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초옥 실종 사건』 전여울 작가

 

『윤초옥 실종 사건』
전여울 작가 7문 7답


***

고운 한복을 입고 가느다란 줄 위를 걷는 여자아이.
아슬아슬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지켜보는 마음이 불안하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퍽 즐거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손끝과 발끝을 살짝 들고, 입꼬리에 미소를 머금은 채 줄 위를 걷는 아이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요?

『윤초옥 실종 사건』은 웃는 얼굴로 줄 위에 선 그 아이 ‘초옥’의 실종 사건을 되짚으며,
남다른 꿈을 품은 아이들의 시련과 용기, 도전을 보여 줍니다.
이 흥미로운 동화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1. 『윤초옥 실종 사건』은 어떤 이야기인가요?
 
 
『윤초옥 실종 사건』은 초옥이라는 아이가 실종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초옥이 어쩌다가 실종이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요. 살짝 귀띔하자면 초옥은 자신의 꿈을 위해 ‘실종’이란 선택을 합니다. 그 시작에는 남자아이이지만, 담장 그러니까 요즘 말로는 화장을 좋아하는 이해라는 아이가 있어요. 초옥과 이해는 서로의 꿈을 응원하면서 더 단단해지고 진정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됩니다. 사회와 어른이 정한 통념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찾아가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2. 시간 배경은 과거인데 일어나는 사건들은 오늘 우리 현실과도 연결되어 있어요. 그럼에도 ‘과거’를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가상의 조선이라도, 조선 시대상을 담은 작품을 꼭 한번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과거를 배경으로 했을 때, 이야기가 더 극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고요. 무엇보다도 ‘줄타기’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다루는 데 있어 시간적인 배경이 현재인 것보다 과거인 게 좋을 거 같았어요. 책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줄타기놀음을 마친 뒤 초옥과 홍단이 서로 마주하는 순간이에요.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예인으로서 통하게 된 순간이 짜릿하게 느껴져 좋더라고요. 

3. 양반집 외동딸 초옥과 줄타기꾼의 아들 이해, 거문고로 예인이 되겠다는 홍단. 세 인물은 어떻게 만들었나요?

초옥은 제 할머니를 모티브로 만든 인물이에요. 할머니는 굉장히 가부장적인 시대를 살아오셨잖아요. 할머니에게는 선택지가 별로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품으로나마 할머니에게서 모티브를 한 인물이 자신만을 위한 선택을 하면 좋겠다 싶어서 초옥을 만들었어요. 성도 저희 할머니 성을 따서 ‘윤’ 씨를 붙여 윤초옥이 됐고요. 
이해는 제 대학교 친구에게서 영감을 받았어요. 지금은 ‘그루밍족’이라고 해서 화장하는 남자들 많이 늘었는데, 제가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비비크림 같은 화장품을 바르는 남자애들을 희한하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남자 동기 중 하나가 매번 비비크림을 바르고 다니는 거예요. 저는 내심 그 친구를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그게 너무 편견 어린 시선이었다는 걸, 이제는 잘 알거든요. 그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인물이 줄타기꾼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담장을 좋아하는 이해입니다.
홍단이는 심지가 굳은 아이를 만들고 싶어서 떠올렸어요. 굉장히 비극적인 환경에 처해 있지만, 함부로 동정할 수 없는 당찬 인물을 만들고 싶었어요. 원하던 대로 만들어진 것 같아서 제가 좋아하는 인물입니다. 


4. 가장 마음이 가거나 작가님과 닮은 인물은 누구인가요? 

세 아이 중 저와 제일 닮은 인물을 고르자면 홍단이겠네요. 줏대가 세다거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 함몰되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요. 하지만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행동은, 저보다 홍단이 더 멋지게 잘하지 않나 싶습니다.

 

5. 초옥과 이해는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애씁니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살아가는 데에 좋은 원동력이 되어 줄 거라고 믿어요. 정말 좋은 일만 가득하다면 좋겠지만, 삶이란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잖아요. 좌절할 만한 일도 생기고 슬픈 일도 많이 생기니까요. 그럴 때마다 나를 지탱하는 원동력 중 하나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은 분이 진심으로 원하는 일을 찾고 꼭 그 일을 해 보시면 좋겠어요. 

6. 작가님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으셨나요?

저는 제 머릿속에 있던 이야기를 글로 구현해 내는 일을 정말 좋아합니다. 이런 이야기 재미있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를 쓴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재밌게 읽어 줄까? 내 마음에 공감해 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만들어낸 이야기를 글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좋아요. 물론 창작 과정에서 머리가 아파질 때도 있긴 하지만 다 쓴 결과물을 보면 너무 뿌듯하거든요.
또 다른 작가님들이 쓴 좋은 작품을 읽는 일도 좋아합니다. 서점에서 책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이렇게 말하니 천생 글쟁이 같지만, 진정한 글쟁이라고 불리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네요.


7.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하고 싶은가요?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아직 못 찾았거나, 찾았지만 남들의 시선 때문에 차마 말하지 못하는 어린이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 타인에게 어떤 위해를 가하지만 않는다면, 과감하게 좋아하는 일을 사랑해 보라고 전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