온전히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엄마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찾아온 변화를 이랑이가 잘 이겨냈으면 한다. 부모의 부재를 할머니와 이모가 대신해 주는 미래의 입장에서 이랑이의 슬픔은 또 다른 슬픔이란 걸 짐작하는 것 같아, 어른보다 속내가 깊은 아이들도 있음에 마음 한 켠이 짠해온다.

우리는 아직 어리지만 바보는 아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어떻게 된 일인지 이야기해 준다면 답답함이 덜할 텐데. 어른이 아이에게 자신들의 문제를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은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다. 용기가 없어서다. 68쪽

야구선수가 꿈인 현욱이, 현욱이는 지금 연예인을 꿈꾸는 김대니로 활동하는, 방송 프로그램 중 하나가 학교에서 촬영되면서 이랑이, 미래의 부탁으로 함께 하게 된 친구이다. 현욱이가 아는 PD님이 연출하는 프로그램으로 초등학생 사이에 꽤 인기있는, 소원을 말하는 방송이다. 미래는 이랑이가 방송을 통해 엄마를 찾을 수 있다는 좋겠다는 생각에 현욱이를 찾아가 방송에 나갈 수 있게 도와줄 것을 부탁한다.

현욱이는 연예인 지망생이라는 타이틀에 힘입어 팬카페 창궐을 조건으로 내세운다. 연예인 대니의 어깨으쓱과 미래의 안절부절 그리고 그들이 서로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미소가 지어진다. 어른들의 눈에 어설퍼보이는 그들의 행동이 무척 진실돼 보여 어떤 결과를 나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대니의 팬카페에서 일어난 작은 소동과 간절한 소원을 가진 친구들을 위한 미래와 이랑이의 양보, 어른들의 선택이지만 받아들이며 새로운 꿈을 꾸며 자신을 사랑해가는 모습들을 이야기하는 『비밀 소원』은 어른들이 느끼지 못할 뿐, 아이들 나름의 성장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철없음에 웃음이 지어졌다가 어른들의 속내보다 깊이있는 모습에 미안해지기도 했다가 성장해가는 그들의 모습에 대견스러움이 깃들기도 하다.

"물론 오늘 촬영한 것이 모두 텔레비전에 나가는 건 아니에요. 그렇다고 텔레비전에 나간 소원이 더 귀하고, 못 나간 건 덜하다는 뜻도 아니에요. 소원은 입 밖으로 꺼내서 말하는 것만으로도 힘을 발휘하거든요. 우리가 친구들의 소원을 듣고 올바르게 이루어지도록 응원해 줍시다." 94쪽

엄마와 아빠, 이모와 할머니처럼 우리도 언젠가 어른이 된다. 그 때가 되면 지금보다 많은 걸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거다
지금은 우리 스스로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에 둘러싸여서 살고 있다. 누군가는 이 시간을 지겨워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 나는 이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보려고 한다. 그럼 조금 더 나은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111~112쪽

엄마가 바라는 꿈과 나의 꿈을 조율하여 새로운 꿈을 갖게 된 현욱이와 아빠와 미국으로 떠나기로 결정한 이랑이를 마음 깊이 응원하는 미래, 그들의 미래엔 분명 꿈이 있고, 꿈을 꾸며 앞으로 나아갈 힘이 있음을 『비밀 소원』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내 맘 속 깊이 간직한, 간절한 소원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코로나 19로 힘들어하는 세계 많은 이들의 간절한 소원도 함께 떠올려보면서 내 마음 속 소원도 고이 간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