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빨간 여우의 북극 바캉스



『빨간 여우의 북극 바캉스』
빨간 여우가 북극으로 간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지유(<이지유의 이지 사이언스> 작가)

 
견딜 수 없이 푹푹 찌는 어느 더운 여름날, 빨간 여우는 여름을 피해 겨울이 있는 곳으로 가기로 마음먹고 북극으로 가는 고드름호에 몰래 숨어 들었어요. 그런데 이 배는 뭔가 수상한 점이 많았어요. 무서워 보이는 선원들, 고래처럼 거대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장비, 잡은 고기를 해체할 수 있을 것 같은 방까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배일까요?

배는 여러 모로 미심쩍은 구석이 많지만, 여우가 목적지를 북극으로 정한 것은 잘한 일이에요. 북극은 연평균 기온이 영하 35도로 북반구에서 가장 추운 지역이니 더위를 피하기엔 이보다 더 좋은 장소가 없지요. 만약 여우가 남반구에 살았다면 연평균 기온이 영하 50도에 이르는 남극으로 떠나려 했을 거예요. 북극과 남극이 이렇게 추운 이유는 태양빛을 조금만 받기 때문이에요.

그 결과 얼음이 언 뒤 녹지 않고 계속 축적되어 거대한 얼음판이 되어 버렸지요. 극지방의 얼음은 커다란 거울 같아서 태양에서 오는 빛을 우주로 반사해요. 만약 극지방의 얼음이 없다면 지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더워질 거예요.

북극과 남극의 차이점은, 남극은 대륙이지만 북극은 대륙이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우리는 북극도 대륙이라고 착각하는데, 바다가 얼어서 생긴 해빙이 광활한 땅처럼 보이기 때문이에요. 인류는 북극의 해빙이 녹은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답니다.

하지만 백 년 후에 태어날 우리 후손들은 북극을 그냥 바다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연평균 기온이 오르면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아내려 반사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지구의 기온은 더욱 빨리 올라가 얼음이 더 많이 녹아요. 결국 모든 얼음이 녹으면 몇몇 높은 산을 제외하곤 모두 바다 속에 잠기고 말아요. 그런 날이 오면, 여우는 바캉스가 아니라 살 곳을 찾아 에베레스트산으로 올라가거나 지구를 떠나려고 우주선에 몰래 탈지도 몰라요.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어요.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기온 상승폭을 줄일 수 있고,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어요. 그러면 해빙을 땅으로 여기며 살고 있는 북극곰과 북극의 동식물들도 지구에서 잘 살 수 있을 거예요.

우리는 왜 우리나라와 멀리 떨어져 있는 북극의 생물 걱정을 해야 할까요? 빨간 여우가 북극을 여행하는 동안 무슨 일을 겪는지 읽어 보면 여러분도 알 수 있을 거예요. 북극에서 적도까지 지구의 모든 지역엔 다양한 생물이 꼭 살고 있어야 해요. 왜냐하면 지구 기온을 기복 없이 유지하는 데 생물의 활동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요. 만약 이 지구상에 다른 생물이 살지 않는다면 인간은 훨씬 난폭한 자연 재해를 만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결국 인간도 멸종하고 말지요.

이 책은 환경과 기후 위기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해요. 생각한 것을 실천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우리의 노력으로 지구의 기온이 더는 높아지지 않는다면, 그래서 여름이 견딜 만해진다면 빨간 여우는 북극까지 가려고 몰래 배에 타지 않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