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오디오북 출간 기념 심윤경 소설가의 추천사 “말하다가 울지 않기”

어떤 한 장르로 규정하기 어려운 작품들이 있습니다. 해리 포터를 판타지 소설 또는 청소년 소설이라고 말하면, 틀린 말은 아닌데도 아주 뜨악한 기분이 들듯이 말이에요. 해리 포터는 해리 포터 그 자체입니다. 뛰어난 작품들은 모든 장르를 뛰어넘어 수많은 사람의 인생에 잊지 못할 기억을 남깁니다. 그런 작품들을 우리는 걸작이라고 부르죠.
저는 <마당을 나온 암탉>이 바로 그런 작품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국내에서 이미 2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책이고, 전 세계 스물아홉 개 나라에서 출간되었으며, 미국 펭귄 북스에서 처음으로 번역되어 나온 한국 소설이라고 합니다. 어느새 내년이면 스무 살이 된다고 하는데요,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많은 분들이 아이들에게 꼭 읽어줘야겠다 생각하시겠지만, 글쎄요, 부모들이 이 책을 과연 끝까지 또박또박 읽어줄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고, 너무 많은 생각들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라서...
양계장에서 버림받은 폐계 잎싹과 청둥오리 아들 초록머리가 무시무시한 족제비에게 잡아먹힐까봐, 농장 주인에게 붙잡힐까봐 조마조마 가슴을 졸이면서, 잎싹과 초록머리를 응원하고 족제비를 미워하면서 아이들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재미나게 듣겠지요. 그리고 어쩌면 금방 잊어버릴 것 같습니다. 세상에 재미있는 이야기는 정말로 많으니까요.
하지만 부모들은 쉽사리 이 책을 잊지 못합니다. 이 책은 그 어떤 동화나 소설, 심지어 인문철학서도 담아내기 힘든, 삶에 대한 철학적 질문과 성찰들을 풍성하게 담고 있습니다. 희망과 절망이란 무엇인지, 아이가 자라는 것, 아이를 사랑하는 것, 잘 자란 아이를 떠나보내는 것은 무엇인지, 그 모든 걸 아울러 삶이란 무엇인지. 이 책은 힘들이거나 과장되지 않게, 간결하고 아름답게 그 모든 것을 보여줍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던 엄마아빠가 더 많이 울고, 못 잊어 자꾸 다시 들춰보고, 평생 뭉클하게 마음에 간직하게 되는 그런 책일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소개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저는 단 한 가지를 결심했습니다. 말하다가 울지 않기.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세요. 제가 왜 이러는지 곧 이해하실 겁니다. 울지 않고 말하기 어려운 이름,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입니다.

소설가 심윤경

오디오북 듣기 https://hoy.kr/5G9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