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가족] 가느다란 마법사와 아주 착한 타파하

책을 처음 접할 땐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마법사가 가느다란 무엇이 되는 게 아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씩씩하고 아리따운 소년의 커다란 손 위에 펼쳐진 가느다란 실 줄기 같은 것에서 빛나는 별.

동그란 원 안에 피어난 꽃이기도 하고 눈 같기도 한 그림을 따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다.

빙그르르 춤을 추듯 펼쳐진 차례를 따라가면서 아이와 나는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마법사는 가느다랗지 않다. 홀쭉하지도 야위지도 호리호리하지도 않다.

가느다란 마법사라는 말은 가느다란 마법을 쓰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가느다란 마법은 머리카락 한 올만큼 가느다랗고, 종이 한 장만큼 얇고,
그믐달처럼 여윈 마법이지만 제대로 쓰기만 하면 확실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제대로 쓰기만 하면 확실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느다란 마법은 과연 어떤 것일까?

여느 마법사가 그러하듯 마법사는 그냥 되는 게 아니었다.

선택받은 사람만이 마법사가 되듯 가느다란 마법사도 마법학교에서 테스트를 통해 마법사로 선택을 되었는지를 시험에 들게 된다.

비록 길을 찾는 일은 잘 하지 못하지만 끈기는 강한 가느라란 마법사.

마법 학교에서 마법을 배운 가느다란 마법사는 졸업을 하게 되고 혼자 세상 밖으로 나온다.

가느다란 마법사는 자신을 찾아 부탁을 하러 온 파란 얼룩 참새와 흰 털 참새에게서 커다란 향나무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사시사철 푸른 잎이 빽빽하게 자라 여름에는 비를, 겨울에는 추위를 막아주는 향나무를 사람들이 나무를 벨까 봐 걱정하는 이야기였다.

갑자기 커져 버린 향나무. 겨울잠을 자면 자라지 않는데 이상하게 커가는 향나무에게 어떤 일이 있는 것일까?


<가느다란 마법사와 아주 착한 타파하>를 읽으면서 우리에겐 어떤 작은 힘이 있을까를 생각해 봤다.

"한 톨의 온기. 한 알의 믿음. 한 방울의 희망이여

부풀어라, 흘러라, 자라나라!"


가느다란 마법사는 서리의 마음 깊은 곳을 알아차렸다.

"봄을 기다리고 싶은 마음은 알겠어요. 원하는 때에 원하는 것을 하고 싶은 마음도요."

"녹아서 땅속으로 스며든 서리 덕에 씨앗들이 싹을 틔울 거예요. 잎을 내고 꽃을 피워 봄을 누리겠지요. 물이 되어 기억을 잃었을 뿐 당신은 해마다 그렇게 했을 거예요. 꽃과 함께 봄을 만났을 거고요."

서리는 자신의 운명이 억울했을 거 같았다. 나를 녹이는 봄을. 왜 나를 녹이는지 묻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리는 봄이 오면 녹아 버리는 운명 때문에 절대 봄을 만날 수 없다. 하지만 가느다란 마법사는 알고 있었다. 서리가 녹아 물이 되지만 자신이 물로 변했을 때 생명을 움트게 하고 봄을 만난다는 것을......

우리의 삶도 서리의 삶과 같은 부분이 있지는 않을까?

비록 알지는 못하지만 주변을 이롭게 하는 행동이나 말들......

서리의 마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녹기 싫은 데 녹으면 너무 슬플 거 같다고, 눈이 녹아 눈사람이 녹았을 때 나도 슬펐는데 눈사람도 슬펐겠다고......"내게 말했다.

비록 녹지만 녹았던 눈사람은 내 마음속에 남 듯 서리도 우리의 땅속에서 싹을 틔울 거라는 말을 전하며 우리는 계절에 대해 생각해 봤다.

그리고 책 속에 나오는 아무거나 적을 수 있었던 종이 한 장의 책에 대해서는 신통하다는 생각을 했다.

참새가 지어준 가느다란 마법사의 이름 '가 나 다 라 마 바 사'

가느다란 마법사가 지어진 도망 나온 책의 이름 '타파하'

한글을 배울 때 처음 배우는 가나다라.... 가 이름으로 불려 너무 웃기다는 아이.

이름은 그냥 그렇게 지어진 것일까?

다음에 작가님께 물어본다는 아이와 즐겁게 읽어 본 <가느다란 마법사와 아주 착한 타파하>

여름밤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싶은 신기한 마법의 이야기로 빠져들고픈 아이들에게 함께 읽기를 권해 본다.


본 서평은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