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청소년 독서감상문 대회 심사평 및 수상자 명단 (2006년)

감동과 성장의 기쁨을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


1. 심사과정 및 전체 심사평

먼저 그동안 수상자 발표를 기다리셨던 많은 분들께 발표가 늦어진 것에 대해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이하 책따세) 심사진은 6주 간의 빠듯한 일정에 따라 꼼꼼한 읽기와 진지한 토론을 거쳐 힘들게 최종 수상작을 뽑았다. 다만, 5주 차에 추석연휴로 한 주 회의를 못한 것이 결국 발표일을 3일 늦추는 결과를 가져왔다.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을 확인하면서 심사를 애타게 기다리신 분들에게도 6주가 짧지 않은 시간이었겠지만, 심사를 맡은 책따세 심사진에서도 6주가 결코 느슨한 시간이 아니었음을 말씀드리고 싶다. 

올해로 4회 째를 맞는 사계절 독후감대회, 올해는 작년에 비해서는 절반이 안 되는 총 328편의 응모작을 받았다. 최근 들어 독후감 대회를 여는 출판사들이 늘어나면서 응모자도 조금은 분산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렇게 원고를 받을 당시는 일단 읽어야 할 원고의 분량이 작년보다 적어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원고의 수준은 작년보다 향상되었기에 심사진이 읽으면서 들여야 할 시간과 노력은 가벼울 수 없었다. 특히 청소년부가 204편으로 일반부(124편)에 비해 수적으로 많을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우수했다. 학교나 학급 단위로 수행평가를 하듯이 응모한 경우는 없었고, 한 명 한 명이 모두 자발적으로 책을 읽고 자신이 받은 감동을 성실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음이 느껴져 흐뭇했다. 

전체적으로 응모자를 보면 연령층이 다양할 뿐 아니라 희귀병을 앓거나 아버지가 안 계신 학생, 장애를 가졌거나 현재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성인 등 자신의 독특한 경험과 아픔을 진솔하게 고백한 글이 있어 인상적이었다. 이는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 『너는 스무 살, 아니 만 열 아홉살』 세 작품에 대한 독후감이 184편으로 전체 응모작의 76%에 이르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1세기 세계 역사』나 『생명의 역사』 같은 비문학 도서를 읽고 쓴 독후감이 11편 밖에 안 된다는 것은 아쉽지만, 문학 작품(소설)은 삶이 지치고 고된 이에게 더욱 큰 힘을 발휘하는 ‘치유적 효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후감 심사과정은 예년과 같다. 예심에 해당하는 1차 심사에서는 수준 미달의 작품을 골라내고, 1차 심사를 통과한 작품들을 심사진이 교환해서 읽으면서 2차 심사를 했다. 최종 3차 심사는 1,2차 심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작품들만 모아서 수상작을 최종 확정한 후, 수상작 내에서의 순위를 정했다. 일반부 14편, 청소년부 24편의 수상작을 확정하는 데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최종심사에서 수상작의 우열을 가리는 데는 난항이 거듭되었다. 16명의 심사위원들이 표결보다는 토론을 통한 전원 합의의 방식으로 대상작을 결정하다 보니, 의견 차이를 좁히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논의가 치열해지면서 찬반이 팽팽할 때는 대상 후보 작품을 낭독했다. 묘하게도 작품을 낭독하면 필자의 생각과 감동의 깊이가 오롯이 전달될 뿐만 아니라 묵독을 할 때는 간과했던 표현상의 특징도 날것으로 드러난다. 한 작품 내에서도 문체상의 편차가 크게 드러나서 안정적이지 못하다거나, 혹은 욕심을 부려 문장을 지나치게 다듬다 보니 현학적이거나 표절의 의심이 드는 등 각 작품의 단점을 추가로 짚어낼 수 있었다. 

간혹 전문 작가의 작품에서도 ‘옥의 티’를 발견하는데, 일반 독자들이 쓴 독후감에서 단점이 발견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이 안정적이면서 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발상의 참신함이 돋보이는 글이 있었다. 우리는 그런 글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자신의 상황에 적용할 만한 점을 찾아보는 정례화된 독후감 쓰기의 틀에서 벗어나, 책을 통해 펼치게 된 자유로운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 보는 것은 재미있고도 의미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2. 일반부 심사평

입상이 확정된 14편의 응모작은 대부분 책을 꼼꼼하게 읽고 자신의 이야기를 적절하고 솔직하게 풀어낸 점이 좋았다. 하지만 간혹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는 익명의 댓글이나 라디오 방송에서 읽혀지는 청취자의 사연과 같은 글도 있어서 독후감을 쓸 때, 감정의 직설적 표출을 경계할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 대상 후보작으로 끝까지 격론을 벌였던 작품은 윤판자의 『생명의 역사』와 양혜단 『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이었다. 

