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자꾸 건드리니까

시랑 놀기 딱 좋은
-강정연(동화작가)
 
봄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누가 자꾸 건드리는 것처럼 마음도 엉덩이도 자꾸만 들썩이고, 그래서 그런지 자꾸만 창문을 활짝 열게 되고, 그래서 그런지 누구누구 이름을 막 크게 부르고 싶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말이에요, 가만 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닌가 봐요.
 
바람은 간지러워/나뭇가지가/자꾸 건드리니까 //
나뭇가지는 간지러워/잎사귀가/자꾸 꼼지락거리니까 //
잎사귀라고 가만있을 수 있나/햇살이/곁에 와서/자꾸 꼬무락거리니까//
햇살이라고 가만있을 수 있나/저수지는 일렁이고/바람은 살랑이고/나뭇가지는 하늘거리고
-「봄이잖아, 봄이니까」 중에서
 



봄은 이토록 꿈틀거립니다. 살아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게 해 주는 날들이지요. 진정 봄날, 이토록 봄다운 시들을 만나 마음껏 봄을 즐기는 나는, 참 즐겁습니다.
 
마음을 그리는 시는 참 많아요. 그중에는 ‘이 마음은 도대체 뭘까?’ 하는 시도 있고, ‘이 사람은 그런가 보다.’ 하는 시도 있고, ‘나도 그럴 것 같다.’ 하는 시도 있고, ‘아이쿠, 내 얘기네!’ 하는 시도 있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도 전에 고개가 먼저 끄덕여지고 코끝이 시큰해지는 그런 시도 있습니다. 마음을 잘 전하는 방법들 가운데 하나는 그냥 열어 보이는 것입니다. 설명하지 않고 꾸미지 않고 그냥 활짝 열어 ‘이것 좀 봐 봐!’ 하는 것. 시인은 바로 그렇게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면 말을 걸어오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시인은 강가에 있는 조약돌들에게도 말을 걸지요. 햇볕을 쬐던 조약돌들은 ‘쫑알쫑알쫑 알쫑알 쫑알쫑알쫑’ 대답을 하지요. 그러다가 꼬마물떼새처럼 꼬리를 달고 총총거립니다. 그뿐인가요, 가지에 옹기종기 달려 있는 꽃사과들은 어떻고요.
해바라기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눠 주고, 조약돌들 수다도 들어 주고, 꽃사과네 집안 사정도 살피고, 뱁새들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걸음이 빨라질 수가 없을 거예요. 아마도 시인은 조금 느리게 걷더라도 세상과 다정하게 눈 맞추고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보여 주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동시집 『자꾸 건드리니까』를 읽는 내내 즐거웠답니다. 읽는 이가 이렇게 즐거운데 시인은 얼마나 즐거웠을까요? 책장을 덮은 뒤에도 문득 생각나서 뒤적뒤적 찾아보게 될 시들이 많아요. 좋은 시집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