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_11월 뉴스레터-2

<귤 사람>, <내 친구의 집>

① 《산책을 듣는 시간》 / 여는 글
- 정은 지음

 그러니까, 벌써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아마 10년 전. 친구와의 관계에 사소한 오해가 생겼을 때의 일입니다. 상호 이해를 위한 많은 말들이 오갔지만 이야기는 겉돌 뿐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때 머릿속에 있는 걸 모두 보여주고 싶었는데 (어디서 들은 건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우리 머리에 USB 포트 같은 게 있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상상했습니다. (3G에서 5G까지 기다렸지만 아직 묘연하네요. 8G에는 가능할까요.) 
 
 그런데 당시에는 학수고대하던 그 기술을 지금에 이르러서는 안 나와도 그만이라고, 기대를 버렸습니다. 내 사정을 가능한 한 정확히 이야기하면 누구나 저를 이해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같은 게 있었지만 지금은 없습니다. 제가 아무리 말을 잘해도, 듣는 사람이 해석을 다르게 하면 끝. 인간 관계는 데이터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혹시 《산책을 듣는 시간》(제16회 사계절문학상 수상작)을 아시나요? 제목부터 눈길이 가던 소설이었습니다.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저는 이 책을 읽고 만약 우리의 대화가 산책이라면 하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의 대화가 산책이라면, 우리는 지금보다는 편하게 살았을 것 같습니다. 대화가 필요할 때 우리는, 말 없이 운동화를 신고, 필요한 만큼 걷고, 다시 운동화를 벗으면 되니까요. 생각하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고 수정하고 대답하길 반복하는 지금의 대화와 비교하면 무척이나 심플하고 조용합니다. 데이터가 없습니다.
 
 물론 이건 만약의 영역이지 현실이 아닙니다. 산책이 대화를 대체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머리와 머리를 연결하는 USB와 다르게 산책은 예전부터 존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러니 앞이 막혔을 때, 대화로 돌파하지 않고 조용히 산책을 하면 됩니다. 또한 다행스럽게도,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든 《산책을 듣는 시간》 또한 2018년부터 꾸준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꾸준히 만나게 될, 아직 오지 않은 독자를요.
 
 산책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이만 줄입니다. 
 
 
*사진은 《산책을 듣는 시간》의 뮤직비디오 스틸컷입니다.
이 링크를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② 《어린이라는 세계》 편집자 후기
- 김소영 지음

김소영 선생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팟캐스트 ‘혼밥 생활자의 책장’을 통해서였다. 성인들이 듣는 도서 팟캐스트에서 부지런히 어린이책을 소개하고, ‘어른책’을 읽더라도 어린이들과의 에피소드에 비추어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시는 면이 좋았다. 방송을 꾸준히 챙겨 들으며 내가 아이들 엄마라면서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들,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마음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저 분 이야기를 잘 들어둔다면 좀 더 좋은 어른,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혼밥’을 들으며 퇴근하는데, 김소영 선생님이 소개하는 한 어린이의 에피소드가 당시 편집하고 있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에 등장하는 일명 ‘피부 관리 소년’(무더운 여름날 모두가 계곡으로 뛰어나가고 김원영 어린이만 혼자 방에 남게 되자, 차마 곁을 떠나지 못하고 피부 관리를 해야 한다는 실없는 소리를 하던 소년)의 이야기와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학급과 특수 학급을 오가며 수업을 듣는 한 친구 때문에 시간표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 친구 하나만 손해를 보면 나머지 학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자 용감하게 그 상황을 제지한 한 어린이의 이야기였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 속한 두 사람이었지만, 이 두 어린이를 꼭 연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속에 잘 담아두었다가 책이 출간된 후에 메일을 드리고 책을 한 권 보내드렸다. 그렇게 서로 인사는 나누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선생님과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나는 어린이책 영역에 있는 사람도 아니었고, 어린이와 관련해 어른이 읽을 만한 책이 어떤 것일지 별다른 아이디어도 없었다. 그저 선생님의 샤이 팬으로 머물다가 그럴듯한 핑계를 하나 만들어 마침내 선물을 안겼다는 마음 정도였다.
 
 
 
- 편집자 L
 
③ 《막내의 뜰》, 네 번째 집 이야기 1, 2회
네 번째 집 이야기 1회 - 큰언니 종아리
 
막내는 언젠가부터 마지막 소절을 고쳐 부른다.
"리리리 자로 끝나는 말은 개나리 보따리 목소리
큰언니 종아리."
노래를 부르다 보니 유난히 통통한 큰언이 종아리가
떠올랐던 것이다.
큰언니는 큰소리로 웃었다.
네 번째 집 이야기 2회 - 둥그런 밥상이 좋아
 
"막내야." 하고 큰 소리로 막내를 부른다.
막내가 겨우 울음을 그치고 아버지 방으로 가자
"내일부터는 이 상에 와서 먹거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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