윤판자는 소설에 비해서 독후감을 쓰기에 까다로운 과학책을 읽고 이 정도로 깊이있고 정교하게 자신의 삶과 연결시켜 썼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웠다. 낭독을 해 보니 간혹 어색한 문장도 있고, 개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어 대상으로 확정짓기까지 논란이 있었지만, 문학 편중이 심각한 대중의 독서 경향에 신선한 자극이 되리라 기대하면서 대상으로 확정했다. 

양혜단의 글은 문학교사의 글답게 작품을 보는 눈이 남달랐고, 다른 이에게 이 소설을 안내하는 길잡이로서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소제목으로 나눈 구성 방식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고, 자신의 진솔한 감상을 적은 독후감이라기보다 작품 해설에 주안점을 둔 서평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었다. 윤판자의 글과 비교하여 치열한 격론 끝에 아쉽게도 우수상에 머물게 되었지만 글쓰기의 모범을 보여준 훌륭한 독후감이었다.

그 밖에 우수상을 받은 이은주(『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의 글은 자신의 체험을 건강하게 잘 녹여냄으로써 읽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뒷부분으로 가면서 문장 구성력이 떨어지는 아쉬움만 보완했으면 한다. 김연식(『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은 같은 책으로 최종심에 올라온 5편의 글 중에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아 우수상을 받게 되었다. 또한 장려상 수상자 중에서 권영품(『『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은 주제의 통일성이 돋보였고, 인용이 많아서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대상 후보에도 오를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3. 청소년부 심사평

올해는 일반부에 비해 청소년부 응모작의 수준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최종심에는 고등학생의 글이 압도적으로 많이 올라왔지만 중학생의 글이 대상 후보작으로 끝까지 선전하면서 앞으로 중학생들의 활발한 참여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독후감만 읽고도 감동이 전해져 그 책을 (안 읽은 사람이)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글을 볼 때는 수상작 여부를 떠나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대상과 우수상을 놓고 일반부 못지않은 팽팽한 설전을 펼친 글은 유영은(『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과 손성실(『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이었다.

독후감을 ”책을 읽고 다시 그 책에 도전하는 글쓰기”로 본다면 유영은의 글은 탁월하다.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에 나오는 인물들 중에서 바르톨로메에게 가장 적대적이었던 아버지가 바르톨로메를 이해하고 격려하는 인물로 새롭게 재창조됨은 독후감의 전형(범위)을 놓고 심사진들 사이에서 열띤 토론이 이뤄지게 했다. 비록 유영은 글의 화자인 아버지가 작품 속 아버지와는 거리가 있다고 해도 그것이 오히려 책을 넘어서는 참신한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학교에서도 독후활동의 일환으로 지도하고 있는 ‘책의 뒷이야기 지어내기’(일종의 창작)로 볼 수 있는데, 철저한 상황 몰입과 유려한 문장에 힘입어 대상으로 확정짓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손성실(『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은 독서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정체성을 확인해 가는 진지함이 돋보였다. 중학교 1학년의 글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세련된 표현들이 많았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문체의 일관성이 흔들리는 아쉬움이 있어 우수상으로 확정했다. 자신의 개인적인 상황과 일치하는 부분 외에도 책의 내용을 더 깊고 넓게 이해하면서, 자신의 언어로 그 감동을 표현해가는 연습을 한다면 앞으로 큰 발전이 기대된다. 

