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별』 편집 후기 2

세상에는 두 가지의 책이 있다.
읽기만 하는 책, 그리고 반드시 소장해야 하는 책.

읽기만 해도 되는 책은 e북으로 사서 읽든 도서관에서 빌려 읽든 그건 알아서 해도 된다. 그러나 반드시 꼭 소장해야 하는 책이 있는 법. 점 하나도 허투루 찍지 않는 장인의 책이 그렇다. 펭귄북스의 스타 디자이너 코랄리 빅포드 스미스의  『여우와 별The fox and the star』이야말로, 장인이 한 땀 한 땀 공들여 작업했음을 보여 주는 진정한 소장용 책이라는 것을 이곳에 구구절절 쓰려고 한다.

여우와 별을 소장해야 할까? 

1. 독자는 소중하니까, 소중한 종이 만지세요~!

본문 종이 스펙 : 문켄 퓨어 러프 128g (MUNKEN PURE ROUGH)

일반 독자들은 문켄지가 어떤 종이인지 잘 모를 수도 있다. 문켄지로 말할 것 같으면 수입지로 최상위급이며, 우리 회사 북 디자이너들이 정말정말 쓰고 싶어 하지만, 편집자 입장에선 그 가격 때문에 쉽게 쓰라고 말하기 어려운 종이다.
왜 문켄지를 쓰고 싶어 할까? 문켄지는 이미지를 고급스럽고 자연스럽게 부각시켜 준다. 종이 표면의 오돌토돌한 질감과 두툼한 볼륨감으로 제작물의 완성도를 유지해주고, 두께 대비 무게가 적어서 경제적이기도 하다. 또한, 문켄지는 스웨덴의 감성을 담은 자연 친화적인 종이다. 염소가 들어가지 않은 표백 펄프를 사용하였고, FSC 인증을 받았다.(FSC,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경영을 하고 있는 삼림에서 생산된 목재나 목제 제품을 사용하는 제품에 인증마크를 준다.) 또한, 유럽 및 국제 환경 경영 시스템인 EMAS인증 및 ISO14001인증을 받았다. 여기서 말이 어려워지는데, 한마디로 친환경 종이라는 뜻. 그러니까, 정말 마구마구만져도 된다.

*내용출처 : http://me2.do/GiuqeOfk

문켄지의 오돌토돌 질감이 느껴지나요?
2. 이건, 인쇄의 예술입니다

본문 색상 스펙 : 1도 별색 4
면지 색상 스펙 : 1도 별색 1

우선 인쇄되는 색은 보통 4가지로 본다. (검정색),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 전문 용어로 CMYK(cyan, magenta, yellow, black)라고 한다.
이렇게 기본 색을 4도라고 하는데, 보통 소설이나 인문서의 글자만 있는 책은 1, 그 외에 다른 색 하나가 더 들어가면 2도 완전 컬러면 4도 이렇게 말을 한다.(전문 용어 잠시 풀어줬습니다.)
당연히 색이 적게 들어갈수록 제작비용이 적게 들어간다. 그런데, 흔히 5도라고 말하는 별색이 있다. 4도에 해당하지 않는 색을 별색이라 하는데, 이 별색은 4가지의 색을 섞지 않고 애초에 그 색인 거다.
(자세한 설명은 여기 블로그 링크 : http://me2.do/F5x3CjG3)

그렇다면 『여우와 별』 색상의 스펙은 어떨까? 『여우와 별』 색은 먹 1도 색에다가 별색 4가지를 썼다. 그런데 그 별색의 잉크가 100% 한국과 같지 않아서, 최대한 같은 색이 나오도록 하는 게 우리의 큰 난관이었다.

적색 같은 별색과, 노란색 같은 별색, 네이비 같은 별색, 그레이 같은 별색. 이 색깔들이 애초에 별색으로 쓰인 거다. 그리고 인쇄기에 이 색을 돌린다고 그대로 표현해주는 게 아니다.
먼저 영상을 보시죠!

디자인 팀장님과 기장님이 만든 예술 작품~!

