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서평단> 통통한 과학책 1, 2를 읽고

작가와 출판사의 정성 & 진심이 듬뿍 느껴지는 과학교양서
「통통한 과학책 1, 2」를 읽고
 
 놀랍다. 이 책은 과학을 토대로 인류의 대서사를 쓰고 있다. 저자가 서문에 밝힌 것처럼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의 표본을 보는 것 같았다. 무척 흥미로웠던 1권의 첫 꼭지 <질문편>은 익숙하거나 조금은 생소한 고대 철학자들의 이름이 잔뜩 나온다. 소제목도 ‘질문이 있는 곳에 과학이 있었다’이다. 신화창조를 전적으로 믿었던 신화시대의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같은 시대를 살면서도 남다른 시선으로 신에 의존하지 않고 삶과 자연을 직접적으로 관찰하고 실험한 것을 토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과학자들의 시선이 다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어 흥미로웠다. 문자 그대로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진리 앞에 당당하고 싶은 선각자들의 모습이 새삼 뭉클했다. ‘불행을 인정하고 나면 비참해지니까. 불행하지 않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고 사는 데 익숙해져 있었어. 그들은 수고롭게 반성하고 성찰하고 지혜롭게 사는 삶을 원치 않았어.’라는 문장에서는 고대의 소크라테스를 부정했던 현재를 살고 있는 대중들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이 느껴져서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개인적으로 과학을 싫어하진 않지만 어려워하는 사람으로, 특히 물리와 화학은 학창 시절에도 무척 나를 괴롭혔던 과목이었기에 성인이 되어서도 그 분야의 책은 선뜻 손이 안 간다. 그런데 이 책은 여러 장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만든다. 아주 오래전이라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원리와 개념을 알기보다는 여러 수식과 주기율표를 외우기에 급급했었는데 이 책은 친절한 선생님이 일대일로 차근차근 설명하듯 개념에서부터 관련 과학자와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흥미롭게 구성되었다. 물론 1권의 <에너지편>, 2권의 <원자편>은 기본적인건 ‘아하~’하며 고개를 끄덕이긴 했는데,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면 머릿속에 하얗게 변해 이게 어떤 상황인가 싶은 부분이 제법 있었다. 나처럼 전형적인 ‘문과생’(저자 서문에있듯 ‘문이과의 칸막이’의 희생자?)이라 과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쉽지 않겠구나 싶은 생각도 잠시 들었다. 그렇지만 학교를 졸업한지 백만년이라 지난 나보다는 현재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적어도 나보다는 개념이나 원리가 더 잘 이해가 되리라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계속 드는 생각은 ‘무지의 지’를 발견한 소크라테스도 훌륭하지만, 
뭐든지 ‘신이 그러셨다’는 말 한마디로 모든 게 설명되던 시대에 (과학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맞서는 듯한
과학자들의 용기와 인내에 감탄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과학을 통해 이뤄진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니까.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삶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철학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의 원인과 목적을 묻는데, 과학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운동을 측정해.’라는 말처럼 철학과 과학의 콜라보는 그야말로 인류의 기원을 밝히고 존재하게 하는 가장 근원적인 핵심이다. 이 책은 그것을 차례차례 잘 보여줘서 놀라운 책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과학적 감성과 인문학적 통찰이 무엇인지 보여주려 노력했다’는 서문에 말을 인용하면, ‘현대 과학을 이끄는 ‘빅 아이디어’를 선정해서 연결했어요. 1권에서는 큰 ‘질문’을 던지고 물질, 에너지, 진화를 다뤘습니다. 2권에서는 원자, 빅뱅, 유전자, 지능을 다루었는데 20세기 이전과 이후로 나눠서 과학의 핵심적인 개념을 설명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1권의 뉴턴 고전역학이나 다윈의 진화론은 2권에 나오는 유전공학이나 인공지능을 이해하는 데 기초가 된다고 덧붙이고 있다.

진화론을 통해 태초의 인류의 기원을 찾게 되기도 하고, 빅뱅을 통해 우주의 기원 더 나아가 세상의 기원을 생각하게 만들고, 인공지능을 통해 현재와 미래까지 고민하게 한다. 중학생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고등학생들에게 참 훌륭한 과학 교양서라고 생각된다. 특히 각 권말에는 저자가 소개하는 과학관련 책들이 있다. 이 또한 그냥 제목만 툭툭 던지는 참고문헌식이 아니라, 마치 선생님이 학생들 앞에 책표지를 보여주며 ‘이 책은 말이야~’라고 소개하는 책이라 느껴질 정도로 친절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10여년전 책부터 최근 신간까지 두루두루. 작가와 출판사의 정성이 듬뿍 느껴지는 책이라 오히려 고맙게 읽었다.

* 이 책은 사계절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었지만, 솔직하게 쓴 후기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