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바꾸는 정치 공부] 8강 - 정치와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내 삶을 바꾸는 정치 공부' 마지막 시간입니다. 그동안 꾸준히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보이지 않는 독자를 '애써' 상상하며 연재를 이어온 저에게도 박수를... 마감의 압박 같은 건 없었지만, 그래도 쉽지 않았습니다. ㅎㅎ 이 8편의 짧은 연재가 여러분의 삶을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정치는 우리 모두와 관련된 사항을 결정하는 행위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를 묶는 방식에는 본래 근거가 없습니다. 하지만 한 번 '우리'로 묶이고 나면, 그것을 지키려고 하는 힘이 작용합니다. 게다가 응고되려고 합니다. 그러한 힘이 정치의 역동성을 낳기도 하지만, 그 힘이 폭주하거나 '우리'를 절대화하려고 하면 불건전한 정치가 됩니다.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과연 정치에서 '거리'의 문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정치의 본질은 적대성에 있다는 생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분명히 그런 면이 있고, 실제로 정당정치는 그런 적대성을 제도화한 것입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자본가와 노동자가 각기 자신의 이해관계를 대표하는 정당을 만들어 경쟁을 하는 형태로 정당정치가 시작되었습니다. 계급 간의 거리가 정당 간의 거리가 된 것입니다. 계급뿐만 아니라 호남이니 영남이니 하는 지역차에 따라 정당 간의 거리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정당정치는 사회 안의 균열, 거리, 적대성을 제도로 흡수한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노동자 대 자본가라는 단순한 도식만으로는 사회 안의 적대성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습니다. 노동자 안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존재하고, 그 밖에 세대 간이나 성별 간의 대립도 존재하고 민족주의적 정서에 기댄 대립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오래전부터 정치에서는 물리적인 거리의 가까움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좁은 범위의 사람들이 더 강하게 결합하기 때문에 정치하기도 쉽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지금까지 느껴온 거리감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멀다고 생각했던 곳이 교통이나 통신의 발달로 아주 가까워졌고, 거리 자체가 없어지는 상황도 볼 수 있습니다. 국경을 넘어 긴밀하게 연결되는 세계 경제, 원자력 발전과 같이 이웃 국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경 및 에너지 문제,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인터넷 환경 등 물리적인 거리가 의미를 잃게 되었습니다. 정치에서 의미 있다고 여겨졌던, 거리를 둘러싼 전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국경을 넘나드는 많은 문제들을 '자기 문제' 혹은 현실적인 위험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방관하기 일쑤입니다. 그런 위험성을 생각하면 생활에 필요한 안정감이나 일상성의 기반이 상실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대응은 사고(思考)의 정지일 뿐입니다. 진정한 문제를 회피하고 있습니다. 위험을 정면에서 보고 대응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입니다."(<정치는 뉴스가 아니라 삶이다> 192쪽)
 
      정면 대응!
위에서 말한 것처럼, 경제가 글로벌화되고 주권국가의 국경이 상대화되면서 정치의 전제들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국경 안의 국민들을 상대로 유능한 정치인이 좋은 정책을 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시대는 지나간 것입니다. 이제는 누가 해도 정치가 잘 돌아가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일국의 정부가 어떤 정책이나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경제 상황을 바꾸기란 불가능한 일입니다. 정책적인 선택지의 폭이 극단적으로 좁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치에 과도하게 기대를 거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닙니다. 과도한 기대는 쉽게 절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치 따위 없어도 좋지 않은가 하는 이야기로 귀결되기 십상입니다. 물론 정치에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 곧 정치를 없애면 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정치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거리가 필요합니다.
 
 
 
 
<정치는 뉴스가 아니라 삶이다>의 저자 스기타 아쓰시는 정치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정치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첫째, 정치는 다양한 가치관과 관련되는 것이고 다양한 가치관 사이의 조정이야말로 정치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중략) 극단론을 별도로 한다면, 정치적 의견에는 각자 나름의 부분적인 올바름이 있습니다. (중략) 정치적인 토론을 추진할 때 주의해야 하는 것은 정치는 선악을 논하는 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유일하게 올바른 답 이외에는 필요 없다는 자세는 더 이상 정치적이지 않습니다. 올바르지 않은 것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정치의 장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은 정치가 기능하는 장을 없애는 행위로 이어집니다.
 
둘째, 정치적 사고에서 중요한 것은 타인과의 거리에 대한 감각입니다. 모두가 자신과 비슷한 존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은 전면적으로는 서로 알 수 없는 존재입니다. (중략) 사람이 복수로 존재하고 있고, 잘 들어보면 각각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의견을 듣는 민주정치가 필요한 것입니다. (중략) 여기서 말하는 거리 감각이란 ‘간격’과 같은 것으로 극단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도 아니고, 거리를 두지 않고 서로 달라붙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다.
 
셋째, 정치는 복잡하고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투명성의 세계에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정치는 이해관계를 달리 하는 살아 있는 인간들의 대립을 전제로 조정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중략) 정치적으로 무엇인가를 바꾸려고 한다면, 손으로 더듬어 찾는 작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략) 감각의 문제라고 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정치에 거리를 두는 방식은 틀림없이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정치적 사고를 어떻게 몸에 익힐 것인가가 하나의 물음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_ 196~200쪽
 
이것으로 [내 삶을 바꾸는 정치 공부] 총 8강의 연재를 마칩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