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독고독락 시리즈 작가 인터뷰

사계절 책 이야기, 독고독락 작가 인터뷰
 
 
설이 마무리되고, 문장 건너편의 작가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한 명의 작가가 또 다른 작가에게 품는 궁금증도 우리와 같을까?’라는 생각에 닿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궁금증을 조금 더 깊게 해소할, 작가가 작가에게 묻는 인터뷰 코너는 이렇게 마련되었습니다.


조우리 작가님이 이필원 작가님에게
“작가님도 소설 속 주인공이 부반장에게 반한 순간처럼 생각지 못한 상황 에서 생각지 못한 상대에게 매혹당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필원 작가님 답변
사람은 아니지만 길고양이 가족에게 마음을 뺏겨 한 자리에 오랫동안 머문 적 있습니다. 늦은 오후에 공원을 가로질러 집으로 가던 길이었고 그때 우 리는 서로를 구경하기만 했는데, 높이가 낮은 가건물 지붕에서 빼꼼히 내려 다보던 길고양이들을 떠올리면 지금도 귀여워 웃음이 납니다. 너희 줄 참치 가 없어 미안해, 너무 귀엽다, 하고 말을 조금 걸다가 사진을 찍고 한참 만에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나요!



조규미 작가님이 김태호 작가님에게
“지구의 종말이 다가올 때 곁에 있는 사람이나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김태호 작가님 답변
종말이 가깝다면 사랑하는 사람들 옆에서 매일 노래를 틀어 놓고, 따라 부 르며 즐거운 이야기들을 할 것 같습니다. 노래는 못 부르지만, 상관없잖아 요. 함께 노래 부르는 것만으로도 종말과 맞설 수 있는 힘이 생길 듯합니다. 이야기는 주로 소소한 옛 추억을 들춰낼 것 같습니다. 슬펐던 것 말고, 기뻤 던 기억들만 찾아내서 말이죠. 사실 노래나 이야기도 좋지만, 먹을 것을 더 열심히 먹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필원 작가님이 조규미 작가님에게
“혹시 람이처럼 시간 여행을 떠날 기회가 생긴다면, 과거의 어느 시간대에 누구를 만나러 가보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조규미 작가님 답변
『 너의 유니버스 』 라는 작품을 쓰면서 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 생각났어요. 오랫동안 잊고 있던 친구들 얼굴과 이름이 새록새록 떠올랐지요. 그래서 시간 여행을 갈 수 있다면 그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요. 지금까지 연락이 닿는 친구들도 있지만 졸업 이후로 한 번도 보지 못한 친구들도 있거든요. 예전에는 휴대폰이나 이메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사를 가거나 상급 학교로 진학하면 연락이 끊어지기 쉬웠어요. 지금처럼 SNS로 한두 번만 건너뛰면 만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지요.

그 당시 친구들은 저를 동생처럼 챙겨줬던 것 같아요. 제가 좀 늦되고 눈치도 없었거든요. 정신 연령이 낮다고 해야 할까요? 게다가 학교를 일찍 들어가 실제로 한 살 어리기도 하니, 친구들 눈에는 챙겨줘야 할 아이로 보였나 봐요. 제 기억에 남아있는 저는 받을 줄만 알았던 철부지의 모습이네요. 만약 돌아갈 수 있다면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서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싶어요. 속 깊고 다정한 언니처럼 맞장구도 쳐주고 토닥토닥 위로도 해 주고 싶어요. 눈치 빵단 친구가 아니라 눈치 백단 친구로 곁에 있어 주고 싶어요.



김태호 작가님이 조우리 작가님에게
코로나로부터 일상을 회복하면 어떤 일을 가장 먼저 하고 싶으신지, 생각만 해도 행복 해지는 그 일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조우리 작가님 답변
코로나가 끝나면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은데요, 하나를 딱 고르자면 언젠가 하고 싶었던 ‘낯선 곳에 머물며 글쓰기’ 를 실행하고 싶어요. 어디가 되었든 연고가 없는 곳에서 세 달 정도 머물면서 장편을 써 보고 싶었어요. 다른 문화, 다른 언어, 다른 사람들 속에서 어떤글이 나올까 저조차도 궁금 하기도 하고요. 버 킷 리스트에 늘 있던 일인데 코로나를 겪으며 ‘언젠가’가 아니고 ‘할 수 있을 때’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이란 이토록 유한하고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뼛 속 깊이 느끼게 된 것 같아요. 내가 건강하고 자유로 울 때, 천재지변과 전염병이 없을 때, 세상 어디든 갈 수 있을 때. 그런 때들이 늘 열려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코로나가 끝나면, 모든 것이 가능한 보통의 일상에 마음 속 깊이 감사하며 잽싸게 짐을 싸고 싶습니다!