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밖으로 흥미로운 국사 여행을 떠나 볼까?

1993년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역사 교사들은 그 신선한 자극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 손에는 역사 교과서를, 다른 한 손에는 『교실밖 국사여행』을 들고 탐독했지요. 학생들에게도 이 책을 꼭 한번 읽어 보라고 적극 권하곤 하였습니다.
17년의 세월이 지나 개정판이 나오니, 참으로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번 개정판은 공교롭게도 고등학교에서 역사 과목이 선택이 되고, 당국에 의해 역사 인식 통제가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좋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부터는 국정 교과서가 사라지고 다양한 관점에서 집필된 검인정 교과서로 배우게 됩니다. 그러나 검인정 교과서도 사실에 있어서는 당국의 집필 기준에 구속되어 한정된 내용을 말해 줄 수밖에 없습니다. 마침 이러한 때에 나온 『교실밖 국사여행』개정판은 우리들에게 교과서에서는 결코 접할 수 없는 새로운 풍경,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기 쉽게 알려 줍니다. 개정판은 초판과 비교할 때, 새로운 점이 많습니다. 특히 근대와 현대 부분에 대폭 새로운 이야기가 포함된 것이 눈에 띕니다.
 

『교실밖 국사여행』은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책을 펼쳐 목차만 봐도 흥미로운 소재들 덕에 읽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역사 탐구심마저 불러일으킵니다. 교실 밖의 국사 여행에서는 교실 안에서 보지 못한 어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질까요? 혹시 우리는 그동안 교실 안에서 잘 포장되었지만 알맹이는 없는 역사를 배워 온 것은 아닐까요? 교실 밖 역사 여행자의 안내로 교실에서는 결코 접할 수 없던 역사 장면 속으로 날아가고, 인식을 새롭게 하는 역사 탐구를 해 보는 것은 매우 기대되는 일입니다.
 

교실 안에서 만날 수 없던 역사의 풍경 펼쳐져
이 책은 모두 일곱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 마당을 보면, 단군 신화에 숨겨진 역사적 진실이 짜릿하게 가슴을 자극합니다. 이 책은 이른바 ‘자랑스러운 단군의 자손’으로 홍익인간의 건국 이념에 자부심을 느껴 왔던 우리를 돌아보게 합니다. 우리의 눈에 씌어 있던 장막을 걷어 내고, 단군 신화를 보는 여러 가지 해석을 제시합니다. 이를 통해 다채로운 역사의 진실이 드러나게 되어, 독자는 신선한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둘째 마당을 읽으면, ‘통일 신라 시대’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됩니다. 이 시대는 ‘남북국 시대’로 북쪽에는 발해가 남쪽에는 신라가 공존하던 시대임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셋째 마당 ‘고려’에서는 고려 시대 상속 제도를 다룬 글 ‘옷, 갓, 신발, 종이를 남긴 뜻은?’을 읽으며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여학생이라면 남녀평등이 구현되어 있던 고려 시대의 재산 분배 방식에, 남학생이라면 아버지의 유언에 담긴 뜻을 알게 되는 부분에서 그렇지요. 그 외에도 삼별초의 외교 문서, 고려의 수도 개경에 있던 외국어 학교, 신돈에 대한 새로운 해석 등은 결코 교실 안에서는 만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역사의 풍경입니다.
 

역사를 보는 새로운 눈 갖게 해
넷째 마당 ‘조선’에서는 민본 이념의 실상을 접하게 됩니다. 효자 홍차기의 허망한 죽음을 통해 신문고가 사실은 허울 좋은 제도였음을 알려 줍니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배워 온 역사가 그럴듯한 포장뿐 사실은 속이 빈 채 박제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흥겨운 탈놀이와 개성상인들의 활동, 봉기를 일으키는 농민들의 항쟁을 통해 조선의 역사는 지배층만의 역사가 아니라, 민중의 역동적인 삶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역사 인식도 가지게 됩니다.
다섯째 마당 ‘근대 태동기’에서는 ‘파랑새가 날다’, ‘쌀 한 줌 때문에 맞아 죽은 노동자’, ‘금 노다지의 아픈 기억’ 등을 읽으며 주먹을 꼭 쥐게 됩니다. 우리의 지난 역사가 너무나 억울하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일본, 미국 등 열강의 실체를 알지 못한 지배층과 독립 협회를 중심으로 하는 지식인들에 대해 비판 의식도 가지게 됩니다. 또한 ‘명성황후’처럼 널리 이르지만 잘못 쓰는 역사 용어도 알게 되고, 그렇게 자랑스럽게 여겼던 양반 의병장의 한계도 읽으며 역사를 보는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됩니다.
 

뼈아픈 역사의 교훈 새기게 해
여섯째 마당 ‘일제 강점기’에서는 왜곡의 바다에 숨겨져 있던 일제 강점기의 치부를 직접 만나게 됩니다. 1919년 3월 1일 요릿집 태화관에서 행해졌던 33인 민족지사들의 부끄러운 행태와 이들 대부분이 친일파로 변절하는 모습, 대한민국 임시 정부와 이승만에 대한 진실, 농민과 노동자의 처절한 투쟁 등의 시대상을 읽게 됩니다. 특히 민족 개조론을 주장하였던 이광수와 명문대를 설립한 교육자들의 대부분이 창씨개명을 하고 일제에 충성을 다짐하던 사람들이었다는 부분에서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을 것입니다.
일곱째 마당 ‘현대’에서는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직접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억압과 굴종에 항거하며 민주주의 발전과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책을 덮는 순간, 왜 뼈아픈 잘못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지 가슴을 쓸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됩니다.
개정판의 빼놓을 수 없는 또다른 가치는 이 책이 선정하여 수록한 사진과 그림, 지도 등의 자료입니다. 교과서에서 볼 수 없는 귀중한 자료가 가득하여, 머릿속에 한줄기 빛을 주는 듯한 신선함을 느끼게 합니다.
『교실밖 국사여행』개정판은 우리의 역사 인식을 깊게 해 주는 참 좋은 책입니다. 각 마당마다 역사적 장면을 읽고 새롭게 알게 된 점을 정리하며, 소감을 적어 보기 바랍니다. 그 작업이 완성된 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역사의 과정을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과 역사적 상상력이 부쩍 커져 아마추어 역사가가 된 자신의 모습에흐뭇한 미소를 짓게 될 것입니다.
 
 

글 · 송영심 (중동중학교 역사교사)
 
 
 
1318북리뷰 2010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