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음악』 미란 작가 인터뷰



 "음악은 늘 함께인 것 같아요. 외출 준비를 하거나 길을 걷거나 책을 읽는 순간에도요!”  

미란 작가 인터뷰


 

♬ 새 책 『모두 다 음악』 출간을 축하드려요. 출간과 동시에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 소식도 들려왔어요. 기분이 어떠세요?

꿈만 같다고 해야 할까요? 상상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서 너무 기쁘고 행복했지만, 동시에 약간의 부담감도 생겼어요.

♬ 『모두 다 음악』은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가요?

처음에는 제게 의미있는 어떤 시간대의 풍경,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그런데 특정한 시간대의 풍경만 보여주는 것은 아쉬울 것 같더라고요. 하루는 늘 가던 공원의 똑같은 길인데 왠지 다른 느낌이 드는 거예요. 평소와는 다른 음악을 듣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음악이 사람의 감정에 이렇게나 큰 영향을 끼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라디오 진행자의 말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어떤 날은 차분하게, 어떤 날은 열정적으로. 목표보다는 일상의 순간에 집중하며 춤추 듯 인생을 살아가자는 내용이었죠. 삶이 음악과 닮아 있다고 느끼고 나서 일상에서 음악과 관련된 이미지를 찾게 되었고, 리드미컬한 하나의 이야기로 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 가장 중요한 키워드죠. ‘음악’ 좋아하시나요?

네.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웃음) 인간의 창작물 중에서 사람의 감정을 가장 쉽게 자극하고 또 오래 지속시켜 주는 것이 음악이라고 해요.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늘 음악을 접하고 있을 정도로 가까운 예술이지요. 그림, 책과 같은 창작물을 보기 위해서는 갤러리를 방문하거나 책장을 펼쳐 활자를 읽는 수고가 필요하잖아요. 그에 비해 음악은 늘 함께인 것 같아요. 외출 준비를 하거나 길을 걷거나 책을 읽는 순간에도요!


♬ 이 작품을 작업하며 어떤 음악을 가장 많이 들으셨어요?

사실 음악을 일부러 많이 듣는 편은 아니에요. 그래도 이 작품은 작업을 하며 자연스럽게 여러 음악을 찾아 듣게 되었죠. 하지만 역시 작업 중에는 제 감성과 잘 맞고 편안한 음악을 많이 들었습니다. 한참 작업을 하던 시기가 추운 겨울이었는데 추운 작업실 난로 옆에서 잔나비의 「가을밤에 든 생각」을 들었어요. ‘머나먼 별에서 오손도손 그리운 것들을 모아서 노랠 지어 부르는 사람들’을 상상하는 아티스트의 귀여운 감성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꼬물꼬물 그림을 그리며 외딴 작은 별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거든요. 



♬ 장면마다 익숙한 악기를 발견할 수 있어요. 처음부터 생각한 아이디어였나요?

음악 그림책을 구상하며 일상에서 음악이나 리듬감이 느껴지는 소재들을 찾았어요. 소소하게 악상 기호들을 넣어 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악기의 형태감이 더 직접적으로 그 의미와 느낌을 전달해 주더라고요. 악기의 모양에서 충분히 리듬감이 느껴지도록 연출을 고민했어요. 

제 최애 장면은 역시 마지막에 숨은 ‘트럼펫 숲길’ 장면입니다. 스케치 단계에서 한참동안 풀리지 않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생각이 난 장면이에요. 쥐어짜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많은데 이 장면은 유독 구도가 선명하게 떠올랐어요. 트럼펫의 모양에 맞추는 작업이 까다롭긴 했지만 단번에 스케치를 하고 나니 다음 작업의 길잡이가 되어 준 고마운 그림입니다. 




♬ 최근 가장 아름답게 들렸던 일상의 소리가 있나요?

올해는 유난히 눈도 비도 많이 온 겨울이었던 것 같아요. 저희 집은 저층이고 아파트 놀이터 앞인데요, 비 온 뒤 날이 개면 새들이 자연스럽게 지저귀고 동시에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어 노는 소리가 들려요. 자연의 소리와 아이들의 소리. 세상에서 가장 무해한 소리라고 생각해요.



♬ 자유롭고 산뜻한 펜 드로잉이 인상적이었어요. 좋아하는 재료인가요?

여러 재료를 접해 보아도 제게는 펜 드로잉이 가장 자유롭고 편해요. 가끔 편한 재료로부터의 탈피도 꿈꾸지만 역시나 결과물이 좋은 재료를 사용하게 되더라고요. 이 책에서는 ‘SAKURA PIGMA MICRON’ 펜을 사용했어요. 작품마다 어울리는 펜을 찾아다니는 편이에요. 굵고 뭉툭한 재료보다는 세밀한 표현이 가능한 재료가 제게 어울리는 것 같지만 전혀 다른 재료들과 적절히 섞어 틀에서 벗어난 작품도 해 보고 싶어요. 




♬ 노랑이 가득한 이 책에서 빨간 원피스를 입은 주인공 아이는 너무 사랑스러워요. 실제 모델이 있나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제 작품의 뮤즈는 늘 제 아이들이에요. 제게 가장 영향력 있는 존재거든요.



♬ 작가님의 도전 의식을 부르는 악기가 있다면? 

어릴 때 리코더 부는 일도 굉장히 어려워했을 정도로 악기에 소질이 없는 편이에요. 십여 년 전에 산 기타가 있는데 언젠가 꼭 다시 도전해 보고 싶네요.



♬ 요즘 푹 빠진 취미는?

사실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면 늘 작업 시간이 부족한 편이라서요. 제겐 그림이 일이면서 취미입니다. 자유롭게 달리는 느낌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체력 관리를 위해 짧이라도 러닝을 하려고 해요.



♬ 저는 이 책에서 봄이 가득 느껴졌어요. 작가님은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세요?

제 작품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든 그 시간에 작은 위로와 힐링을 얻는다면 그보다 좋은 감상은 없다고 생각해요. 마음껏 상상하고 느끼는 것이 그림책의 매력이기 때체적인 설명은 필요 없지 않을까요? 제 대답은 늘 ‘당신의 생각이 맞아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