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사서가 말하는 이 책!

『우리 마을 도서관에 와 볼래?』를 쓴 유은실 작가와 평택시립장당도서관의 이수경 사서가 만났습니다. 책 속 김 관장의 캐릭터로 시작한대대화는 때론 진지하게, 때론 웃음을 터뜨리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답니다.
 
 


유은실  처음부터 지금의 김 관장 캐릭터를 가지고 간 것은 아니에요. 애초에는 내성적인 인물을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러 사서들을 취재하다 보니 굉장히 크고, 씩씩하고, 활발한 여자의 모습이 그려졌어요. 은퇴하고 대형차 면허를 따서 책 버스를 운전하고 싶어 할만한, 그리고 전에 다른 도서관에서 일한 적이 있는 경력이 긴 사서로요. 옆에는 일을 배우는 젊은 사서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고요. 여자 사서들이 워낙 많으니까 이왕이면 남자로요. 이름은 최태일, 소심하고 마음이 약한 캐릭터로 설정했어요.
 
이수경  저희 도서관 사서들은 김 관장보다 최태일 캐릭터를 더 좋아하더라고요. 이유는 김 관장이 코에 걸친 안경이 살짝 잘난척하는 느낌을 준다고. 하하. 수줍어하면서도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최태일이 더 매력적이랄까요.
 
유은실  그림책은 한 사람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 경우가 많죠. 그렇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매력이 있고요. 『우리 마을 도서관에 와 볼래?』는 제가 글을 쓰고 그림은 신민재 선생님이 그려 주셨잖아요. 동화작가인 제가 이 책에서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최소한의 문장으로 인상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거라고 봤어요.
 
이수경  김 관장과 최태일 사서 둘 다 도서관 현장에 실제로 있을 법한 캐릭터예요. 사실 작은 도서관일수록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으리란 걸 예측할 수 있거든요. 예산 확보부터 다른 행정적인 문제들까지 ‘싸워야’ 할 일이 많죠. 그런데 김 관장이라면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유능하고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겠다 싶은 느낌을 받았어요. 평소에는 따뜻하고 인자하지만, 필요할 때는 배포 있게 밀고 나갈 수도 있는 씩씩하고 행복한 사서의 모습이 비쳐 보였죠.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안심이 되었어요.
 
 
 
 
 
유은실  강연을 할 때 사람들에게 도서관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뭘까요? 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이라고 하거나 건물이라고 해요. 그런데 제가 『우리 마을 도서관에 와 볼래?』를 준비하면서 느낀 것은, 책이 백 권뿐이더라도 거기에 사서가 있으면 도서관이라는 거예요. 만약 책이 십만 권이 있어도 사서가 없다면 거긴 도서관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수경  가치판단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따라 사서의 일도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요. 사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인품, 일에 대한 자부심,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도서관에 대한 비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에 따라 도서관 서비스의 질과 양이 차이가 날 테니까요.
 
유은실  만약 저보고 대한민국에 정책 제안을 하나 하라고 한다면, 군의관처럼 군사서관을 뽑으면 좋겠어요. 군대마다 도서관을 만들고요. 대한민국의 모든 소년원에 사서 교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면, 재범률을 낮추는 데 분명히 효과가 있을 거예요. 도서관은 세상에서 가장 싸고 효과적인 복지 중에 하나라고 봐요.
 
이수경  공공선이나 공공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너무 줄었어요. 함께하는 것들에 대해서요. 제가 보기에는 도서관이 사회안전망의 마지노선이 아닌가 싶어요. 실제로 IMF 때 동네 공공도서관들이 발 디딜 틈이 없었어요. 도서관에 오셔서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지내시는 거예요.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그저 쉬기도 하는 거죠. 싼값에 차를 마시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니까요. 
 
유은실  지금 우리나라에 공공도서관이 몇 곳이나 있죠?
 
이수경  1000여 곳 정도 돼요.
 
