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살의 인생론』(개정증보판) 안광복 작가 인터뷰


1. 안녕하세요, 선생님. 『열일곱 살의 인생론』이 처음 세상에 나온 때가 2010년인데 벌써 15년 가까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20쇄를 기념하여 새롭게 출간하게 되었지요. 이토록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또한 그리고 새로이 내야겠다고 생각하신 이유와 기존 책과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쉬운 철학책’이라는 점이 비결이었던 듯싶어요. 열일곱 살 무렵 누구나 품게 마련인 성적, 열등감, 돈, 짝사랑 등에 대한 고민을 다루어 독자들의 마음을 끌었던 점도 있었던 듯싶습니다. 한마디로 “내 고민에 다가오는 쉽지만 깊은 지혜”가 『열일곱 살의 인생론』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읽혀왔지만, 출간된 지 15년 가까이 흘러서, 책에 소개된 사례들을 바꿀 필요가 있었습니다. 예컨대, 이전 책에 PMP 등을 요새 학생들은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지금 독자들이 쉽게 와닿는 것들로 바꾸었습니다. 문장이나 어휘의 뉘앙스가 조금씩 달라진 부분도 지금 시대에 맞게 다듬었어요. 무엇보다도 지금의 성 인지 감수성에 어긋나는 내용들을 손보았습니다. 그동안 큰 지적은 없었어도, 이런 부분은 사회 발전에 맞게 수정하는 편이 당연하거든요.
 
 
2. 이 책은 선생님의 어린 시절 일기장에서 시작한, 자전적 성격의 에세이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쓰는 과정이 치유의 과정과도 같다고 말씀해주셨지요. 밀쳐두었던 자신의 결핍이나 열등감 등에 관해 어떻게 이렇게까지 솔직하고 용기 있게 이야기를 풀어내실 수 있을까 감탄하였는데요. 두려움은 없으셨나요?
 
저는 학교 선생님인지라 언제나 열일곱 언저리의 친구들을 상대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그 무렵에 나는 어땠지?”라며 끊임없이 되물을 수밖에 없어요. 그 당시 나의 생각과 감정이 같은 시기를 겪는 아이들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되니까요. 내 옛 모습을 제대로 알려면 예전 일기장을 펼쳐봐야 했는데, 이러기가 보통 두렵지 않았어요. 그 시절 기억 속의 저는 감정적으로 아주 힘들었었거든요. 일기장 속에는 괴물같이 무시무시한 고민과 어리석은 기억들이 살아 있을 듯싶었어요. 하지만 웬걸, 용기를 내어 펼쳐보니 노트 안에는 그냥 평범한 여느 고등학생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 뿐이었습니다. 짝사랑 고민, 가족 갈등, 미래에 대한 걱정, 성적에 대한 아쉬움 등등…….
그때 느꼈어요. 누구라도 겪을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과제와 고민을 사람들은 제각각 힘들게 겪으며 넘어서고 있구나. 남이 보기엔 특별할 게 없는 어려움이지만, ‘내 문제’일 때는 절절하게 아파하며 해법을 찾게 되는구나. 그렇다면 혼자서 끙끙 앓게 하기보다 솔직하게 드러내고 ‘철학적으로’ 논의해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으로 책을 쓰게 되었던 거예요. 문제 하나하나를 털어놓는 데는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지만, 일단 내놓고 나니 대부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이면서도 절실한 문제였던 거죠. 책이 독자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갔던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던 듯싶습니다.



 
3. 책 속 열다섯 가지 키워드 모든 것이 소중하지만, 그런데도 꼭 이것만큼은 ‘마음에 품고 가자!’ 또는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해보자!’ 하는 주제가 있으신지요?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절실한 고민이 사실,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어요. 다른 문제는 아무리 깊고 소중한 생각거리라도 ‘나중에 해도 되는 고민’일 뿐이에요. 그래서 저는 독자님들에게 『열일곱 살의 인생론』에서 ‘지금 이 순간’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오는 주제부터 먼저 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4. 처음 책이 나왔을 때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학교 안팎에서 청소년들을 만나고 계세요. 초판을 출간할 때까지 만나셨던 10대와 그 이후 지금의 10대들을 보면서 어떤 마음이 드시는지요? 어떤 것이 달라졌고, 또 같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인간은 2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태어나서 고통받다가 병들고 죽습니다. 살아남으려 애를 쓰고 사람 사이의 관계와 사랑에 버거워하며 마땅히 겪어야 할 것을 겪고, 느껴야 할 것을 느끼면서 살아가지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인간 삶의 이런 점들은 바뀌지 않지요. 이 점에서 『열일곱 살의 인생론』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는 ‘삶의 중요한 주제들’입니다. 다만, 청소년들에서 일상에서 주로 느끼는 ‘핵심 감정’은 달라진 듯싶어요. 예전에는 성적 경쟁과 관계 문제 등에서 오는 열등감과 질투 등이 아이들이 주로 힘들어하는 감정이었다면, 지금은 무기력과 분노를 가슴에 품고 사는 친구들이 더 많아진 듯싶습니다.
 
