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도야의 초록 리본


『도야의 초록 리본』
동물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치러 낸 아픔들

 
김은재(사계절 책 읽는 가족 서평단)

 
푸르른 녹음이 짙은 향을 내뿜는 한여름에 만난 동화 『도야의 초록 리본』은 숲속 동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려내면서 우리에게 자연과 동물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안겨 준다. 우리에게 자연은 삶의 공간이고, 동물이 자연 속에서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임은 분명하다. 이 책은 욕심을 채우기 위해 간과하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을 전한다. 고라니 솔랑은 동생 해랑의 만류에도 굴하지 않고 맞은편 울긋불긋한 숲이 있는 산으로 건너가자고 고집을 부린다. 일 년 내내 푸른빛을 내는 잣나무 숲에 사는 솔랑은 붉게 물든 맞은편 숲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맞은편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하는 고속도로. 둥근 발 괴물(자동차)이 쉬지 않고 달리는 도로를 솔랑이 먼저 잽싸게 건넌 뒤 해랑을 재촉한다. 겁 많은 해랑은 솔랑이 보는 앞에서 자동차에 부딪혀 싸늘하게 식어 간다. 

부모를 잃고 독립하는 데 힘이 된 동생 해랑을 잃은 솔랑은 다시 도로를 건널 기운이 남지 않아 붉은 산에 머물게 된다. 한쪽 눈을 잃은 멧돼지 도야의 보호 아래 살게 된 솔랑은 청솔모 청서와 까마귀 깍을 만나게 되면서, 동물들이 살아가기 쉽지 않은 붉은 산의 현실을 알게 된다. 솔랑이 살던 잣나무 숲과 달리 먹이 찾기가 쉽지 않고,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두 발 괴물(인간)이 총을 들고 찾아온다는 것이다. 

숲을 지키는 멧돼지 도야와 도야를 못마땅해하며 호시탐탐 노리는 대발 패거리와의 결투는, 동물들 사이의 영역 다툼과 한정된 먹이를 나누어야 하는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모습처럼 보이면서도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갈수록 동물들의 먹이가 부족해지는 것은, 동물들의 공간 속으로 당당하게 들어와 사냥을 서슴지 않는 두발 괴물들 때문이다. 

찬 바람이 불어오고 농한기에 들어서면 산으로 향하는 두 발 괴물, 인간. 총을 메고 사냥개를 앞세운 채 산으로 올라와 덫을 놓고 사냥을 하는 인간들의 발걸음은 동물들에겐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공간을 지켜 내고, 서로의 삶을 인정하고, 서로의 존재를 포용하는 것이 동물과 동물, 동물과 사람 사이에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도야는 새끼 멧돼지를 사냥꾼에게 잃은 아픈 기억으로, 상처 입은 솔랑을 거둬 먹이며 상처를 살펴 주었다. 또한 솔랑을 먹이로 삼지 않기 위해 고기를 입에 대지 않는 의지를 보이며 솔랑이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날을 기다려 준다. 

이 책에는 인간으로부터 숲을 지키기 위한 동물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도야가 숲길에 매단 ‘유해 인간 출입 금지’라는 표어는, 우리 인간들에게 전하는 당당한 요구이자 권리이다. 도야가 숲을 지키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매단 초록 리본은, 우리 모두와 더불어 살고자 하는 간곡한 바람이자 간절한 부탁이다. 

 『도야의 초록 리본』은 숲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과 그곳을 탐하는 인간들의 욕심이 만들어 낸 이야기로, 그들의 터전을 우리의 입맛대로 바꾸어 가는 인간들에게 깊은 반성을 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