유은실  만약 공공도서관이 5000곳 이상 생긴다면, 도서관마다 책을 두 권씩만 사도 만 부가 되겠죠. 그럼 출판사는 상업성을 떠나서 뚝심 있게 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아주 애매해요. 도서관이 아예 적을 때는 사람들이 책을 사서 봤거든요. 지금은 아니에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는 사람은 늘어났는데, 도서관 수는 1000여 곳밖에 되지 않아요. 이 상태로 공공도서관 수가 더 이상 늘지 않고,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거나 주로 빌려 본다면 작가와 출판사들은 계속 사라져 갈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뒤로 갈 수는 없잖아요? 앞으로 가야죠. 
 
이수경  도서관 수가 늘어나는 만큼, 사서가 한 도서관의 방향을 꾸준히 밀고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도서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장서 구성인데 이 일은 몇 년을 두고 꾸준히 기획하고, 수시로 점검해 나가야 하거든요. 업무 담당자가 자주 바뀐다거나 논의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계획을 세우기도, 추진하기도 어렵겠죠. 근무 기간뿐 아니라 도서관 서비스 방향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해요. 그리고 공공도서관은 지역 사료관의 역할도 해야 하는데 지역에서 나오는 자료들을 얼마나, 어떻게 모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역시 긴 안목으로 해야 하죠.
 
유은실  작가의 말에도 썼지만, 전에 제게 강연을 의뢰한 사서 선생님이 한 분 계셨어요. 그 분이 근무하는 곳은 재개발 지역에 있는 어린이도서관이었어요. 곧 철거될 마을에서 아이들은 불안을 느끼고 있었어요. 사서 선생님은 그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제 작품 가운데 어떤 책으로 강연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구체적으로 제안해 주셨어요. 그 분이 한 지역에서 오래 근무하지 않았다면 하기 어려운 제안이었다고 생각해요.  
 
 
 
 
 
이수경  인도의 문헌정보학자 ‘랑가나단’이 만든 도서관의 5법칙이 있어요. 그중에 다섯 번째가 바로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다’예요. 제가 꿈꾸는 도서관도 그렇거든요. 성장의 도서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은 있지만, 무작정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죠. 제가 제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하면서 우리 사회가 조금씩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도서관에서 모두가 조금씩 성장하는 삶을 누렸으면 좋겠어요.
 
유은실  저는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사회인이 되었을 때의 세상을 상상해 봤어요. 지금 「일과 사람」 시리즈를 읽고 큰 아이들이 나중에 직업을 선택했을 때는, 그 직업이 무엇이든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현장에서 경험이 많은 선배들에게 배울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요. 그리고 이십 년쯤 후에 어느 도서관에 갔는데 그곳의 사서가 저를 보고 ‘선생님, 제가 어릴 때 『우리 마을 도서관에 와 볼래?』를 읽고 사서가 되기로 마음먹었답니다.’라고 말하는 거죠. 하하.
 
이수경  어찌 보면 이 책은 지금, 그리고 앞으로 우리 곁에 도서관이 있을 풍경이 어떠하리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힘들 때 마음을 다독여 주고, 치유해 주고, 함께할 수 있는 공간. 그런 공간으로서 도서관이 활성화된다면 행복한 사람들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요? 그러려면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를 상상하고, 고민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거예요. 시냇가도서관에서 김 관장과 최태일 사서가 하는 것처럼요.
 
유은실  나중에 천국에 갈 수 있다면, 천국에서는 사서가 되고 싶어요. 쓰는 고통은 없이 읽고 권하는 행복만 누리면서!
 
이수경  하하, 그럼 저는 천국에 가서 유은실 사서를 들들 볶는 이용자가 되겠어요.
 
 
 
이야기를 듣는 내내 도서관과 책에 대한 두 분의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마을 도서관에 와 볼래?』를 미래의 5000여 곳 공공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는 날이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