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ㅇㅅㅎ』 김지영 작가 인터뷰




『내 친구 ㅇㅅㅎ』 김지영 작가 인터뷰

- 『내 마음 ㅅㅅㅎ』의 후속작이 출간되었어요. 작가님의 마음을 ㅇㅅㅎ으로 표현한다면?!
안심해! 후속작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요. 책이 무사히 나오고 또 사랑받고 있는 것 같아서 안심이 돼요. 

- 어떻게 시작된 작품일까요?
『내 친구 ㅅㅅㅎ』에 ‘뭐라고? ㅅㅅㅎ’ 장면이 있어요. 마음의 거리감 때문에 가족, 친구들이 외계인의 모습으로 나오는데 그 캐릭터가 재밌어서 다음 작품에 꼭 등장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상황이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 새로운 친구들 사이에서 적응하는 모습과 닮았더라고요. 마음의 거리감 때문에 친구들이 외계인처럼 보이는 설정에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 어린이들의 학교생활이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제 어린 시절도 있지만 아무래도 초등학생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서 더 구체적인 연상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바로 옆에서 보고, 또 궁금한 걸 물어볼 수 있으니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 이번 초성은 ㅇㅅㅎ이에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친구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초성을 골랐어요. 전작과 차이를 두고 싶어 ‘나랑 너랑(ㄴㄹ ㄴㄹ)’ ‘우리 사이(ㅇㄹ ㅅㅇ)’ 등 색다른 초성도 찾아봤는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려면 역시 ‘-해’를 변형하는 것이 좋겠더라고요. ‘ㅇㄱㅇ’도 고민했는데, 이 책은 아귀가 맞는 것이 중요해서 단어 선택의 폭이 넓은 ‘ㅇㅅㅎ’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당연히 ‘이상해’였어요. 나와 다른 타인의 존재가 이상하지만, 그 타인이 친구가 되면 그 이상함이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물론 여전히 이상한 친구들도 많지만요. 이 책에서는 ‘이상하다’를 부정적 의미보다는 나와 다르다는 뜻으로 활용했습니다. 
 
- 이번 작업에서 가장 고민한 부분이 있다면? 아쉽게 빠진 ㅇㅅㅎ도 궁금합니다.
역시 단어의 변주였어요. 이야기가 슬슬 고조되다가 결말에서 풀어지는데 자연스럽고 만족스러운 흐름을 놓고 생각이 많았습니다. ‘ㅅㅅㅎ’은 돌렸을 때 ㄱ과 ㄴ의 모습이 되는 걸 이용했다면 이번 책에는 ‘요술해’라는 단어가 요술처럼 들어 있었어요. 로봇 친구가 팔다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자신의 생각을 마구 뽑아내는 모습이 떠올랐고, 그 장치를 활용해 ‘ㅇㅅㅎ’에 획을 붙이거나 순서를 바꿀 수 있었죠. 가장 아쉬웠던 단어는 ‘화성인’이에요. 너와 내가 입장을 바꿔 보면 서로에게 화성인이다! 라는 내용인데, ㅇㅅㅎ의 위치를 반대로 바꾸면 딱이어서 재밌다고 생각했거든요. 



- 무수한 초성 단어를 찾아내는 비결! 초성 게임 고수이신가요?
아쉽게도 초성 게임의 고수는 아닙니다. 책을 좋아해서 많이 읽긴 하지만 어휘로 제게 남아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제 비결은 바로 인터넷 사전입니다. 조건을 넣으면 그것만 모아서 보여 주거든요. 그래도 어린이 독자 여러분의 초성 문제는 잘 맞힐 수 있을 것 같아요. 


- 벌써 두 번째 초성 그림책인데요. 글자 그림책만의 즐거움이 있다면?
다양한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하는 기분이에요. 사전을 찾으면서 적당한 재료를 고르고, 그 재료를 이리저리 조합하다 보면 꼭 음식을 만드는 기분이 듭니다. 재료의 한계가 오히려 구상의 재미를 더하죠.

- 어린이 독자 중에 기억에 남는 독자가 있나요?
『내 친구 ㅅㅅㅎ』을 읽고 ‘ㅅㅅㅎ’ 단어들로 노래를 만들어 녹음해서 보내 준 친구가 있어요. 목소리가 너무 귀엽고 발상이 깜찍해서 들을 때마다 고마운 친구예요.

- 판화 느낌의 작업을 하셨어요. 어떤 점이 어렵고 어떤 점이 매력이었나요? 
이 책에서 글자가 소재적 한계였다면 판화는 색의 한계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더 재미있습니다. 한 판에 하나의 색만 쓸 수 있는 판화 특성상 색을 굉장히 한정적으로 쓰는데, 그 색들로 장면을 구성하는 즐거움이 있어요. 판화의 특성은 그림책 장르하고도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림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장면이 하나의 느낌으로 연결되어야 하는데, 같은 색들을 강약 조절하며 반복해서 쓰면 그림책의 리듬감이 잘 느껴지거든요. 

- 요즘 푹 빠져있는 취미가 있다면?
요즘은 패키지여행 상품 보는 게 취미입니다. 예전에는 자유여행을 좋아해서 하나하나 다 찾으며 여행을 다녔었는데 몇 번 패키지여행을 다녀와 보니 패키지여행의 장점을 발견했어요. 남이 구성해 주는 여행에 오히려 설렘을 느끼게 되고 일정의 한계 속에서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괜찮은 상품을 발견하면, 상황이 맞을 때 하나씩 다녀오고 싶어서 한 번씩 여행 상품을 찾아본답니다. 



- 작가님의 최애 그림책 작가를 소개해 주세요.
많은 그림책 작가들을 존경하고 또 동경해요. 개인적으로는 고전 작가들을 좋아합니다. 가장 롤모델로 생각하는 작가는 존 버닝햄이에요. 노년에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 가시고, 그림책 장르에서 다양한 주제를 시도하시는 작가님이죠. 그밖에도 고미 타로, 요시타케 신스케, 초 신타 작가님들의 기발함이나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안 에르보 작가님들과 같은 자유로운 그림체도 좋아합니다. 

- 다음 책도 시리즈로 이어질까요? 어떤 이야기를 상상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여러 주제를 생각하고 있어요. ‘나’의 이야기를 좀 더 한다면 ‘내 마음’에서 나아가 내 생각, 내 미래 등도 가능할 것 같고요. 아니면 가족 혹은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사실 어떤 주제든 어린이의 시각에서 발견하는 새로움을 글자 놀이를 통해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 제가 발견한 멋진 단어들이 좀 있는데요. 그건 다음 책에서 보여드릴게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