 
5. 책 속에서 적재적소에 철학자들의 이론을 정말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계세요. 마치 누구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 것만 같을 때 이 책을 펼쳐보면 지혜를 얻게 됩니다. 책 속에 등장한 혹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지금 청소년에게 꼭 권해주고 싶으신 이론이나 책과 영화가 있으신지요?
 
인간 두뇌는 변온동물과도 같아요. 주변 환경에 따라 생각과 기분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저는 특정한 철학자나 이론, 책이나 영화를 권해드리고 싶지는 않아요. 문제는 결국 자기 삶의 결에 맞게 자기가 풀어나가야 하는 법이니까요. 자신에게 버거운 문제, 해법을 찾기 어려운 고민이 있다면 도서관이나 서점을 자주 가서 서가를 둘러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안에만 있어도 ‘변온동물 같은’ 우리 마음은 차분해지면서 생각을 제대로 풀어갈 상태가 되니까요. 그 후에는 자신의 문제에 혜안을 안길 만한 책들을 찾아보시길. 아마 어렵지 않게 꼭 필요한 지혜가 눈에 띄실 겁니다. 저의 책 『열일곱 살의 인생론』도 그렇게 찾은 책이 되길 기대합니다.
 
 
6. 만약 선생님께서 쓰신 이 책을 열일곱의 소년 안광복에게 선물한다면, 그 소년은 어떤 마음이 들까요?
 
아마도 그 소년의 가슴에 잘 안 다가갈지도 모르겠어요. 실제로 『열일곱 살의 인생론』을 자신의 ‘인생 책’으로 여긴 분들 가운데는 40∼50대가 많답니다. 인생에서는 지혜가 꼭 필요했던 그 시절, 그 순간에는 정작 이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삶에서는 겪어야 할 것 다 겪고, 느껴야 할 것을 다 느낀 다음에야, “맞아, 이런 거였어!”라며 깨달음이 찾아드니까요. 이 책의 독자들 가운데 중장년층분들이 많은 이유겠지요. 그래도 10대의 그 친구에게는, “이런 고민을 나만 하는 게 아니었구나!”라고 깨달으며 막막했던 순간을 버텨내는 데 큰 힘이 되었을 듯싶어요.

 
7. ‘열일곱 살을 위한 인생론’이긴 하지만, ‘성인인 내가 읽어도 인생에 커다란 깨달음을 얻었다’와 같은 리뷰들을 자주 접합니다. 그때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여전히 지속되어서일 수도 있을 텐데요. 이와 관련해 조금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열일곱이 아니라 만약 마흔을 위한 인생론, 쉰을 위한 인생론이라면 어떤 키워드를 고민해볼 수 있을까요? 혹은 그 시기를 통과하는 성인에게는 어떤 이야기들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삶에는 생애 각 시기마다 부딪히고 해결해야 할 ‘성장 과업’들이 있답니다. 진학과 취업, 가족 만들기 등등이겠지요. 여기에 대해서는 『열일곱 살의 인생론』의 「인생진도표」 부분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겠지요. 거듭되는 말이지만, 삶은 언제나 겪어야 할 것 다 겪고, 느껴야 할 것 다 느끼는 가운데 성장하며 나아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힘들고 아픈 순간도 영원히 계속되는 경우는 없어요. 성공과 성취의 경험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다 지나간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매 순간 치열하게 고민하고 문제에 맞부딪히며 제대로 겪어내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삶은 깨어 있는 마음으로, 살아지는 대로가 아닌 살아야 하는 대로 일상을 가꾸어나가는 가운데 맺어진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 독자님께 응원을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