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사계절문학상 결과 발표

제22회 사계절문학상 결과 발표
 

수상작 없음

제22회 사계절문학상 심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올해는 이금이(작가), 김해원(작가), 강수환(평론가) 세 분이 예심과 본심을 맡아 주셨습니다.
아래에 고민을 거듭하신 심사위원님들의 심사평을 밝힙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과 심사위원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2024년 12월 31일 마감되는 제23회 사계절문학상 응모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제22회 사계절문학상 심사평]
 
제22회 사계절문학상에 공모된 원고는 총 81편이었다. 내용과 형식 안팎으로 다매체 기술 시대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응모작이 다수였다. 웹소설의 기법을 반영한 듯한 간결하고 빠른 전개, 시공간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소설적 배경, 다양한 장르적 실험 등이 눈에 띄었다. 외양은 다채로웠으나, 다만 그만큼의 깊이와 새로움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다. 작품의 신선함을 좌우하는 요인은 소재나 장르가 아닌 관점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단순히 청소년 독자에게 다가가려는 태도를 넘어, 청소년 내부로 진입하여 이들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아야 하겠다. 청소년들은 소설로부터 어른 작가의 배려를 읽는 것보다는 자신의 삶과 마주하는 경험을 더 크게 원할 것이다. 본심에서는 네 편의 작품이 논의되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우리 집까지』는 안정적인 문장과 서사 구조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한쪽은 곧 떠나야 하기에 깊은 관계를 원하지 않고, 한쪽은 그 무엇도 차마 떠나보낼 수 없어 과거를 그러안고 있다. 작품은 상반되어 보이는 인물들이 우정을 쌓으며 자타를 이해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 낸다. 하지만 설명을 통해 인물과 사건을 풀어내는 경향이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사건 속으로 과감히 인물들을 밀어 넣어 서사적 역동성을 불어넣었다면 소설 속 ‘집’이 인물들에게 갖는 의미가 더 설득력 있게 전해졌으리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세미처럼 뛰어라』는 이색적인 분위기와 세계 설정을 바탕으로 독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뛰어났다. 주제와 소재의 면면에서 가장 개성 있었으며, 여성중심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스포츠물을 새로 쓰고자 하는 작가의 포부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초반에 펼쳐 놓은 매력적인 설정과 소설적 요소들을 끝까지 책임 있게 회수하는 서사의 힘이 부족했다. 강렬한 세계관과 이미지를 통해 흡인력을 일으키는 이 소설이 더 큰 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긴 호흡의 장편보다는 단편 형식을 무대로 삼는 편이 더 적합해 보인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너에게 스콘을 주고 싶어』는 우리에게 필요한 애도의 태도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소설은 가족과 친구를 잃고 남겨진 이들이 애도의 과정을 거치면서 차츰 내면과 관계의 회복에 이르는 양상을 진솔하게 그린다. 하지만 수수께끼 형식의 플롯이 지나치게 앞선 나머지 청소년 주체의 삶이나 현실이 서사 속에서 잘 형상화되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쉬웠다. 또한 죽음을 앞둔 청소년이 수수께끼의 형태로 동생에게 유언을 남긴다거나, 그 내용이 얼마간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는 설정이 과하다는 우려도 있었다.
 
『채채 체인지』는 학생과 교사의 신체가 우연히 뒤바뀌는 이야기로, 이해할 수 없던 상대의 처지를 차츰 헤아리고 공감해 가는 과정을 작위적이지 않으면서도 사랑스럽게 그려 낸 작품이다. 학생과 교사의 관점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이들의 일상을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나타낸 점도 미더웠다. 그렇지만 이야기의 전개 과정이 다소간 상투적이고 소설이 전하는 주제와 메시지 역시 전형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비슷한 설정을 공유하는 기존 작품들과의 차별점을 드러내지 못한 점이 한계로 작용했다.
 
긴 논의가 이어졌다. 응모작에 담긴 문장 하나하나에서 작가들이 기울인 애틋한 노고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더 많은 미덕을 찾고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오랜 시간 대화를 이어갔지만, 안타깝게도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수상작을 선정한다는 것은 단순히 잘 쓴 원고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절실하나 아직 도착하지 않은 이야기의 원석을 발견하고 선보이는 일이기도 한 까닭에서다. 기쁜 소식으로 찾아뵙지 못해 송구하다. 응모해 주신 모든 작가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하며, 오늘도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는 청소년들을 위해 항상 건필하기를 기원한다.
 


심사위원
이금이(작가), 김해원(작가, 제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자), 강수환(평론가, 대표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