그렇다. 우리는 저 색들이 코랄리가 만든 색과 잘 맞도록 인쇄 기장님 옆에 단디붙어서 정말 한 장 한 장 나오는 걸 지켜봤다. 색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 결국 시간은 더디게 가고 아침부터 시작된 인쇄 감리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우리 디자인 팀장님이 말했다.
이건 인쇄의 예술이야.”
그러면서 살짝 코랄리를 원망했다는......
그리고 결국, 하이라이트 오렌지 페이지가 나왔다. 코랄리가 가장 좋아한다는 그 페이지를 찍은 시각, 밤 11시 38분. 우린 결국 색 재현에 성공했다. 여기서 우리 디자인 팀장님의 말을 다시 하나 직접 인용한다.
"코랄리 진짜 대단하다. 패턴들이 다 같은 패턴이 아니네......."

오렌지 페이지, 너를 만난 시각. 밤 11시 38분



3. 양장 오브 양장, 고급진 빈티지 느낌의 백박 천 양장!

표지 스펙 : 백박 천양장(RD19) / 실크 인쇄
표지 잉크 스펙 : 잉크 재료 NEW BEST ONE
*자세한 내용 : http://me2.do/FgebSD2b

음 양장 비싼 건 다 아실 거다. 그런데, 이 양장은 우리가 아는 그냥 비싼 양장이 아니라고~~!!!!!
바로 그 상상을 초월한다는 양장 오브 양장. 천 양장! 천 양장 중에서도 인쇄하기 어렵다는 백박 양장!!!!!!!!!
천 양장은 간혹 봤을 것이다. 그런데 오돌토돌한 천에 백색을 인쇄하기란, 정말 어렵다. 열로 백박을 눌러야 하는데, 열로 누르면 저 복잡하고 디테일한 패턴들이 뭉게져 버린다. 그래서 열이 아닌 압력으로 눌렀다. 이렇게 어렵게 인쇄했지만, 백박은 잘 벗겨지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백박 인쇄는 잘 안 한다. 그런데 왜 백박 인쇄를 했냐고? 코랄리가 그렇게 했기 때문이지...... 그런데 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원서를 하도 오래 들고 다니니 손때도 묻고 백박도 살짝 살짝 벗겨진다. 근데 그게 약간 빈티지한 느낌을 풍기면서 더 고급진느낌을 준다.
아하~! 그랬던 거군!
초반에 시험 인쇄를 해봤더니 아구 흐려라. 그럼 두 번 찍어봐? 해서 한 번 더 찍었더니 촘촘한 패턴들이 두 개로 갈라지기 시작하고......
영국에서 이런 거 딱 알아본다. 안 돼!
우리도 이런 수준의 작품을 내보낼 생각은 물론 없었다. 도전~! 도전~!
저 수많은 시험 인쇄 후 그쪽에서 알려준 잉크를 사용하여 다시 도전 ~!

6개월 시험 인쇄를 거친 결과들....... 제작 팀장님의 예술 탄생!

~~~~~!!!!!!!

이렇게 나오게 하려고 제작 팀장님이 정말 고생하셨다. 시험 인쇄만 6개월...... 제작 팀장님은  『여우와 별』 보는 것조차 힘들어 하신다...... 그래도 잘 나와서 뿌듯^^

4. 띠지 버리는 자, 유죄!

띠지 종이 스펙 : 오로(아이스골드)120
띠지 색상 스펙 : 1/ 별색 1

이건 고귀한 책이니, 당근 띠지를 만들어야 했다. 우리 디자인 팀장님은 띠지 종이도 아주 고급지게 하자고 말씀하셨다...... 이미 제작비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나 있는데...... 띠지도 고급지게 하자고 하시니...... 그래도 이왕 만드는 거 진짜 제대로 해봐? 그런데 다들 『여우와 별』에 들어가는 제작비는 아까워하지 않는 눈치다. 일반 띠지 종이의 두 배 아니, 세 배 이상 비용이 드는 오로 아이스골드 120g을 사용했다. 그러니, 띠지 절대 절대 버리지 마시길...... 부탁합니다.

샤랄라 빛이 보이나요? 은은한 펄감~! 우리 여우와 별에 딱 맞는 띠지 종이입니다.


이상, 예술 작품 『여우와 별』 구구절절 편집자 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