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족] 윤초옥 실종 사건

“너의 삶을 살아라!”

책을 읽고, <엄마가 딸에게>(노래:양희은)라는 노래 가사가 제일 먼저 생각났다.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많지만, 가슴 속을 뒤져 찾은,
“너의 삶을 살아라!”.
엄마가 되어 보니 아이의 행복을 빌면서 정작 아이의 삶을 살도록 믿고 격려를 해준 적이 있는지, 뜻대로 되지 않는 부분은 외면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윤초옥의 엄마인 고씨 부인도 양반집 규수로 키우기 위해 ‘조신해라’, ‘좋은 곳에 시집 가라’ 라며 초옥이의 행복을 빌며 자주 했던 말일 것이다.
이해의 아빠도 정해진 신분으로 살기 위해서는 줄타기꾼이 되어야만 했고, 이해 역시 줄타기꾼으로 자라기를 바라며 ‘연습해라’ 라는 말을 많이 했을 것이다.

위의 어른들처럼 정해진 신분과 사회적 규범에 맞춰 살아간다면 행복할까?
어쩌면 주어진 환경에 너무나 당연하게 지내왔고, 불편함이 없기에 통념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했던 삶이 행복인지 되돌아봐야 할 것만 같다.
내게 주어진 삶이 완벽하지는 않았어도 재능을 발휘하며 사는 데 걸림돌이 없었던 건 행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만난 초옥, 이해, 홍단이는 재능을 펼치기에 제약이 너무나 많았다. 요즘에는 분위기가 많이 바뀐 탓에 개성을 중시하고, 인권을 보호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어 현대의 배경이라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조선 시대에 만난 열세 살 아이들의 꿈은 더욱 간절하게 느껴졌고,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에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진심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 받았지만, 무엇보다 서로를 이해해주고 응원해주는 조력자가 있었기에 꿈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조력자가 엄마인 내가 된다면 “너의 삶을 살아라.” 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겠지?

“이해는 그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 손가락이 스치고 붓이 몇 번 움직이면 달라지는 얼굴. 저가 원하는 대로 얼굴이 바뀌는 순간이 재미있었다......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는 어머니의 얼굴. 이해는 이렇게라도 어머니를 기억하고 싶었다.”(p.28)

“거문고를 뜯고 있으면 마음이 벅차올라.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 같거든. 그리고 이 손으로 우리 집안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돼.”(p.79)

“초옥은 신나게 줄 위에서 날뛰다가 천천히 내려왔다. 땀에 젖은 채로 구경꾼들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 하나같이 초옥보다 낮은 신분의 사람들이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서투른 예인의 모습을 끝까지 응원해 준 사람들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p.112)

“제가 원하는 것이,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모두 잘못처럼 생각됐거든요. 그래서 부끄러웠고요. 그런데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간절히 원하고 마음껏 좋아하는 게 멋진 일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 사람이 바로 초옥 아씨예요.”(p.124)

사계절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가족 구성원의 한마디 >>

- 엄마 : 고씨 부인이나 이해의 아버지처럼 자녀를 가르치고 보호해주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조력자의 모습도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 아이 : 내가 만약 어른이라면, 양반의 체신이 떨어질까봐 아이의 꿈을 포기시키진 않을 것이다. 자녀의 행복이 먼저다.
주인공 중에, 남자라서 그런지 이해를 더 많이 응원해주고 싶었다.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유명한 메이크업 기술자가 되었을텐데, 이곳에서 돈 많이 벌고 다시 돌아가 부자로 살았으면 좋겠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되면, 슬프고 짜증 나고 세상에 대한 원망이 클 것 같다.
나도 노력한 결과가 좋았을 때가 있었다. 게임에서 힘들게 승급하기 위해 며칠간 노력하고 기다렸을 때 초옥이와 같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