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족] 달팽이도 달린다

“달팽이가 만난 우리들 이야기”
일상 이야기라 무심코 넘어갈 수 있지만 “달팽이”라는 느린 동물을 등장시킴으로써 각자의 속도로 살아가는 아이들이 더 돋보이는 이야기다. 동화마다 등장하는 달팽이 그림을 찾는 것도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주니 아이와 함께 찾아 보시길.

진형이의 달팽이를 시작으로 다섯 편의 이야기가 나온다.
집에 달팽이가 있지만 평소 관심이 없었기에 종류도 모르고 이름도 없이 키우고 있었다가 학교 수업시간에 자신의 반려동물이라고 말하는 순간 달팽이는 관심의 대상으로 바뀐다.
촉감이 징그러워서 멀리했지만 들여다볼수록 달팽이의 움직임이 새롭고, 먹는 소리가 신기하게 들리며 생명으로써 반려동물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복어의 집>에서는 형제가 바닷가에서 우연히 건네 받은 복어를 다시 웅덩이에 옮겨 놓는다. 한참을 데리고 놀다가 헤엄을 치지 않자 불쌍해서 다시 풀어주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까만 모자 아이가 달라고 하자 형제들은 거절 한다.

“죽을지도 몰라. 불쌍하잖아. 풀어 줘.”
“싫어!”
“풀어 주라니까!”
“왜 나한테만 그래? 너희도 실컷 갖고 놀았잖아!”
까만 모자 말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p.109)

여름철이나 물가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소녀의 한 마디가 그동안의 경험을 되돌아보게 한다. 달팽이나 물고기는 쉽게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장난감처럼 데리고 놀다가 버리는 존재가 아님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최고의 좀비>
전학 온 미주에게 적응을 도와주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친구 유진이는 일을 찾아 미주를 돕는다. 하지만 미주는 자신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친구나 주변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보다 “나한테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리겠네.”(p.119) 라며 상대의 감정을 받지 않는 노련미를 발휘한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도움을 주려고 한 행동이 실례를 범하거나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있다. 혹은 어린 자녀에게 나서서 도움을 주는 부모가 될 수도 있고, 유진이처럼 미주가 힘들까봐 일을 대신해 줄 수도 있다. 마음이 행동이 되기 전에 상대가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기다림도 필요하겠다.

“난…… 너 힘들까봐.”
“나 안 힘들어. 앞으로 도와주고 싶으면 나한테 먼저 물어봐 줘’”(p.135)

우리 아이들도 어른처럼 이런저런 작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의 세상에 귀 기울여주는 걸 놓치지 않았는지, 작은 존재로만 여겨 모든 걸 해주려고 하지 않았는지.
여기 작고 느린 달팽이가 여러 아이들을 만나며 작은 목소리를 지나치지 않고 들어주고 있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생각보다 강한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 다 보면서, 어쩌면 모든 세상에 달팽이처럼 지속적인 관심과 눈여겨보는 노력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엄마 ; 주인공 미주를 보며 참 당차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을 보는 불편한 시선을 의식하기 보다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마음가짐을 본받아야겠다. 어른이라고 아이의 행동을 대신해주는 건 도움이 아니라 기회를 뺏는 행동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 4살 때 달팽이를 키웠던 것이 생각났다. 상추 먹으면 초록색, 당근 먹으면 주황색 똥을 싸서 신기했는데 결국 키우지 못해서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 줬었다. 그 이후에도 가끔 지나가는 달팽이가 반가웠는데, <달팽이도 달린다>이야기를 읽고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했던 걸 반성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