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말자, 울지 말자



갑자기 추워진 날씨,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 분노와 허탈함 사이를 오가는 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살아내야 하는 하루, 또 하루...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어쩐지 울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엉엉 소리 내어 울고 나면 이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질까요?

화가 났다가, 괴롭다가, 체념했다가 결국엔 슬퍼집니다. 슬픔이 온몸을 휘감아 꼼짝도 할 수 없습니다. 차가운 밤하늘에 혼자 떠 있는 저 달에게나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달은 홀로 허허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밤마다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하는 그 많은 서러움의 말들, 그리움의 말들... 그 많은 서럽고 그리운 것들에 일일이 대답할 방법이 달에게는 없겠지요. 그러니 그저 웃을 수밖에요. 말없이 웃어주는 달을 보며 우리는 슬픔을 조금 덜어냅니다. 달도 나도 조금은 덜 외로워진 것 같습니다.



울려던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세상을 바라봅니다. 운다고 세상이 달라질 리 없습니다. 내 삶의 무게가 덜어지지도 않을 테고요. 그러니 우리 모두
다 같이 주문처럼 울지 말자, 울지 말자... 시인은 울음으로도 식힐 수 없는 뜨거운 가슴을 세월더러 식히라 합니다. 물처럼, 바람처럼, 구름처럼 이 또한 흘러가는 것이려니 하면서요. 


물론 모든 일을 다 지나가겠거니, 흘러가겠거니 하며 넘겨버릴 수는 없습니다. 흐름을 멈추고 끄집어내야 할 것들도 있고, 이미 지나간 것들 중에서도 다시 불러와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친 당신의 마음은, 슬픔이 휘감았던 우리의 몸은 괜찮아지겠거니, 흘러가겠거니 하며 한동안 내버려두어도 괜찮습니다. 우린 지금 충분히 괴롭고 슬픈 상태니까요.



한 고비 넘어 또 한 고비, 자꾸만 따라오는 삶의 고난을 흐르는 세월에 실어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강물에 실려 떠내려가는 낙엽처럼 말이죠. 한 번 떠내려가면 영영 돌아오지 않는 낙엽처럼, 우리의 슬픔도 고통도 분노도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위에 소개된 두 편의 시는 <송산하>라는 시집을 남긴 김일로 시인의 작품입니다. 오랜 시간 절판 상태였던 <송산하>에 한시 연구자인 김병기 교수가 해설을 더해 새롭게 펴낸 시에세이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 년>에서 단시短詩, 즉 짧은 시의 깊은 울림과 아름다움을 만나보세요.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 년
저자 김일로, 김병기
출판 사계절
발매 201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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