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는 아름다움 : 조영인

제3회 청소년 독서감상문 대회 청소년부 우수상
조영인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슬픔과 기쁨을 간절하게 느낄 수 있는 나이는 언제쯤일까?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내가 그 슬픔을 처음 느꼈던 나이는 다섯 살, 아직은 어린 나이었다.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하면서 한참 응석을 부릴 나이에, 나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을 잃고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맛보았다.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말을 배울 때까지 부모님 대신 날 보살펴 주신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것이다. 그 때 나는 여태껏 나를 지탱해 준 다리 한쪽이 무엇인가에 의하여 쓸모없게 되어버린 것처럼 눈앞이 캄캄했다. 어려서 자세한 것은 알지 못했지만, 흑백사진처럼 희미한 어린 시절??이젠 할머니 못 봐??하는 말에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만약 이런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의 로버트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도 나처럼,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잃었고 그것으로 인해 인간으로서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로버트는 먼저, 가난 때문에 자신의 소중한 돼지 핑키를 잃었다. 핑키와 함께했던 기억들을 가슴 속에 묻어야 하는 슬픔을 겪었다. 가난이라는 비정한 현실을 깨닫고 눈물을 흘렸고, 이 눈물은 그의 어른이 되는 길에서의 첫 걸음이 되었다. 그러나 로버트는 겨우 힘겹게 한 걸음을 내딛은 후 숨을 돌릴 틀도 없이, 더 큰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나무 그늘이자 인생의 등대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다. 

아버지는 푸줏간의 주인이셨고 매일 매일 돼지가 한 마리씩이라도 죽어야 살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은 그토록 사랑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었다. 

소년은 이제 따가운 햇빛에 그늘 없이 맞서야 했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혼자 여행하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인간이란 어려움이 다가오면 더욱 강해진다는 진리도 소년의 정신력에서 잠시나마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로버트에게 슬픈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아버지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모습으로부터 삶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상냥한 이웃인 테너 아저씨,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살아가는 힐먼 아저씨, 긴 외로움 끝에 다시 행복을 찾은 베스콤 아주머니에게서 인생을 배웠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의 상처와 눈물을 포용하는 것을 익혔다. 이 과정에서 그는 또 다시 성장했다. 

사람은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일을 경험한다. 그 경험은 기쁜 일일 수도 있고, 슬픈 일일 수도 있다. 또한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 만큼 큰 영향을 주는 일일 수도 있고, 아주 사소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우리가 자신이 경험하는 일들로부터 무엇이든 소중한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로버트는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로부터 삶을 배우고, 자신을 숙성시키는 거름을 얻었다. 그리고 우리들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일, 앞으로 겪을 일들이 바로 자신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가끔씩 사람을 조각에 비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각이 만들어질 때 재료를 깎기도 하고 더 덧붙이기도 하는 것처럼, 우리도 몸이 깎여 떨어져 나가는 아픔을 견디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야만 비로소 완성된 작품이 될 수 있다. 이 책을 통하여 우리가 경험하는 작은 일 하나하나도 나를 성숙시키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일도 슬프고 원망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내가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하니, 그런 일을 경험하게 된 것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다. 

갑자기 인생의 험한 길을 걷게 되었을 때, 무조건 누군가에게 의지하려는 마음보다 혼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을 지녀야 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또, 내게 그 사실을 현실처럼 깨닫게 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보여준 로버트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