그 밖에 우수상을 받은 맹준열(『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은 책에서 인상적인 단편 하나만을 다룸으로써 구성을 긴밀하게 한 점은 좋았으나, 의견만 내세우고 ‘현대 사회에서 『논어』가 다시 대두되는 이유’를 정확히 밝히지 못함으로써 치명적인 약점을 갖게 되었다. 조현진(『너는 스무살, 아니 만 열아홉 살』)의 글도 고3인 자신의 상황에서 깨달은 교훈과 감동을 개성적인 문체로 잘 풀어 써서 좋은 인상을 주었다. 다만 대상작으로 하기에는 교훈의 내용이 너무 평이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장려상 수상자 중 김태은(『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은 실제로 장애인과 함께 나누는 삶을 실천하고 있어서 감동이 있는 글이었고, 이한길(『너는 스무살, 아니 만 열아홉 살』)은 가족사로 인해 자신이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뜨리면서 동시에 5·18의 빛에 가려져 있는 어둠까지 섬세하게 읽는 능력이 돋보였다.


4. 심사를 마치면서 드는 생각

이번 심사는 그 어느 해보다도 책따세 자체 풍성한 시간이었다.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가기 전 ‘독후감이란 무엇인가? 어떤 독후감이 좋은 독후감인가? 독후감 지도는 어떤 방법으로 할 수 있는가?’ 등 독후감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심사과정에서도 총 16명의 심사진이 개별적으로 가지고 있는 독후감에 대한 개념과 좋은 독후감의 기준을 확인하고 공론화한 것은 책따세의 소박한 ‘자체 연수’가 될 만큼 뜻깊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 독후감 대회의 진정한 주인은 책따세 심사진이 아닌 328명의 응모자 전원이다. 비록 수상자 명단에는 오르지 못했을지라도 한 권의 책을 통해 얻었던 감동, 그 감동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하며 골라냈던 언어들, 완성한 독후감을 읽고 또 읽으며 조심스럽게 다듬고 뿌듯해했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바로 여러분 자신의 마음밭을 기름지게 하는 거름이 되어 또다른 독서의 씨앗이 심겨지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내년 여름, 다시 그 밭이 푸르고 싱싱하게 가꾸어져 있을 것을 믿는다. 그때 그 풍요로움을 책따세가 여러분과 함께 다시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심사진
 
수상자 명단
 
청소년부
 
대상
유영은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 영덕고등학교)
 
우수상
조현진 (너는 스무살, 아니 만 열아홉 살 / 공주여자고등학교 3학년)
손성실 (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 / 부용중학교 1학년)
맹준열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 염광고등학교 2학년)
 
장려상
김규식 (너는 스무살, 아니 만 열아홉 살 / 명지외국어고등학교 1학년)
이도빈 (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 / 전북 남원시 산내면)
조효진 (모래도시의 비밀 / 인천연성중학교 3학년)
김태은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조유정 (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 / 성문고등학교 1학년)
최옥란 (생명의 역사 / 부산시 동래구 안락2동)
박담선 (너는 스무살, 아니 만 열아홉 살 / 대평고등학교 1학년)
정수지 (너는 스무살, 아니 만 열아홉 살 / 대성여자고등학교 2학년)
강혜진 (모래도시의 비밀 / 보성여자고등학교)
이담비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 순창제일고등학교 1학년)
한상준 (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 / 광남중학교 3학년)
진현주 (너는 스무살, 아니 만 열아홉 살 / 백신고등학교 2학년)
김소정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김재유 (모래도시의 비밀 / 영도중학교)
홍선경 (모래도시의 비밀 / 고척고등학교 1학년)
이준규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 안양외국어고등학교 2학년)
고윤정 (너는 스무살, 아니 만 열아홉 살 / 효성중학교 1학년)
이한길 (너는 스무살, 아니 만 열아홉 살 / 전북과학고등학교)
황유진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 전남 여수시 신기동)
김인선 (너는 스무살, 아니 만 열아홉 살 / 송림고등학교 1학년)
 

일반부
 
대상
윤판자 (생명의 역사 / 대구시 달서구 대곡동)
 
우수상
양혜단 (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 / 광주시 남구 진월동)
이은주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 경남 김해시 내동)
김연식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 인천시 부평구 산곡3동)
 
장려상
권영품 (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 /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김하주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 서울시 관악구 신림2동)
김정미 (너는 스무살, 아니 만 열아홉 살 /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
김보람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 광주시 서구 상무동)
정경숙 (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 / 대전시 서구 가수원동)
이규은 (너는 스무살, 아니 만 열아홉 살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이승희 (20세기 세계 역사 / 서울시 동작구 사당3동)
천미라 (너는 스무살, 아니 만 열아홉 살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구갈3동)
김재분 (너는 스무살, 아니 만 열아홉 살 /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
윤대영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 서울시 은평구 대조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