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족] 비밀 소원

이번달 사계절 출판사의 책읽는 가족 지원도서입니다.
제 1회 나다움어린이책 창작 공모 대상 수상작이라고 하여서 받기 전부터 기대감에 부풀었습니다.
초등 고학년, 저학년 아이와 함께 잠자리 책으로 읽기 시작하였는데 불과 이틀만에 다 보았습니다.
사실 첫날 제가 졸리지만 않았다면 그날로 다 봤을거에요.
초등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다루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재미있어했습니다.


소방관인 부모님을 하루에 잃고 할머니, 이모와 사는 미래.
부모님이 별거를 시작해서 두둑한 용돈을 가지고 오후 시간을 보내는 이랑이.
엄마가 싫어해서 야구선수를 하고 싶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연예인을 하고 있는 김현욱.
한 교실에서 11살 세 친구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이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소원이 주렁주렁이라는 코너에 나가서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진다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아이들 교실에서 촬영되기로 합니다.
미래는 현욱이에게 이랑이가 그 코너에 출연해서 소원을 말할 수 있게 해달라고 떡볶이를 사주며 부탁하죠.
현욱이는 김영란법에 걸린다며 불쾌해 했지만, 이랑이가 정말 중요한 일이라며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알겠다고 합니다. 대신 자기의 팬클럽을 만들어달라고 하죠.
급하게 만든 팬클럽에 팬 2명이 가입하였으나, 잘못 알고 들어온 팬이 현욱이에게 악플을 남기고 다른 팬과 댓글로 공방하다가 팬들끼리 서로 만나기로 합니다.
두둥...
위의 내용이 1/3 입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사회적인 이슈가 장면마다 녹아 있습니다.
조부모 가정, 별거, 김영란법, 악플러, 현피 등의 이슈들을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위의 내용들이 과장되는 것 없이 이야기 안에서 풀어지고 있어서 아이들과 어려움 없이 다음 사건에 바로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11살.
초등학교 저학년도 아니고 고학년도 아닌 어쩌면 어중간한 나이.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에 둘러싸여서 살고 있는 시간.
미래는 자칫 지겨울 수 있는 시간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조금 더 나은 어른이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랑이는 가족이 어떻게 살든지 모두 행복하게 사는 소원을 빌고, 큰아버지가 계신 나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고 절친인 미래에게 담담히 이야기 합니다.
김현욱은 미래와 이랑이의 모습을 카메리가 담으며 영화감독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되지요.
세 친구는 <절대 다시는 만날 수 없을 만큼 친한 친구>인 절친 클럽의 회원입니다.


저의 학창시절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해마다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고 친구들의 비밀을 듣고 제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그 당시에는 제게 책에서 말하는 절친은 없었습니다.
다만 대학교 다니면서 다시 만나게 된 초등학교 친구들, 회사를 다니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동안 꾸준히 연락하고 지내는 고등학교 친구들, 몇 년에 한번씩 연락을 주고 받아도 금세 그 시절로 소환되는 대학교 친구 몇이 지금 절친입니다.


아이들을 바라보았습니다.
큰 아이는 학교에서 학년이 달라질때마다 단짝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친구가 있지만, 지금도 유치원때 같은 반이던 친구들을 만납니다.
작은 아이는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 이야기를 많이 하고 가끔씩 유치원 시절의 친구들 이야기를 합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거의 전부인 요즘, 두 아이들에게 절친은 어떤 의미인지 많이 궁금합니다.


이 세 친구의 우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바래질지 몰라도, 학창시절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들 중 하나였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김다노 작가님이 작가의 말에 쓰신 내용처럼, 누구나 자신마다 다른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고, 다양한 '나'와 함께 하면서 나이들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열 한살이, 열 두살이 되고, 스무살이 되고, 마흔살이 되도록, 해마다 멋진 날들을 만나기를.
우리 아이들도요.


덧)
미래 할머니가 미래에게 했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저에게 바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알겠다고 했지만 막상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자는 아이들 옆에서 이 페이지를 다시 넘겨보면서, 만약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미래 할머니처럼 지혜롭고 현명하게, 그리고 신속하고 단호하게 힘을 쓸 수 있도록 평상시에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관련 법령을 닳도록 읽고 숙지하기 전에, 아이가 누구에게 연락해야할지 모르게 만들지 말고, 어떤 이야기든 저에게 바로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좋은 관계를 가지는 노력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