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일기 2012 l 변구와 시아의 교환 일기 : 이시아

내가 쓰는 역사 일기 대회 2012 / 개인 부문 우수상
서울상경초등학교 5학년 이시아
 
 
 
 
2012년 5월 4일(시아의 일기)
 
난 만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만화가가 꿈이다. 만화를 보면 정말 신기한 일이 많이 일어나지만 설마 현실에서도 그런 꿈같은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 고려 궁지를 찾아갔다. 드라마 ‘무신’을 보는데 아빠가 드라마에 나오는 무신정권이 몽고군에게 쫓겨 강화도로 피난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세운 궁궐터가 아직 강화도에 남아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걸 보러 갔다. 하지만 실망했다. 고려 궁지는 다 없어지고 발굴을 기다리는 커다란 언덕으로만 남아 있었다. 

운동장처럼 넓은 언덕에서 동생과 나는 신나게 달리기를 했다. 한 번은 언덕 끝까지 달리는 것으로 경주를 했는데 거기서 이상한 거울 하나를 발견했다. 어! 그런데 웬 남자 애 얼굴이 비치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옛날 옷을 입고...

놀랍게도 그 남자애는 고려 사람이었다. 진짜로! 입이 떡 벌어졌다. 이것이 만화에서나 보던 시간여행이었다. 그게 내 눈 앞에 실제로 일어나다니.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었다. 마치 휴대폰으로 화상통화를 하는 것 같았다. 이름은 변구였다. 

원래 이 거울의 주인은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 친구 것이란다. 얼굴이 잘 생긴 것 같더니 역시 여친이 있었다. (쳇, 아무렴 어때. 어차피 만날 수도 없는 고려 사람인 걸.) 그 여자 친구가 잃어버린 것이라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돌려줄 수도 없는걸 뭐.) 아무츤 우리는 그렇게 교환일기를 쓰게 되었다. 옛날 일을 알아두면 나중에 만화가가 되는 일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솔직히 좀 졸랐다. 

변구는 지금 배를 타고 있었다. 그것도 나무로 만든 배를. 사람들 여럿이 커다란 노를 젓고 돛대에 큰 천을 달아 바람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 시대엔 배를 철로 만든다고 말해 주었더니 변구가 놀랐다. 

“‘쇳덩이’가 어떻게 뜨니?” 하길래 뭔가 대답해 주려 했지만 생각해 보니 나도 아는 게 없어서 집에 와서 인터넷을 뒤졌다. 거기서 알게 된 것을 변구에게 맗 주었다. ‘엔진’으로 뜬다고. 

“엔진? 그게 뭐야?” 하고 물어오는데 나 역시 답해 줄 수가 없다. 겨우 초등학교 5학년인 나에게 그건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그래도 나보다 더 모르는 변구에게 아량을 베풀기로 했다.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무튼 기름으로 말 백 마리 정도의 힘을 낼 수 있는 기계야.”

과연 이 정도로 이해할까 싶었지만
“오! 그렇구나! 말 백 마리가 같이 끌면 쇠로 만든 배도 뜰 수 있는가 보구나.” 하고 예상과는 달리 쉽게 이해했다.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난 최선을 다했다. 혹시 모르니 배의 엔진 그림을 그려 놓아야겠다. 이걸 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1107년 5월 14일(변구의 일기)
 
드디어 다시 개경에 도착했다. 송나라에서 오는 배를 기다리느라 하루 정도 머물렀다. 비파가 이번 송나라에서 들어오는 비단은 정말 좋은 것이니 꼭 구해서 와야 한다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새벽 일찍 나갔는데 벌써부터 사람들이 비단을 구하려고 잔뜩 모여 있었다. 과연 오늘 들어오는 비단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그런데도 나는 걱정이 안되었다. 비파가 분명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송나라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는 인삼을 미리 챙겨 주었기 때문이다. 비파는 정말 머리가 좋다. 그렇게 좋은 머리가 돼 친친치 못하게 거울은 흘리고 다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장씨 아저씨가 미리 이 사실을 송나라 상인에게 알리러 갔다. 잠시 후에 상인이 보낸 하인 하나가 날 따로 불러내더니 따라오라고 했다. 그렇게 배 위에서 송나라 상인과 나는 인삼과 비단을 교환했다. 비단의 양이 꽤 많아서 놀라싿. 도대체 비파가 준비한 인삼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었던 걸까?

우리는 사람들의 부러운 눈길을 잔뜩 받으며 비단을 우리 배로 옮겼다. 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밤에는 배에서 자기로 하고 오후에 배를 출발시켰다. 비파가 활짝 웃는 모습을 기대하며 상점으로 찾아왔는데 비파는 또 다른 것으로 떠났다고 한다. 비단도 구하고 잃어버린 요술 거울도 찾았다고 두 번이나 비파를 기쁘게 해 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정말 아쉬웠다. 그런 나를 용연이가 몰래 고소해 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작년에 용연이가 나는 신분이 천해서 비파와 결혼할 수 없을 거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정말 지금의 고려는 신분의 차이가 너무 확실하다. 그러니 나같은 천한 신분은 청자를 좀 깨뜨리기만 해도 목숨을 잃는 게 아닌가 싶다. 천하니까 목숨까지 천하게 취급받는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래야 할까? 생각해보면 내가 원해서 그런 자리에 태어난 것도 아닌데. 사실 귀족도 평민도 그리고 왕도 알고 보면 다 우연히 태어난 것뿐이잖아.

그런데도 이런 대접받고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도 어렵다니. 불공평하다. 뭐 고려에서 불공평한게 어디 한 두 가지인가? 아무튼 시아가 있는 때는 고려처럼 신분제도가 있는지 꼭 물어봐야겠다. 그런데 시아가 귀족이면 어쩌지? 귀족이라면 아래 사람들에게 더 잘해주라고 말해주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