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구조대 : 함정금

제2회 독서감상문 대회 일반부 우수상
함정금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산이에게.
 
나는 74세의 할머니야. 이젠 신경통으로 거동이 불편해 우울했었는데, 동화책 속의 산이를 만나고 나서 그 옛날 유년시절로 돌아가 참으로 행복했어. 할머니가 태어난 곳도 낮에는 밭가에 노루가 뛰놀고, 밤에는 늑대가 마당에까지 내려오는 솔티말 같았으니 말이야. 지금에 와 생각하면 세상때 묻지 않은 공기 좋고 물 좋은 산골마을이 좋은데, 산이가 어떠한 어려움도 장애물도 없는 부모님의 품속을 떠나 서울로 간다는 것은, 마치 새장 안의 새가 세상 밖으로 나가려는 것 같은 위험한 일이야.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데 . 산이가 더 자란 다음 가면 안될까? 아직은 부모님의 사랑을 받아야 할 시기인데 집을 떠나면 곧 상처받고 후회하게 될 꺼야.
 
산이! 나이답지 않게 이상한 행동을 하는 구만씨를 떨떠름하게 생각하지 말아 줘. 그런 사람일수록 세상때 없는 진실이 담겨 있거든. 좀처럼 사람을 따르지 않는 고라니가 구만씨를 따르는 것은 사랑의 냄새가 있기 때문이야. 

올무는 고라니의 목을 깊이 파고들어 구만씨가 올무를 벗겨 주었어도 그냥 놔두면 죽을 것임으로 집으로 데리고 왔을 때, 비싼 값으로 사겠다는 대추할아버지와 밀렵꾼의 말에 잠시나마 솔깃한 산이 아버지가 불안했었어. 그런데 다행이 산이 방에서, 그것도 구조대원인 석이씨가 치료해서 살아났을 때 난 산이와 석이씨에게 만세를 불렀지.

 
야생동물을 살리기 위하여 봉사하는 털보대장, 석이대원, 구만씨 같은 분들이 있는가 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돈을 벌기 위해 온 산에 올무나 덫을 놓는 어른들이 있거든.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물이 백 사십만 종 되는데, 자그마치 하루에 백 종이 넘게 사람의 손에 의해 사라지고 있다니 놀라워.

물이나 공기가 오염돼서 야생동물이 더욱 살기 힘든데 골프장이니 채석장이니 하며 자연을 훼손시키고 있어. 구조대원들이 산에 올라갔다가 하루에 올무나 덫을 300개나 넘게 찾아냈다는 구나. 게다가 총으로 잡고, 함정을 파서 잡고, 어른들은 몸에 좋다면 곰쓸개, 사향노루의 사향, 사슴, 고라니, 뱀, 오소리, 개구리, 물개, 살쾡이 등등 . 사람들이 이렇게 좋아하니까 밀렵꾼들이 날뛰는 거야.

 
이 세상엔 잡초가 없듯이 야생동물도 쓸모 없는 동물은 없어. 맹수가 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연이 건강하다는 증거야.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은 공영공생을 할 권리가 있거든. 더욱 우리 인간은 자연을 떠나서는 살수가 없는데 말이야.

동물을 마구잡이로 잡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어.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사람은 자연에 기대어 살아갈 수밖에 없거든. 그런데 아이도 아닌 어른들이 날만 새면 야생동물을 살상하니 정말 내가 어른이란 것이 부끄러워.

 
할머니는 지금 6살배기 손녀에게 이 책을 읽어주고 있어. 구조대원인 연이씨가 키우던 달구가 연이씨 품에서 죽었을 때 다 빠진 앞니를 들어내놓고 '으앙 으앙' 우는 바람에 나도 눈물을 닦으며 손녀를 꼭 안고 달래주었어. 창밖으로 흐르는 보석이 박힌 밤하늘. 사라질 듯 하다가도 다시 깜박거리는 별을 보며, 내 손녀도 산이처럼 똑똑하고 가을하늘같이 맑고 착하게 자라주기를 바라면서 . 그런데 손녀의 말이 앞으로 다시는 마당의 개미와 잠자리, 화단의 청개구리, 방아깨비를 잡지 않을 거래.
 
치호가 산에 갔다가 덫에 다리를 다친 것을 보고 아이들은 우울해 있다가 산이 동생 미단이, 아영이, 성배 모두 힘을 모아 솔티말 야생동물 구조대를 만들고 지금껏 혼자서 솔티말 야생동물 구조를 해 오던 구만씨가 대장이 된 것을 축하해. 

산이! 구만씨를 형으로 대하는 것 고마워. 곰처럼 미련하지만 똑똑한 산이와 함께라면 마음이 풀처럼 순수해서 잘 해나갈꺼야. 치호가 할아버지가 놓은 덫에 걸렸다는 건 슬픈 일이지만 세상은 뿌린 대로 거둔다고 하거든. 그래서 치호가 다친 거야. 앞으론 치호 할아버지도 닻은 안 놓을 것이며 머지 않아 산이 방에 있는 고라니도 회복되면 산으로 가게 될 것이고, 밀렵꾼이 나타나면 신고도 하고, 산의 덫이나 올무도 없애고, 눈이 많이 내릴 땐 먹이도 주고, 훌륭한 일을 하는 솔티말 야생동물 구조대의 모습이 눈앞에 어려.

 
눈 덮인 숲에 내리쬐는 투명한 겨울 햇살, 그 속에서 겨울을 나고 있을 토끼, 고라니, 오소리, 고슴도치, 멧돼지, 담비, 그리고 수많은 새들 . 그 모든 게 정겹고 사랑스러운 솔티말을 두고 산이가 서울로 갈 수 있을까? 아마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

할머니 마음 속엔 아직도 한 송이 꽃과 파아란 강물이 흐르고 있나봐. 이 책을 읽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슴이 출렁거리거든.

털보대장, 석이, 연이 대원에게도 감사 드리며 솔티말 야생동물 구조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