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Z 캠프』 - 좀비 같은 인간, 인간 같은 좀비



카리브 해 아이티에서 탄생한 이래, 좀비는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대중의 가슴을 할퀴었다. 조지 로메로 감독의 전설적인 좀비 3부작의 시작인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년 공개된 이래 좀비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좀비 열풍을 주도한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였고, 주로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28일 후><월드 워 Z>가 대표작이고 후속으로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나왔다(갈수록 멀어지긴 했지만 초창기에는 좀비가 등장했다).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워킹 데드>는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중이고, 최근에는 <부산행>이라는 영화가 엄청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좀비 열풍이 불고 있다.

  좀비가 등장하는 창작물은 각각 저마다의 특징이 있으면서도 묘한 공통점이 있다. 좀비보다 더한 악당이 등장하고, 주인공이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다 해도 인류를 구원하지는 못한다. 이런 현실성 덕분에 좀비가 등장하는 작품들은 현대 문명에 대한 다양한 풍자와 비평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좀비는 창작물의 주요 소재로 발돋움한다.

  필자가 궁금했던 것은 청소년소설이 좀비라는 존재를 어떤 식으로 소화하느냐다. 사실 좀비가 등장하는 창작물들은 잔인함을 동반하며, 문명사회에 대한 조롱과 은유 등을 함유하고 있기에 청소년소설과는 거리감이 있었다. 최근 서구에서는 『메이즈 러너』 시리즈같이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하는 청소년소설에 좀비를 등장시키기는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움직임이 없었다.

  『Z 캠프』는 좀비를 성공적으로 청소년소설로 옮겨 왔다. 사실 감염을 의심받는 소수의 아이들이 인적이 드문 섬으로 들어간다는 초반 내용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좀비들의 특징은 많은 수가 등장해야 하는 것인데 고작 일곱 명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섬으로 가는 과정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자살인지 혹은 타살인지 알 수 없는 의문의 추락사를 둘러싸고 비밀을 가진 아이들이 한 군데에 모인 것이다.

  초반 아이들 각자의 시점으로 돌아가면서 당시 정황을 설명하는 부분은 추리소설을 뺨칠 정도로 긴장감이 넘친다. 민선이라는 아이가 학교에서 떨어져 죽었고, 일곱 명의 아이들은 민선이의 죽음에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다. 각자 비밀을 가슴에 품은 채 섬에 도착한 아이들에게서 이상한 징조들이 나타나고 서로 속고 속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좀비라는 존재를 잊어버릴 만큼 속도감이 높았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이 떠오르는 흥미로운 플롯은 좀비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사실 좀비라는 개체 자체보다는 그것이 등장하는 이유와 좀비의 등장 이후 인간이 파괴되어 가는 삶이 더 흥미롭다. Z 캠프』 역시 두려움과 공포에 떨면서 섬으로 온 아이들이 자신이 저지른 죄로 인해 무너지는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 준다. 어른들보다 더 참혹하고 좀비들보다 더 잔인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청소년소설 속에 좀비가 어떻게 녹아 들어갈 수 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기도 한 일곱 명의 아이들에게서 평범한 인간이었다가 이성을 잃고 날뛰는 좀비들의 모습이 엿보인다. 학교 폭력과 왕따로 상징되는 학교는 불합리한 사회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그 안에서 견뎌야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좀비가 오버랩 되는 것은 슬프게도 너무나 현실적으로 보인다. 어른을 뺨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아이들이 과연 좀비들과 무엇이 다른지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이 참으로 슬픈 소설이었다.

| 정명섭(좀비 덕후 소설가)


 
 
Z 캠프

저자 김영주

출판 사계절

발매 201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