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 김요섭

제6회 어린이 독서감상문 대회 일반부 우수상
김요섭

 
 
벌써 오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도 안타깝게 생이별을 한 이산가족들, 은실이네 가족처럼 서슬퍼런 이념의 칼바람 속에서 가족을 잃은 사람들까지. 그렇지만 사실 우리는 전쟁의 아픔을 제대로 알지는 못한다. 긴 시간이 흘렀고, 그 상황을 직접 경험해 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단지 교과서에 딱딱하게 설명된 몇 줄의 글이 전부였다. 하지만 『노근리, 그 해 여름』이라는 책을 통해서 전쟁 속에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얼마나 힘겹게 버티셨는지 조금이나마 짐작이 되었고, 그 큰 고통에 함께 아파할 수 있었다.

전쟁은 내가 생각해 왔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지금 전쟁을 이용한 수많은 게임들이 나와 있다. 그리고 서바이벌이라는 전쟁 게임이 버젓이 레저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문화 때문에 많은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은 전쟁을 단순히 스포츠나 박진감 넘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전쟁은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스포츠도 아니고, 박진감 넘치는 게임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전쟁이라는 것은 자신의 영원한 병풍이 되어줄 것만 같던 어머니를 잃게 하고, 자신과 함께 자라온 형제를 잃게 하고, 한동네에 살아온 친구와 이웃을 잃게 하는 것이다. 살기 위해 시체더미 속에서 밤을 지새며 핏물을 마셔야 하고, 밥이 없어서 건조한 미숫가루를 마시던 은실이네 가족. 이처럼 전쟁은 사람에게서 사람다움을 빼앗아 버린다.

나비를 보고 신기해서 따라가는 두 꼬마 아이 등 뒤에 총을 쏴야 하고, 피난 가는 선량한 사람들을 쌍굴에 집어넣고 마구잡이로 총질을 해야 했던 군인들도 전쟁의 피해자이긴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흰옷을 입고 떼지어 다니는 사람 즉, 우리 민족인 피난민들을 모두 죽이라는 상부의 명령. 상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하는 군인들은 높은 사람들의 놀음 속에 놀아나고 있다.

사실 한국전쟁의 모든 원인은 바로 이념 다툼에 있었다. 당시 우리 국민들 중 대다수는 이념이나 사상 따위에는 관심없이 농사만 짓던 평범한 농사꾼들이었다. 하지만 일부 권력자들의 이념 다툼에 우리 조국이 이처럼 되돌이킬 수 없는 일을 벌이고 있었다. 한국전쟁 때 대립했던 사상은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였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건립하는 것이고 공산주의 사상은 평등함을 앞세운 사상이다. 두 이념 모두 사람을 좀더 사람답게 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누구를 위해서였던가. 피로 물들어 죽어가던 우리 민족들, 같은 형제의 머리를 겨누며 죽이려 들던 그 모든 정황이 과연 민주주의고 공산주의인지 의심될 뿐이다.

은실이와 노근리, 임계리 사람들이 전쟁통에서 고통스럽고 힘들어하는 장면 때문에 나는 몇 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피와 핏덩이를 마시고, 눈알이 빠져 볼에 붙고, 눈 앞에서 부모님이 죽고, 나의 형제가 미친 사람이 되어서 돌아오는 이 모든 일들이 우리 민족이 겪은 일이라니 정말 믿기 힘들었다. 권력을 쥔 자들의 사상 대립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고통과 공포 속에 몰아넣었던 것이다. 그들은 수백만의 사람들이 죽어가는 동안 가장 안전한 곳에서 명령만 내리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올랐다.

전세계 유일한 분단 국가인 한국은 3년간의 전쟁으로 휴전선을 만들고 남한과 북한으로 나누어 서로를 증오하기까지도 한다. 우리는 오십여 년 전에 벌써 전쟁의 고통을 겪었고, 오십 년 넘게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다. 그러나 그 고통이 이젠 끝났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언제쯤일까?

이젠 더 이상 슬프고 아파해야 할 일은 없었으면 한다. 통일의 방법도, 절차도 나는 잘 모르지만 은실이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근리의 처참한 비명을 다시는 듣지 않기 위해서는 그 어떤 이유의 전쟁도 용납되지 않아야 한다. 지금도 지구촌 어디에선가는 전쟁의 위협적인 총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을 것이다.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어리석고도 무서운 죄라는 전쟁, 그 전쟁의 끝에는 오직 비인간적인 살육과 고통만이 기다리고 있음을 그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