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조신선 ③ - 열린어린이 조원경 선생님

'오픈키드'라는 온라인 어린이전문서점을 아시나요? 『열린어린이』라는 잡지는요?
세 번째로 만날 조원경 선생님이 소개를 해주신다고 합니다.
 
우리 시대의 조신선 ③
열린어린이 조원경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저는 『열린어린이』를 만들고 있는 편집장 조원경이라고 해요. 월간 『열린어린이』와 오픈키드 시작을 준비하면서 우리나라 어린이책에 관해 전체적으로 조망하던 십몇 년 전 날들이 떠오르는군요. 그때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매달 새로 출간되는 어린이책들 수는 1천 권이 넘더군요. 그 중 저희가 열심히 살펴 읽으며 오픈키드에서 소개할 만한 신간들은 매달 3백 권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그리고 월간 『열린어린이』를 펴내면서 ‘이 달의 주목 받는 새 책’과 서평으로 저희가 매달 소개하고 있는 신간들은 50~60권 정도입니다. 지난 13년 동안 저희가 책 동네에서 하고 있는 역할은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 아이들 손에 쥐어주고 싶은, 정직하고 아름다운 어린이책들을 잘 골라서 정당하게 소개하고 전달하는 일이지요.
월간 『열린어린이』가 지향하는 독서문화운동의 방향은, 저희 월간지 제목에 들어 있습니다. ‘열린 세상, 열린 마음, 열린 어린이’지요. 그런데 이걸 굳이 ‘독서문화운동’이라는 경직된 단어 속에 넣는 것은 조금 망설여지는군요.
저희는 이른바 ‘좋은 책’들을 고를 때 다음과 같은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내용이 올바르고 정직한가, 욕심이 묻어나지 않는가, 문장과 그림이 깨끗한가…. 그렇지만 우리 생각과 판단만이 늘 옳다고 자만하지 않겠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어린이책과 책동네, 어린이와 우리 자신을 대하면서 늘 배우는 마음으로 일하고자 합니다.
 
 
 
 
조선 시대의 조신선(조생)은 당시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역할을 했다고 보시나요?
책이 귀했던 조선 시대에 조신선은, 새로움과 정보에 목마른 사람들의 갈급함을 채워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체면 차리느라 여기저기 함부로 다닐 수 없었던 양반들, 화초처럼 방 안에만 들어 앉아 있어야 했던 여인들, 책은 감히 탐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기던 백성들까지 모두 조신선 앞에서는 신분도 나이도 잊은 채 그저 책에 목마른 독자가 되었습니다.
조신선은 책 앞에서는 모든 이가 평등하다는 것을 일깨우고 책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리기 위해 발로 뛰는 열정적인 마케터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대의 조신선'으로 추천해주실 만한 분이 있으시다면 어떤 분이고, 어떤 이유이신지요.
이상희 선생님을 추천합니다. 그림책 작가이자 번역가, 시인, 그리고 패랭이꽃그림책버스 운영자시죠. 이상희 선생님은 원주와 강원도 지역의 도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늘 바쁘시지요. 그리고 도서관과 책을 소재로 한 여러 문화사업들의 기획과 진행을 위해 책 보따리를 옆에 끼고 바쁘게 다니십니다. 선생님의 이런 모습이 딱 ‘우리 시대의 조신선’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에게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으신 책이 있다면 두 권만 부탁드립니다.
‘일과사람’ 시리즈의 첫 번째 책 『짜장면 더 주세요!』(이혜란 쓰고 그림, 사계절, 2010)를 권합니다. 직업에 관한 정보를 전하는 것을 넘어서 누군가의 삶을 이렇게 성실하게 보여준 책이 있었나, 싶어 새로웠습니다. 간결하고 쉽게, 그러나 충실하게 ‘일’의 건강함을 담아낸 책이라 ‘일과사람’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책입니다. ‘짜장면’이 표준어로 인정받았을 때에도 제일 먼저 이 책이 떠오르더군요.
 
다음으로 『나도 편식할 거야』(유은실 글, 설은영 그림, 사계절, 2011)를 추천합니다. 우선 재미있어요. 손에 쥐면 끝까지 다 읽도록 내려놓기가 쉽지 않을 만큼 유쾌하고 즐거운 책입니다. 그리고 유아 동화에서 자주 다루는 ‘편식’이라는 소재를 색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다룬 것도 눈에 띕니다. ‘편식하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편식하면 안 된다고 억지로 주입시키는 듯한 많은 이야기들과는 달리, ‘편식하지 않는 아이’가 주인공이 되어 그 시선에서 바라보면서 세상을 그려내지요.
거기서 생기는 일화들을 통해 일부러 교훈을 주려는 게 아니라, 웃으며 읽다 보면 자연스레 ‘편식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주는 점이 참 좋더라고요. 제목부터 내용, 그림까지 하나하나 다 살아 있는 책이라,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두 권을 골라 정리하고 보니, 역시 먹는 이야기가 어린이…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갑(?)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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