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노근리 : 이지원

제6회 어린이 독서감상문 대회 어린이부 우수상
이지원
 

 
“엄마, 비디오 뭐 빌려 왔어?”
“‘태극기 휘날리며’ 빌려 왔는데.”
“지금 볼 거야? 그거 무섭단 말이야! 보지 마아!”

나는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전쟁 이야기는 너무 싫다. 전쟁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총에 맞아 피를 흘리거나, 팔 다리가 떨어져 나가거나, 시체에서 구더기가 득실거리는 것이 생각되면서 헛구역질이 난다.

『노근리, 그 해 여름』은 엄마의 전쟁 이야기,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보다 더 끔찍한, 노근리의 참혹한 6·25 전쟁 이야기다.

은실이 가족은 미군에 의해 임계리 주민들과 함께 피난을 간다. 피난 도중 폭격을 맞아 동생 인국이가 죽고, 가족과 헤어진다. 은실이는 노근리 쌍굴 속에 강제로 가게 되고 거기서 엄마, 아빠, 할머니를 다시 만나지만 미군들의 무차별 총질에 엄마가 죽는다. 아빠는 밤중에 탈출을 하고, 이제 남은 가족은 은실이와 할머니뿐인데, 할머니는 팔에 부상을 입게 된다.

미군은 우리를 도와주겠다며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왜 그랬을까? 후퇴하는 길에 양민들이 걸리적거린다고 죽인 건 아닐까? 재미로 죽였을 리는 없을 테고. 현수 오빠가 물어 보니 미군 장교가 시켜서 그랬다는데, 장교가 피를 보고 흥분해서 미쳐 버린 건 아닐까?

평소에 나는 미군들이 인민군을 무찌르고 남한을 구해 준 고마운 은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내가 알고 있던 착한 미군의 모습이 아닌 잔인하고 악랄한 미군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맥아더 동상 철거’ 문제 때문에 떠들썩했는데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이제야 알겠다.

나흘 후, 인민군이 구출해 주고 은실이는 할머니와 임계리로 돌아간다. 금실이 언니는 미쳐서 돌아오는데 너무 불쌍하다. 집안일도 잘하고, 막내 홍이를 업고 다니며 돌보고, 철부지 은실이의 투정도 잘 받아 주는 언니였는데……. 전쟁 때문에 미쳐 버린 것 같다는 할머니의 말씀을 듣는 대목을 읽을 때 울화가 치밀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금실이 언니 마음이 너무 약했던 것 같다. 조금 강했더라면 미쳐 버리진 않았을 텐데. 현실하고 싸워 이길 용기가 없어서 스스로 세상을 외면해 버린 것 같다. 그게 금실이 언니의 최고의 선택이었나 보다.

아빠는 인민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전쟁터에 끌려가게 된다. 그리고 은실이는 쌍굴에서 겪은 참혹함에 벙어리가 되지만 금실이 언니의 죽음에 놀라서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전쟁이 끝난 후, 아버지는 다시 돌아오게 되고 재혼을 하여 새엄마를 맞이 한다. 은실이는 이복동생 단비가 같은 처지라는 것을 깨닫자, 단비를 감싸 주고, 같이 놀아 준다.

나는 은실이의 용기에 박수를 쳐 주고 싶다. 굴 속에서 마실 물이 없어 핏물을 마신 것, 가족들에게 떼를 쓰지 않은 것, 울고 싶지만 다 나와 같은 처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은실이었다면 핏물 마신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고 가족들에게 징징대고 떼를 썼을 것이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할머니에게 왜 도망 못 가게 했냐고 원망했을 거고 아빠가 다시 돌아와도 아빤 왜 가족들을 버렸냐고 화냈을 것이다. 새엄마와 단비를 맞이한 것도 마찬가지로 아빤 벌써 동생들을 잊었냐며 섭섭해 했을 것이다. 생각이 깊어지기는커녕 집을 나갔거나, 금실이 언니처럼 미쳐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금실이 언니의 착한 마음보다, 은실이의 용기와 자신감,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 단비를 생각하고 같이 놀아 준 착한 마음을 닮고 싶다.

노근리 여름의 참혹함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다시 전쟁이 나지 않으려면 감추어진 역사를 잘 알고, 우리가 처해 있는 형편을 제대로 알아야 다시 속지 않을 것이다. 북한과 남한이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해 주었더라면 이런 잔인한 전쟁은 없었을 텐데. 하루 빨리 통일되어 한민족, 한나라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