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왔다』 전미화 작가 인터뷰



‘가난하게 태어나 가난하게 살다 가난하게 죽는다.’

서글픈 현실의 말이다. 그 안에는 아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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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인터뷰: 전미화 작가 편

Q. 이번 그림책 작업을 마친 소감은?

"끝났다!" 홀가분한 마음이다.

Q. 해, 달, 지구 등을 단순하고 귀여운 캐릭터로 표현했다. 해는 장면마다 색감이 다른데 감정이 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캐릭터를 그릴 때 어려움은 없었는지?

많았다. 기획 단계에서 생각하지 못한 그림 스타일이 복병이었다. 특히 해의 개성이 그림으로 보이지 않아 수십 번 그리기를 반복했다. 결국 재료를 바꿔 다시 테스트를 해야 했다. 한 캐릭터를 장시간 그린 건 처음인 것 같다. 해의 단조로움을 줄이기 위해 색온도를 컬러로 표현하여 각 장면에 입체감을 주었다.

Q. 『해가 왔다』에는 이전 작품들에서 보지 못한 정서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을 대하는 마음이 특별해서일까?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었나요?

꼭 그런 건 아니다. 기획 단계가 지나면 특별한 감정을 넣어서 작업하지 않는다. 어떤 방법이 그림에, 글에 최선인가를 생각한다.

Q. 해가 지구에 갈 때 ‘고민’ 끝에 간다고 하는데, 해의 고민은 무엇일까?

해는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지구까지 먼 길이기에 심란한 마음도 들었을 것 같다. ‘매일 성실히 온몸으로 빛을 냈는데….’ 하는 다소 소심한 성격이다.

Q. 주인공은 어떤 아이일까? 자기에게 소중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는 행동이 대단해 보인다.

지금 보니 아이는 소원을 이뤄 내는 대범하고 집요한(?) 성격이 아닐까. 해가 아이에게 작은 해를 선물하고 아이가 옆집 동생에게 해를 떼어 주는 건 나눔과 배려의 자연스러움 같다.

Q. 이야기와 어울리는 재료를 찾는 데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걸로 안다. 수채 물감은 어떻게 정하게 되었나?

다른 작업과 달리 이번 더미를 만들었을 때 재료를 고려하지 않았다. 내용이 단순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착각을 했었다. 크레파스로 처음 작업을 했지만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현격하게 떨어졌다. 결정해야 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크레파스 그림을 접고 물감으로 다시 시작했다. 지난한 작업이었지만 불필요한 과정은 아니었다, 라는 생각이 지금은 든다.

Q. 전작 『다음 달에는』에 이어 이번 그림책도 집에 관한 이야기로 읽힌다. 주거 문제를 다루게 된 이유가 있을까?

일조권과 조망권를 침해받지 않는 집은 이제 누구나의 집이 될 수 없다. 프리미엄이 붙어 팔려 나간다. 있는 사람이 지하에 살지는 않는다. ‘가난하게 태어나 가난하게 살다 가난하게 죽는다.’라는 말을 곧잘 듣게 된다. 서글픈 현실의 말이다. 그 안에는 아이들도 있다.

집 안은 낮인데도 불을 켜야 비로소 밝아진다.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다. 자연조차 차별되어 나눠 가진다. 오히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해를 기다릴 수 있다. 지금보다 나은 삶이 아주 먼 남의 이야기란 걸 알기 때문이다.

Q.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대사는 누가 말하는 걸로 생각했나? 주인공 아이 한 명의 목소리처럼 들리지만 해가 온 집의 여러 아이들이 같이 외치는 목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주인공 아이의 목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모두의 외침이면 더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외침이 없기를 바란다.

Q. 매일매일 작업실에 나가죠? 작가님의 일상을 들려준다면?

점심 지나 출근한다. 출근 전 집 근처 산에 들러 나오기도 한다. 매일 작업실에 나오기는 하지만 매일 작업하는 건 아니다. 슴슴한 일상이다.

Q. 혹시 그림책 속 아이처럼 달에게 기도하고 싶은 것이 있을까?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정도.

Q. 그동안 출간한 그림책을 헤아려 보니 이번 그림책이 16번째 작품. 2009년 『눈썹 올라간 철이』가 나온 이래 매해 꾸준히 작업한 셈이다. 그동안 슬럼프는 없었나? 만약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했나?

매번이 슬럼프다. 그래서 그런지 극복이 따로 없다. 다음 일을 시작하는 게 극복이 아닐까..

Q.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와 작품이 있다면? 또는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그림책?

책은 매일 아주 조금씩 읽고 있다. 지금은 회화 작가들의 작업물 시리즈를 읽는 중이다.

Q. 작가님에게 그림책이란?

잘 모르겠다. 요즘은 잘 알았던 것도 전혀 모르는 것이 되었다.

Q. 새해에 맞춰 새 책이 나왔습니다. 독자들에게 소망을 담아 한마디!

건강 잘 챙기시고요,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