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가족> 가느다란 마법사와 아주 착한 타파하 서평

"가느다란 마법사와 아주 차칸 타파하"
소리내어 제목을 읽자마자
'요고요고 재미있는 제목이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에 순서대로 들어있는 우리말 자음소리들이 소리내서 읽는 즐거움을 더 해주는 것 같다♡

마법을 배우고 싶은 아이는 마법학교를 찾기 위해 길을 헤메고 먼 길을 혼자 걷고 또 걸어서 마법 학교에 도착한다. 도착하자마자 교장 선생님은 은빛 손잡이가 달린 문을 열고 그 방을 가로질러 반대편 문으로 나오라고 했다.
아이는 방을 가득 채운 마법의 힘들을 헤치고 반대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아이는 그 방에서 아주 가느다란 실, 얇은 그림자, 거미줄, 눈송이를 닮은 솜털과 민들레 씨앗을 보았다.

그렇다면 가느다란 마법을 배울 수 있겠습니다. 가느다란 힘들을 알아보았으니까요.
_p.16

이렇게 아이는 가느다란 마법사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가느다란 마법사는 졸업을 했고 학교를 떠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묻고 물어 '갓 졸업한 마법사를 위한 작은 방'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곳에서 흰털 참새와 파란얼룩 참새, 두 마리 참새가 가느다란 마법사를 찾아와서 부탁을 한다.
참새들의 최고의 집인 향나무를 사람들이 최근 나무가 너무 커져서 베는 게 좋겠다고 하니 도와달라는 것이다. 겨울이면 보통 나무들은 잠을 자느라 눈에 띌정도로 자라지 않는데... 평범한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 가느다란 마법사는 향나무에게로 간다.

그런데, 나무는 왜 자꾸 커지는 걸까?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세상밖 홀로서기가 두려웠던 가느다란 마법사는 조금 더 성장하게 된다.

가느다란 마법사는 가느다랗지 않다.
_p.9 첫문장

처음 책제목만을 읽고 '가느다란' 마법사가 가느다랗게 변신을 해서 벌어지는 이야기일까라고 생각했는데 가느다란 마법을 쓰는, 무슨 힘이 있겠나 싶은 가느다란 물건들을 활용해 주변을 도와주는 이야기였다. 마법사가 나오는 판타지 소설 속에는 늘 조력자가 등장하는데 가느다란 마법사를 도와주는 캐릭터가 아주 착한 타파하이다. '타파하'는 제목에 붙은 수식어처럼 '아주 착한' 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캐릭터이다.

약간 츤데레 캐릭터라고 할까
쌀쌀맞고 인정이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캐릭터♡
'타파하'는 가느다란 마법사도 모르게 가느다란 마법사와 동행을 시작해 함께 사건을 풀어나간다.

학교를 떠날 때 셋째 선생님이 불러 준 노래, 고소한 떡 냄새처럼 작고 소소한 것들이 마법사에게 힘을 주는 것처럼 우리도 기운을 내려고 할 때 엄청난 것들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먼지뭉치.
우리가 사는 구석, 어딘가에도 존재할 먼지뭉치가 가지고 싶었던 이름은 "쓸모". 먼지뭉치도 쓸모가 있기를 바라서 서리를 도왔고 마법사를 도와준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꼭 쓸모가 있어야 하는거야."
_영화 미나리 중

쓸모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떠오른 말.
미나리에서 제이콥이 아들에게 해준 말이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한참동안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쓸모... 우린 꼭 쓸모가 있어야 한다.

김혜진 작가님은 쓸모와는 거리가 먼 '먼지뭉치'에게 쓸모라는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우리 주변에 아주 작고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는 이야기의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이 책은 한글이 자음과 모음의 다양한 조합으로 얼마나 재미있는 말놀이를 할 수 있는지를 알게 해준다. 자음과 모음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타파하'덕분에 이 책을 함께 읽은 초등학생 아이와 글쓰기 놀이도 해보았다.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
를 앞에 쭉 써놓고 한줄씩 문장을 만들어보는 놀이도 해볼 수 있다.

초등학생 아이들과 말놀이를 함께하며 독후활동까지 재미있게 할 수 있어서 아이와 함께 읽기 참 좋았던 책이다.
8월에는 또 어떤 책을 아이와 함께 읽게 될지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